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자이언츠에서 이루고 싶다" 동료 6명 떠난 날 멀티포 날린 이정후, 간판의 자격을 증명하다
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더게이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게 메이저리그에 올 기회를 줬고 지금의 계약도 안겨줬다. 빅리그에서 어떤 성공을 거두든 그 열매는 이 팀에서 맺고 싶다."

라커룸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24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주전급 6명이 팀을 떠났다.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들고 나간 어수선한 밤, 이정후는 통제할 수 없는 소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대신 오직 타석과 수비에만 집중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대 1로 이겼다.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정후는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 1도루로 승리를 이끌었다.

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딴생각할 겨를 없다"…소문 차단하고 경기 몰입

경기 당일 자이언츠 클럽하우스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24시간도 채 안 되는 사이 선수 6명이 팀을 떠났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로비 레이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내셔널리그 타격 1위 루이스 아라에즈와 투수 케일럽 킬리언이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향했다.

여기에 더해 외야수 엘리엇 라모스는 뉴욕 양키스로, 투수 타일러 말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에릭 밀러는 보스턴 레드삭스로 각각 이적했다. 이정후 역시 한동안 트레이드가 가능한 후보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상황이었다.

지역 유력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정후는 "클럽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야구 선수라면 경기에 몰입하고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 좋은 결과가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떠오는 소문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정후는 "자이언츠는 내가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줬고 지금의 계약도 안겨줬다"며 "이 리그에서 어떤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그건 자이언츠에서 이루고 싶다. 그저 이 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을 뿐"이라며 소속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멀티 홈런을 날린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방망이로 증명한 가치…공수주 지배한 '원맨쇼'

그라운드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회초 첫 타석은 루킹 삼진으로 물러섰지만, 3회초에는 선발 칼 콴트릴의 스플리터를 받아쳐 비거리 125m짜리 우중간 솔로 홈런을 만들었다. 지난달 26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9일 만에 나온 시즌 7호 홈런이다.

5회초에는 좌전 안타 뒤 도루까지 성공시켜 시즌 8호 도루를 기록했고, 5회말 수비에서는 조명 탓에 잠시 놓친 타구를 몸을 던져 잡어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8회초에는 불펜 투수 페이턴 그레이의 슬라이더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넘기며 경기 두 번째 홈런을 완성했다. 9회초에는 만루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로 또 타점을 올렸다. 이정후의 멀티홈런은 지난해 4월 14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다.

한편 대규모 트레이드를 마친 샌프란시스코는 평균 연령 27.3세로 워싱턴 내셔널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어린 팀이 됐다.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사장은 "팬들이 계속 기대하고 찾아올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셋' 버튼을 누른 자이언츠에서 앞으로는 이정후가 팀의 중심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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