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월드컵 보이콧에 FIFA 내부 총질까지! ‘월드컵 민영화’ 인판티노 독단 계획, 결국 전면 철회

스포츠춘추
허구연 총재(사진=더게이트 DB)[더게이트]
펄펄 끓는 폭염에 KBO리그가 멈췄다. 관중은 심정지로 쓰러졌고,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구토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사태를 수습해야 할 KBO 총재와 구단 사장들은 한국에 있지 않았다.
"에어컨 밑에 앉아서 6시 온도를 어떻게 안다고."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지난 2일 KBO를 향해 쏟아낸 작심 발언이다. 당시 보도를 종합하면, 김 감독은 "시원한 사무실에서 휴대폰만 보고 6시 기온을 따지며 경기를 강행하는데, 운동장에 나와 한 시간이라도 서 보고 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산이 덥다면 직접 와봐야 한다"며 "기상청 자료만 보고 30분 늦춰 하라고 통보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야구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리그 전 경기가 취소된 5일 더게이트와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허구연 총재가 이 날씨에 관중석에서 야구를 직접 봐야 심각성을 알 것"이라며 "KBO 직원 누구라도 운동장에 30분만 서 있으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은 공감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나 야구 관계자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현장에 나와 피부로 느껴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로 그 시점에, 정작 KBO 수장 허구연 총재는 한국에 없었다. 허 총재와 주요 구단 사장단은 폭염으로 끓어오르는 한국을 떠나 태평양 너머 미국으로 날아간 상태였다.
'취소했다 강행했다'… 오락가락 미봉책
허구연 KBO 총재가 이른 아침에 열린 여자야구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사진=SPOTV2 중계화면 갈무리)
이번 폭염 사태 동안 KBO의 대응은 매번 한 박자씩 늦었다. 부산과 경남 창원은 이미 7월 30일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날 창원은 40.3도로 전국 7월 일최고기온 1위를, 부산은 38.8도로 1904년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오전 11시를 기해 두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경보가 이틀 연속 이어지던 7월 31일에도 KBO는 사직 삼성-롯데전을 강행했다. 그라운드 지열은 71도까지 치솟았고, 물을 뿌린 뒤에도 40도 가까이 유지됐다. 롯데 황성빈이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손성빈은 구토와 미열, 두통 증세로 2회 만에 교체돼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지만 경기는 계속됐다.
이 여파로 KBO는 8월 1일 부산·창원 경기를 취소했다. 문제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창원 38.5도, 부산 사직동 38도로 전날과 기온 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31일 경기 강행이 무리였음을 KBO 스스로 인정한 셈. 그런데도 KBO는 하루 뒤인 2일, 사직구장 외부 온도 37도·인조잔디 지면 온도 76도인 상황에서 '30분 지연 개시'라는 미봉책으로 다시 경기를 진행했다. 참았던 김태형 감독이 폭발한 지점이다.
이후 KBO는 4일 세분화한 새 대책을 발표했다. 새 기준대로라면 부산·창원은 이미 30일부터 취소 대상이었다. 기준이 현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가 나흘 내내 반복됐다. KBO 대책을 비웃듯 발표 당일 인천 경기에서 관중 2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KBO는 5일과 6일 1·2군 전 경기를 취소하고 긴급 실행위원회를 소집하는 강수를 뒀다.
지방 구단의 한 관계자는 "취소가 절실했던 남부 지방 경기는 강행하더니, 폭염이 수도권으로 올라오자 전 경기를 취소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지방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관중 사망 사고가 벌어진 구장에서 홈팀이 모든 후폭풍을 짊어지지 않았나"라며 "관중이 쓰러지는 일이 벌어지자 구단들 입장에서는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폭염에 멈춘 리그, 총재는 없었다
버스터 포지와 허구연 총재의 만남(사진=KBO)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사실 허 총재는 현장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처지였다. 더게이트 취재 결과 허 총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및 구단 관계자들과의 미팅, 현지 견학을 위해 미국 출장 중이었다.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6개 구단 사장도 허 총재와 동행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O 설명에 따르면 허 총재와 사장단은 8월 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KBO가 부산·창원 경기를 폭염으로 처음 취소한 날이다. KBO 관계자는 "오래전에 예정된 일정이라 취소하기 어려웠다"며 "1일 출국해 미국 현지 미팅과 견학 등의 일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의지만 있다면 출국을 미룰 기회는 있었다. 사태의 시작점인 7월 31일 사직 경기 이후 현장 불만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8월 1일에는 두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되며 리그 운영과 선수·관중 안전이 동시에 위협받았다. 그런데도 총재와 사장단은 예정대로 출국을 진행했다. 리그의 정상 운영과 구성원들의 안전보다 출장 일정을 우선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뇌부의 공백 속에 KBO 대응은 땜질 처방으로 일관하다 관중이 쓰러진 뒤에야 회의를 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KBO는 열흘 이상 예정됐던 미국 출장 일정을 단축해 조기 귀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KBO 총재와 사장단의 미국 출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연례 행사에 가깝다. 정운찬 전 총재는 2018년 취임 첫해에만 네 차례, 25박 33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2월에는 뉴욕 MLB 사무국을 찾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회동했고, 2~3월에는 일본 구단 스프링캠프를 순회했다. 7월에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올스타전을 참관하고 양키스타디움에서 시구했으며, 8월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9개 구단 사장단과 동행했다.
허 총재 역시 2022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미국을 방문해 LA 다저스·에인절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장단을 차례로 만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허 총재가 2022년 이후 19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1주일 렌터카 비용 2000만원, 1박 숙박비 140만원 등 상한선 없는 지출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사무검사를 진행하고 KBO도 내부 규정을 정비한 바 있다.
물론 허 총재가 취임 이후 전임 총재들과 달리 리그 발전에 힘을 쏟고 성과를 낸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리그가 폭염으로 신음한 지난 며칠간 KBO가 보여준 대응과 수뇌부의 부재는 현장에 깊은 실망을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에어컨 밑에 앉아서 경기장 온도를 어떻게 안다고"라며 혀를 찼다. 적어도 김 감독의 생각과 달리 KBO 수뇌부는 에어컨 밑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었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