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석 타고 칸쿤 간 지자체 축구단 대표들, 축구 발전과 무슨 상관 있나?" 김건희 고발했던 변호사의 반문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하는 이제일 변호사(사진=더게이트)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하는 이제일 변호사(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여의도 국회]

"선수단 운영비와 유소년 육성 예산은 없다고 호소하면서, 정작 구단 대표자들의 비즈니스석 항공료와 휴양지 체류비에는 시민의 혈세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프로축구단의 방만한 행태에 경종을 울릴 고발을 주도한 이제일 변호사(민생경제연구소 공익법률위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검사를검사하는변호사모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도민 프로축구단 9곳의 대표이사 및 단장 9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예비적 죄명으로는 업무상 횡령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발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6월 18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 해외 출장이다. 총비용 7억 1007만원이 들어간 이 출장에는 21개 구단 대표와 연맹 임원 등 25명이 참석했다.

고발 대상은 권일 김포FC 단장, 김태주 강원FC 단장, 이흥실 경남FC 대표이사, 장영복 대구FC 단장, 김성남 부천FC1995 단장, 장원재 성남FC 대표이사, 김정택 안산그리너스FC 단장, 이우형 FC안양 단장, 조건도 인천유나이티드FC 대표이사 등 9명이다.

국회 현장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3월에 연맹에서 보낸 공문을 보면 이코노미석과의 차액이 1인당 600만원 가까이 생긴다는 사실이 이미 인지가 됐다"며 "진짜 본인 돈이면 모르겠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면 아끼고 또 아껴야 함에도 이를 인지하면서 강행한 건 배임 혐의가 성립하는 핵심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재단법인인 김포FC가 이렇게 한 건 축구단에 손해를 끼치고 자신들은 이익을 취하며 임무를 위배했으므로 배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인복지관 상담실과 국회 기자회견장 사이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사진 좌로부터), 오동현 변호사, 이제일 변호사의 기자회견 장면(사진=더게이트)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사진 좌로부터), 오동현 변호사, 이제일 변호사의 기자회견 장면(사진=더게이트)

1974년생인 이 변호사는 2012년 9월 서울 서초동에 '사람법률사무소'를 열고 동네 무료 법률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사무소가 자리한 서초구의 구립 양재노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분기마다 한 차례씩 어르신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 관련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했다.

권력을 향한 고발에도 앞장섰다. 안진걸 소장과 짝을 이뤄 김건희 여사 허위경력 의혹,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딸 논문 대필 의혹 등을 고발하고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과 맞선 법조인의 시선이 이번엔 세금을 빨아먹는 지자체 축구단으로 향했다. 피고발인 9명이 각 구단 예산으로 결제한 비즈니스석 항공권 가격은 1인당 1592만 4000원. 같은 노선 이코노미석은 999만 5000원이었다. 차액은 1인당 592만 9000원, 9명을 합치면 5336만 1000원에 달한다.

모든 구단이 세금을 함부로 쓴 건 아니다. 참가한 시·도민구단 11곳 가운데 두 곳은 규정을 지켰다. 김진형 용인FC 단장은 같은 단장급이었지만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수원FC 대표로 참가한 사무국장은 여비 규정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 직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코노미석을 선택했다.

이 변호사는 "같은 출장에서 이코노미석을 탄 구단 대표나 사무국장은 오히려 칭찬받아야 한다"면서 "정상적으로 한 사람이 칭찬받아야 하는 상황, 이게 좀 웃픈 일"이라고 말했다.

출장에서 확정된 공식 프로그램은 한국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 참관이 전부였다. 그런데 실제 일정에는 1인당 210만원이 들어간 세계적 휴양지 칸쿤 2박이 포함돼 있었다. 이 일정은 각 구단에 배포된 공문 일정표에서 빠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칸쿤에서 오전 세미나를 마친 뒤 오후 자유시간에 유적지 관광 등을 즐겼다.

이 변호사는 "관련 기사가 100건 넘게 나왔고 해명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피해갈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며 "칸쿤에서 2박 일정을 보내고, 그걸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 이건 일정표에도 없었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해명하더라도 칸쿤에서 2박 일정을 외유성으로 보낸 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포FC를 수사의 출발점으로 지목한 근거는 자체 규정이다. 김포FC는 자체 여비규정 제9조에 국가공무원 국외여비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 여비규정상 국외 항공 비즈니스석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만 허용된다. 이 변호사는 "자체 규정에 맞게 처리된 것인지 조사를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구단이 내놓은 '지방보조금이 아니다'라는 해명에도 선을 그었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고발한 시민구단과 도민구단은 어차피 세금으로 운영된다. 중요한 건 목적 외 용도로 사용됐는가 여부"라면서 "보조금이었느냐 구단 예산이었느냐, 이건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어쨌든 본인들의 사적인 돈은 아니지 않나"라고 힘줘 말했다.

이 변호사는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미담을 언급했다. 추신수는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던 2020년 4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어 생계가 막막해진 산하 마이너리거 191명에게 사비 19만 1000달러(약 2억 7300만원)를 지원했다. 선수 1인당 1000달러(약 143만원)씩 돌아간 이 지원은 훗날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 선정과 구단 공로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비즈니스석 차액이 9명 합쳐 5300만원 정도다. 이 돈을 유소년 축구 선수나 어렵게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쓴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 변호사는 "편하게 다녀오는 건 좋다. 본인 돈으로 하라는 거다. 적어도 우리가 세금 내는 게 그렇게 쓰라는 용도는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간 13억 집행... 끊이지 않는 외유성 출장 논란

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 칸쿤 210만원이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사진=더게이트)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 칸쿤 210만원이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사진=더게이트)

경찰 고발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K리그 아카데미 CEO 과정' 자료에는 이번 칸쿤 출장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카타르, 2023년 스페인 마드리드, 2024년 일본 요코하마와 스페인, 2025년 미국 등 다섯 차례 해외 CEO 과정에 소요된 비용은 총 13억 1542만 7578원이었다. 연맹이 8억 7992만 7293원, 참가 구단이 4억 3550만 285원을 나눠 부담했다.

방식도 판박이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참관 당시 김포FC, 부천FC1995, 인천유나이티드 등 3개 팀은 이코노미·비즈니스 혼합석을 이용해 추가 비용을 썼다. 일정표에는 축구 경영과 관련 없는 '100세 시대 건강법' 강의와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는 '개인 시간'이 채워졌다. 2023년 스페인 마드리드 연수에서는 시민구단 8개 팀 관계자 전원이 비즈니스석에 올랐다. 경남FC는 다섯 차례 과정에 모두 참여했고 세 차례나 비즈니스석을 탔다. 일정에는 미국프로야구(MLB) 경기 관람과 박물관 방문이 포함됐다.

김재원 의원은 "시민구단과 연맹의 해외 출장이 사실상 견제 없는 특권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드러난 자료나 보도만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추가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고발의 궁극적 목표가 구단 관계자 9명의 처벌이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형사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제도화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지금 이건 혈세지 않나. 시민의 세금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알고, 정말로 쓰여야 할 곳에 단돈 100만원이라도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란 설명이다.

이야기를 마친 이 변호사는 묵직한 화두를 남겼다. "추신수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선수들에게 여러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꼭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포 FC 권일 단장 같은 이들이 거기서 그렇게 하는 게 축구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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