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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AI생성)[더게이트]
'최강한화'.
한화이글스 팬이라면 익숙한 응원 구호다. 한화이글스 구단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직접 야구장을 찾고 선수단을 격려하며 구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한화 야구를 이야기할 때 김승연이라는 이름을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김 회장에게 최근 야구 성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거운 과제가 놓였다.
지난 6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8년 사이 세 번째 폭발…13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이글스 제공)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로켓 추진체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9년 2월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5명이 숨졌다. 2018년 5명, 2019년 3명, 2026년 5명.
8년 동안 같은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차례 대형 폭발 사고로 모두 13명이 숨졌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방산 사업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숫자다.
더욱이 앞선 사고 이후 노동당국의 특별감독과 재발방지 대책이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단순히 하나의 공정에서 발생한 개별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과거 사고 이후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는지, 마련된 재발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할 이유다.
-두 차례 특별감독서 568건…경고는 이미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2018년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 위반 사항 486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126건은 사법처리됐고 322건에 총 2억615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당시 노동당국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비롯해 근로자 교육, 유해물질 관리 등 여러 분야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9개월 뒤 다시 사고가 났다.
2019년 사고 이후 진행된 두 번째 특별감독에서도 한화와 도급업체를 합쳐 82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53건은 사법처리됐고 28건에는 총 1억260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두 차례 특별감독에서 적발된 법 위반 사항은 모두 568건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2018년 사고가 있었고 특별감독이 진행됐다. 2019년 다시 사고가 발생했고 또다시 특별감독과 개선 조치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2026년 또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이번 사고에서는 과거에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보다 그 대책이 왜 세 번째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손재일 대표 입건…사고 원인 넘어 안전관리 체계 수사-
한화그룹 본사 빌딩 (사진=한화그룹 제공)수사기관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뿐 아니라 경영진의 안전관리 책임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대전사업장장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노동당국과 경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현재까지 김승연 회장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형사 입건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 회장의 형사책임과 그룹 총수로서의 경영책임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같은 사업장에서 중대사고가 반복됐다면 그룹 차원의 안전경영을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피하기는 어렵다.
산업재해는 현장에서 발생하지만 안전관리 체계는 현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 조직의 권한, 위험공정에 대한 투자, 경영진의 관리·감독 수준은 회사 전체의 의사결정과 연결돼 있다.
앞선 사고 이후 안전조직에 충분한 권한이 주어졌는지, 개선 대책이 지속적으로 관리됐는지, 위험공정에 필요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승연 회장 "그룹 역량 총동원"…이번엔 달라야 한다-
경기장을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이글스 제공)김승연 회장도 사고 직후 대응에 나섰다. 김 회장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혔다. 피해 수습에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국내 사업장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화약류를 취급하는 공정을 중심으로 위험요소를 다시 점검하고 일부 공정의 무인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필요한 조치들이다. 다만 이번에는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사고 이후 대책은 있었다. 노동당국의 감독도 있었고 개선 조치도 진행됐다. 그러고도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한화가 이번에 보여줘야 할 것은 사고 직후의 대응 속도보다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로 달라졌다는 결과다.
특별점검이 끝난 뒤에도 위험공정을 상시 관리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생산보다 안전을 우선할 수 있는 구조인지, 안전조직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최강한화" 외치는 구단주…경영에서도 필요한 책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이글스 제공)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구단주로서 야구단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구단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투자를 이어갔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팬들이 김 회장을 한화 야구의 상징적인 구단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기업 경영에서 요구되는 책임은 더 엄격하다. 특히 폭발 위험이 상존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안전은 경영의 부수적인 항목이 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과 법적 책임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와 별개로 한화가 답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2018년 사고 이후 무엇을 바꿨는가. 2019년 사고 이후에는 무엇을 더 바꿨는가. 그리고 그렇게 바꾼 안전관리 체계가 왜 2026년의 사고를 막지 못했는가.
세 번의 사고를 겪고도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현장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 김 회장이 이번 사고 직후 특별TF를 지시한 만큼 그 결과 역시 그룹 차원에서 확인해야 한다.
안전대책을 몇 가지 더 추가하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과거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부터 확인하고 사람과 조직, 예산과 권한까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화 팬들은 야구장에서 '최강한화'를 외친다. 이제 한화가 그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곳은 야구장만이 아니다. 반복된 사고를 끊어내는 것. 김 회장과 한화가 지금 증명해야 할 책임경영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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