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기술고문'에 4년간 억대 고문료…이회택과 김포FC의 수상한 4년 [더게이트 탐사]
김포FC 이회택 기술고문. 그는 '일하지 않고'도, 매월 440만원을 수령했다. 그가 왜 김포FC의 기술고문이 됐는지, 그에게 어째서 매월 44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지, 그가 도대체 무슨을 일을 하는지, 구단 내에서도 아는 이가 없었다(사진=더게이트)김포FC 이회택 기술고문. 그는 '일하지 않고'도, 매월 440만원을 수령했다. 그가 왜 김포FC의 기술고문이 됐는지, 그에게 어째서 매월 44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지, 그가 도대체 무슨을 일을 하는지, 구단 내에서도 아는 이가 없었다(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

지자체 프로축구단 김포FC가 직함뿐인 기술고문에게 4년째 매달 440만원을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시민구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돈을 받은 사람은 이회택 전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만든 사람은 김포FC 구단주를 겸하던 김병수 당시 김포시장이다.

김포FC는 김 시장이 당선된 이듬해인 2023년 이회택 전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위촉했다. 당시 이 고문은 77세였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10년간 야인으로 지낸 터였다. 지도자 경력은 더 아득했다. 2003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끝으로 현장과 완전히 멀어졌다. 위촉 시점에서 꼭 20년 전 일이다.

지도 기록은 '0건', 매월 440만원 고문료는 꼬박꼬박

2023년 위촉 당시부터 축구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직함이 그냥 '고문'도 아니고 '기술고문'이었기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일반 고문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 정도만 들려줘도 된다. 반면 기술고문은 과거뿐만 아니라 최신 축구 흐름을 바탕으로 변해가는 기술과 전략을 짚어줘야 하는 자리"라며 "’20년 전 현장을 떠난 분에게 과연 적합한 자리냐’는 얘기가 축구인들 사이에서 꽤 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게이트 취재 결과 이회택 고문은 2023년부터 2026년 8월 현재까지 김포FC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를 직접 지도하거나 기술 지도에 나선 적이 었다. 구단 내부에 기술고문 활동 내역도 남아 있지 않다. 구단 관계자는 "홍경호 김포FC 대표이사와 함께 전지훈련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게 활동의 전부였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통화에서 이 대목을 짚자 이 고문은 "애들도 가르쳐 보고 몇 가지를 하긴 했다"면서도 어떤 선수를 대상으로 무엇을 지도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했다.

김포시의회에 제출된 구단 사업설명서 예산안 기준 기술고문 급여는 월 440만원, 연간 5280만원이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가장 땀을 흘리는 팀 매니저(월 330만원)나 전력분석관(월 275만원)보다 많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활동 기록 없는 자리에 억대의 세금이 흘러들어간 셈이다.

"홍철호 전 의원이 천거"…보좌관 출신 김포시장의 주문홍철호 전 의원은 기업가 출신의 전직 재선 의원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맡았다. 홍 전 의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에도 대통령실을 지켰다.홍철호 전 의원은 기업가 출신의 전직 재선 의원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맡았다. 홍 전 의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에도 대통령실을 지켰다.

그렇다면 '무노동 유임금'의 이 자리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취재 결과 이회택 고문에게 기술고문 자리를 준 이는 김병수 당시 김포시장이었다. 김포FC 구단주를 겸하던 김 시장은 구단 관계자에게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회택 씨를 추천했다"며 "이 씨를 유급 기술고문으로 모시라"고 지시했다.

구단 수뇌부의 면면을 뜯어보면 그림은 선명해진다. 김 시장은 홍철호 전 의원의 오랜 보좌관 출신이다. 김포FC 홍경호 대표이사는 홍 전 의원의 친동생이다. 권일 단장은 홍 대표의 오랜 고향 친구다.

시장부터 대표이사, 단장까지 한 줄로 꿰어지는 구조이고, 그 인맥의 사슬이 기술고문 인선에까지 개입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홍 전 의원은 어째서 김 시장에게 이 고문의 유급 고문 자릴 요구한 것일까. 취재 중 만난 김포FC 관계자들은 "홍철호, 이회택 두 사람이 인척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고문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홍철호가 왜 날 추천해?"라고 반문한 뒤 "아니야,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야"라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위촉 경위를 묻자 "홍철호가 했는지 누가 했는지 난 모르지. 그래도 발령은 시장이 내는 거니까 시장이 했겠지"라고 답했다.

