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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더위를 식히는 원태인(사진=삼성)[더게이트]
사람이 쓰러진 뒤에야 일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건 K-단체, 기관의 DNA다. 폭염 대책을 부랴부랴 새로 내놓은 당일 야구장에서 관중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KBO는 전 경기 취소 결정과 함께 긴급 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KBO는 6일 오후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폭염 관련 종합 대책을 논의한다고 5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8월 5일과 6일 예정됐던 KBO리그 5경기(잠실 NC-두산, 인천 LG-SSG, 대구 한화-삼성, 부산 키움-롯데, 광주 KT-KIA)와 퓨처스리그 전 경기를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8월 1일부터 나흘 동안 이어진 대응의 연장선이다. KBO는 1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경기 예정 지역의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진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구장은 경기운영위원과 구단 경기관리인 협의로 최대 1시간까지 경기 개시를 늦출 수 있게 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취소 여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기준은 다음 날인 2일 곧바로 적용됐다. KBO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남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와 NC의 경기를 취소했다. 경기 개시 시각에도 기온이 38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따른 조치였다. 반면 부산에서 열릴 삼성과 롯데의 경기는 개시 시각만 30분 늦춰 치렀다.
주말이 지나도 폭염이 진정되지 않자 KBO는 4일 한발 더 나아가 기상특보 단계별 경기 운영 기준을 세분화해 발표했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이틀 이상 이어지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 38도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면 폭염중대경보로 나눴다. 경보 이상이 발효되면 최대 1시간까지 경기를 늦추고, 중대경보가 내려지면 당일 오후 1시 전까지 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세분화 기준 발표 당일, 관중 2명 쓰러졌다
프로야구 경기장의 더위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사진은 현역 시절 더그아웃에서 얼음을 만지며 더위를 식히는 이승엽(사진=삼성)
그런데 바로 이날 문제가 터졌다. 인천 지역엔 폭염경보만 발효돼 새 기준상 취소 대상이 아니었고, LG와 SSG의 경기는 예정대로 강행됐다. 경기 막판 1루 측 응원석에 있던 25세 남성 관중이 갑자기 쓰러졌다. 응원지정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26세 남성 관중도 경기가 끝난 오후 10시 21분께 쓰러졌다. 이날 경기 도중 접수된 온열질환 관련 신고는 중증 2건을 포함해 총 25건에 달했다.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KBO 직원이 나와서 세 시간 앉아있어 봐라"부터 "허구연 총재가 직접 나와 30분 동안 그라운드에 서 있어 보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왔다. 관중이 쓰러지는 사고까지 터지자 KBO도 급하게 움직였다. KBO는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 위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구단 단장과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6일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회의 내용에 따라선 주말 경기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대상자들을 취재한 결과 경기 개시 시간을 더 늦추는 방안이나 경기 중 클리닝 타임 외에 별도 휴식 시간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안으로는 정규 시즌 중 브레이크 기간을 두거나 경기 수를 줄이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올해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정에 기존 취소 경기까지 켜켜이 쌓여 있어 남은 정규시즌 일정 조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체 일정의 3분의 2를 이미 소화한 시점에서 잔여 경기 재편성도 큰 숙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많은 선수를 보내는 구단일 경우 잔여 경기 일정에 대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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