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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두에인 카이퍼와 마이크 크루코(사진=NBC 스포츠 방송 화면)[더게이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에게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전설적 목소리' 마이크 크루코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중계석을 떠난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7일(한국시간) 크루코가 2026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크루코는 성명에서 "팬 여러분의 놀라운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야구계에 머물 수 있었던 건 커다란 축복이었다"라며 "앞으로 몇 주 동안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자이언츠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과 존경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희귀 질환 앓아...스튜디오에서 원격 중계 소화
마이크 크루코의 현역 시절(사진=MLB.com)
올해 76세인 중계 파트너 드웨인 카이퍼는 깊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카이퍼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오라클 파크 중계석 라운지에서 크루코에게 직접 은퇴 소식을 듣던 순간을 돌아봤다. 처음엔 화부터 났다고 했다. 카이퍼는 "이 좋았던 시간이 끝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내린 결정을 탓할 수는 없다. 세상 누구보다 야구 중계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신체가 한계에 다다랐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크루코는 희귀 근육 질환인 포함체 근육염을 앓아왔다. 2020시즌 전까지는 원정 경기에도 동행했지만 병세가 악화하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이원 중계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원정 중계를 다른 방송 팀에 맡기고 홈경기마저 스튜디오에서 원격으로 소화해왔다. 크루코는 "하루하루 몸 상태와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며 "오라클 파크나 원정길 이동이 점차 위험해졌다.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집이 훨씬 안전하다는 점이 마이크를 내려놓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1976년부터 1989년까지 시카고 컵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 투수로 활약한 크루코는 1990년 KNBR 라디오 파트타임 해설위원으로 방송에 입문했다. 카이퍼와는 1983년부터 3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뛴 인연이 있다. 1990년 처음 중계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1994년부터 전업 중계진으로 짝을 이뤘다. 36년간 이어진 '크룩과 카이프' 콤비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방송 파트너십이다.
크루코와 카이퍼의 중계는 현지 언론과 팬 투표에서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혀왔다. 스포츠 미디어 전문 매체 '오플 어나운싱'이 진행하는 구단별 중계진 평가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메츠 SNY 중계팀(게리 코헨, 키스 에르난데스, 론 달링)과 매년 1, 2위를 다퉜다. 투수 출신다운 날카로운 경기 분석에 특유의 유머와 절제된 감성을 더해 지역 팬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두 사람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방송상인 '포드 C. 프릭 상' 후보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지난겨울에도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 영예는 폭스 스포츠의 조 벅에게 돌아갔다. 현지 매체와 팬들 사이에서는 두 전설을 명예의 전당에 함께 헌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숙적 다저스 상대로 9월 27일 고별전
마이크 크루코와 두에인 카이퍼(사진=NBC 스포츠 방송 화면)
래리 베어 샌프란시스코 구단 최고경영자(CEO)는 "언젠가 이날이 올 줄 알았지만, 크루코가 중계석을 떠나는 순간은 구단 가족 모두에게 가슴 먹먹한 일"이라며 "수십 년간 단순한 목소리를 넘어 우리 구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크루코는 야구장에 있든 집이나 라디오로 듣든 모든 팬을 하나로 묶어주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인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9월 27일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크루코를 위한 은퇴 행사를 개최한다. 고별전 상대는 공교롭게도 숙명의 라이벌 LA 다저스다.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어린 시절 다저스를 응원했던 크루코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구장에서 오랜 라이벌을 상대로 36년 중계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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