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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축구계의 독재자 인판티노.[더게이트]
이제는 하다하다 음모론이냐.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자신의 개인 스캔들 폭로를 'FIFA를 무너뜨리려는 조직적 공작'으로 규정하며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회장 개인의 비위 의혹이 터졌는데, FIFA 공식 성명으로 받아치면서 조직 '사유화'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FIFA는 9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인판티노 회장과 FIFA를 무너뜨리려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회원국 지지를 얻지 못한 이들이 정당한 절차 대신 의혹과 왜곡된 정보로 뜻을 이루려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대상을 명시하진 않았다.
이 성명이 나오기 하루 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인판티노 회장이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 재직 시절 자신의 연인에게 6자리 금액의 퇴직금과 MBA 학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는 명백히 인판티노 회장 개인의 과거 처신과 도덕성 문제. 그러나 FIFA는 이를 조직 전체를 향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UEFA는 퇴직금과 학비 지급 사실을 인정하며 "2016년 이후 규정이 강화됐고, 당시로선 문제없는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승인 주체에 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FIFA는 인판티노 회장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입장만 전달했을 뿐, 개인 스캔들에 조직 차원의 성명으로 대응하는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FIFA 회장은 왕? 개혁론에 스스로 힘 싣는 FIFA
인판티노가 맞이할 운명(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이 같은 FIFA의 대응 방식은 축구계의 개혁론이 옳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격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칼럼니스트 세바스티안 스태포드-블루어는 8일자 칼럼에서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FIFA 회장직 구조 자체를 문제로 꼽았다. 사퇴 압박 속에서도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협회로부터 판박이 지지 성명을 받아내는 모습을 두고 "군주의 발밑에 바치는 충성 맹세"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그 지적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인판티노 회장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조차 조직 전체의 이름으로 "우리를 흔드는 공작"이라 반박하는 상황이다. 개인과 조직의 경계가 사라진 FIFA의 독재적 리더십은 "더 이상 왕은 없어야 한다"는 개혁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사과문 몇 줄로는 부족하다며 주요 의사결정에 선수 의결권을 보장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한편 월드컵 상업 지분 매각안(FFE)이 무산되고 인판티노 회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유럽의 기류는 냉랭하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월드컵 보이콧 카드를 거두지 않았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도 재임 전반에 대한 "총체적 심판"을 요구했고, 노르웨이축구협회장은 공개 사퇴 요구를 예고했다.
반면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확인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도 지지 대열에 섰다. 특히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지난 10년간의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모로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도 우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일방적 결정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축구계 단합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섰다. 주로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리더십이 지배하는 국가가 많은 지역에서 인판티노 지지세가 높다는 게 눈에 띈다.
인판티노는 자신을 추종하는 우방국의 지지를 발판 삼아 내년 3월 4선 도전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 의혹마저 조직의 이름 뒤에 숨어 방어하는 모습은 "왕정 정치를 끝내라"는 개혁론자들의 목소리에 가장 강력한 명분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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