"600만원 아낄 수 있다" 공문 무시하고 비즈니스석 탑승…축구 시민구단 대표 9명, '칸쿤 외유' 고발당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재원 의원(사진=더게이트 DB)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재원 의원(사진=더게이트 DB)

[더게이트=여의도]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프로축구단 수뇌부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초호화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정황이 드러나 수사기관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검사를검사하는변호사모임은 4일 오전 11시 20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도민 프로축구단 9곳의 대표이사와 단장 9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예비적 죄명으로는 업무상 횡령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발인은 최근 80억원대 횡령 사태로 시끄러운 김포FC의 권일 단장을 비롯해 김태주 강원FC 단장, 이흥실 경남FC 대표이사, 장영복 대구FC 단장, 김성남 부천FC1995 단장, 장원재 성남FC 대표이사, 김정택 안산그리너스FC 단장, 이우형 FC안양 단장, 조건도 인천유나이티드FC 대표이사 등 9명이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사진=더게이트 DB)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사진=더게이트 DB)


'600만원 절감' 공문 외면하고 비즈니스석 강행

이번 논란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6월 18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 출장에서 시작됐다. 총비용 7억 1007만원이 투입된 이번 출장에는 21개 구단 대표와 연맹 임원 등 25명이 참석했다.

프로연맹은 지난 3월 공문을 통해 "이코노미석 선택 시 약 600만원이 절감된다"고 사전에 안내했다. 하지만 피고발인 9명은 1인당 1592만 4000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 비용을 구단 예산으로 집행했다. 이코노미석(999만 5000원)과의 차액은 1인당 592만 9000원, 9명을 합치면 5336만 1000원이다.

반면 같은 출장에 참가한 시·도민구단 11곳 중 수원FC와 용인FC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수원FC는 참가한 사무국장이 여비 규정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고, 용인FC 단장 역시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규정을 지킨 예산 집행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장 프로그램의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공식 확정 일정은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 참관이 전부였으나, 실제로는 1인당 210만원이 들어간 휴양지 칸쿤 2박 일정이 포함됐다. 이 칸쿤 일정은 구단들에 배포된 공문 일정표에서 빠져 있었다. 현지에서는 오전 세미나 이후 오후 자유시간에 유적지 관광 등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포FC는 자체 여비규정 제9조에 "국외여행 시 여비는 국가공무원 국외여비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 여비규정상 국외 항공 비즈니스석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만 허용된다. 김포FC 단장의 비즈니스석 탑승은 규정을 벗어난 집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국회에 해당 출장과 관련해 연맹과 별도로 소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고발인들은 수사 요청 사항으로 9개 구단의 여비규정과 결재 기안문 확보, 출장비 재원의 특정, 연맹 및 행사 대행 여행사 조사를 통한 칸쿤 일정 경위 규명, 부당 집행액 환수 조치를 제시했다. 형사 고발과 별개로 해당 지자체들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4일 9개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를 고발했다(사진=더게이트)시민단체가 4일 9개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를 고발했다(사진=더게이트)


"시민 혈세 낭비 방치 못 해"…축구계 경종

기자회견에 나선 고발인과 국회의원들은 지자체 구단의 방만한 예산 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7월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선수와 유소년을 위해 쓸 예산은 부족하다면서 구단 대표들의 비즈니스석과 칸쿤 체류에는 시민 혈세를 아끼지 않았다"며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공공재산을 사적으로 낭비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고발 대리를 맡은 이제일 변호사는 "멕시코 칸쿤 일대로 외유성으로 보이는 여행을 다녀온 분들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다"며 "이번 고발은 9명의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연간 1300억원대 세금이 투입되면서도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지자체 프로축구단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첫 번째 법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공동 고발인으로 나선 오동현 변호사는 "시민구단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그 어떤 조직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며 "혈세 낭비와 특권 의식이 반복된다면 시민구단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선수단과 유소년에 쓸 돈이 없다는 지자체 프로축구단들이 구단 대표의 비즈니스석엔 아낌이 없었다"며 "시민의 세금은 시민이 지킬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상식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고발장이 경찰청에 접수되면서 시·도민구단 대표자들의 비즈니스석 탑승과 초호화 외유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공개 자료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비위와 관행, 그리고 시민구단에서 지자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까지 이번 수사에서 함께 드러날지도 지켜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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