홍철호 전 의원이 창업한 회사 직원이 김포FC 이사로 활동재단법인 김포FC 이사진. 김병수 김포시장 겸 구단주 아래 있는 '이00'이사는 홍철호 전 의원이 창업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다. 김포FC는 지방권력 카르텔의 끝판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재단법인 김포FC 이사진. 김병수 김포시장 겸 구단주 아래 있는 '이00'이사는 홍철호 전 의원이 창업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다. 김포FC는 지방권력 카르텔의 끝판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포FC에서 이회택 고문과 관련됐다고 소문난 이는 한 명 더 있다. 김포FC 이00 이사다. 김포FC 직원들 사이에서 이00 이사는 이 고문과 친척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로 이 고문과 이름이 비슷하다. 이 고문은 통화에서 "가까운 친척은 아니다. 이00와 내 집안이 한 15, 16촌쯤 된다"고 했다.

취재 결과 이00 이사는 홍철호 전 의원이 창업한 닭가공 업체에 근무하면서 김포FC 이사를 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홍 전 의원이 등장한 것이다.

구단 이사의 역할은 홍경호 구단 대표를 보좌하면서도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구단 대표의 형과 관련된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면 과연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졌겠는가. 만약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졌다면 김포FC에서 82억원이라는 희대의 횡령 사건은 애초에 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지자체 축구단 대표들의 멕시코 외유를 고발한 한 변호사는 "홍 전 의원은 김포FC와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축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수사의 영역"이라며 "김포FC는 횡령을 떠나 구단 카르텔에 대한 전면적인 고발과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힘줘 말했다.

더게이트는 이00 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 00이사는 전화를 받고 "나중에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김포의 얼굴' 값, 월 440만원2016년 문체부가 작성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 조사결과'에 적시된 내용. 이기택 당시 축구협회 부회장은 협회 법인카드를 이용해 무려 43회나 골프장 이용료를 결제했다2016년 문체부가 작성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 조사결과'에 적시된 내용. 이기택 당시 축구협회 부회장은 협회 법인카드를 이용해 무려 43회나 골프장 이용료를 결제했다

이회택 고문은 "김포에 내 동상도 있고, 거리도 있다. 내가 김포에 있어야 대한민국 축구 쪽으로 (김포가)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거고"라며 "과거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밥 한 공기도 얻어먹지 않았다. 협회 있을 때 골프 같은 걸 쳐도 자기 건 자기가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매달 받은 440만원의 기술고문료가 자신이 '김포의 얼굴'로 활동한 대가라고 믿는 듯했다. 그리고 축구인으로서 자존심을 더럽히지 않게 살아온 걸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실제로 이 고문은 축구협회 부회장 재직 시절 타인의 돈으로 골프를 치지 않았다. 대신 축구협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 고문은 축구협회 부회장이던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협회 법인카드로 골프장 이용료 777만원을 결제했다. 같은 기간 법인카드로 1508만원의 주유비를 결제했다. 노래방과 백화점에서도 협회 법인카드를 긁었다. 이 고문은 통화에서 "검찰 조사까지 다 받았고 전부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히 해두자. 이 사안의 본질은 이회택이라는 개인의 처신을 넘어선다. 김포FC가 이 고문을 위촉하며 밟은 절차는 공모도, 검증도 아닌 한 통의 지시였다. 20년간 현장을 떠난 원로에게 '기술' 자문을 맡긴 것부터 직책과 사람이 맞지 않는 인사였고, 위촉 뒤 4년간 활동을 확인하고 평가한 사람도 없었다. 일의 대가가 아니라 관계의 대가로 세금이 나간 것이다.

시민이 낸 세금은 구단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쓰라고 맡긴 돈이다. 김포FC는 그 돈으로 4년간 '얼굴'을 샀다. 정작 구단에 필요했던 건 얼굴이 아니라 ‘눈’이었다. 나가는 돈을 들여다보는 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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