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도 메뚜기 이동, 청소년대표팀에 스카우트 총출동...유례없는 신인 흉작에 구단들 '총력전'
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

"올해도 드래프트 전날까지 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근래 보기 드문 신인 흉작에 구단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드래프트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1라운드 윤곽조차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탓이다. 구단 고위층이 봉황대기가 열리는 여러 구장을 직접 순회하는가 하면, 청소년대표팀 훈련과 대회 현장에 스카우트를 대거 투입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현재 진행 중인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지난 7일 개막해 서울 목동·신월·구의 3개 구장에서 나눠 열린다. 보통 전국대회가 목동이나 포항처럼 한 곳에서만 열릴 때는 스카우트팀 전체가 한 구장에 모여 업무를 분담하지만, 이번처럼 3개 구장으로 분산되면 스카우트도 구장별로 나눠 파견한다. 단 한 경기, 한 선수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는 안간힘이다.

스카우트뿐 아니라 구단 고위 인사들까지 현장 출동에 나섰다. 보통 단장급 이상 인사는 관람 여건이 잘 갖춰진 목동야구장이 아니면 잘 찾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봉황대기에서는 관람 환경이 열악한 구의나 신월 구장에서도 단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단장은 구의에서 경기를 관람한 뒤 곧바로 목동으로 이동하는 등 스카우트 못지않게 바삐 움직인다.

한 구단 단장은 "한 명이라도 더 봐야 결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최대한 많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장은 신인드래프트의 실질적인 최종 결정권자다. 2라운드 이후는 스카우트팀의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지만, 1라운드 지명은 구단 사장과 그 윗선까지 보고가 이뤄지는 중대 사안인 만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이 단장은 "1라운드 후보로 몇몇 선수를 보고받았지만 아직은 확실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대어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조금이나마 선택에 도움을 얻고자 직접 현장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2년 전엔 150km 투수 20명, 올해는 손에 꼽을 정도"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실제로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흉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현승, 김지우 등 메이저리그 구단의 거액 제안을 받은 특급 유망주가 있긴 하지만, 그 외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은 지난 2~3년에 비하면 아쉽다는 게 중론이다.

한 스카우트는 "2년 전만 해도 150km/h 이상 던지는 투수가 무려 20명에 달할 정도로 유망주가 넘쳤지만, 올해는 150km/h 투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140km/h 초중반대 투수가 1, 2라운드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선수층이 얇다"고 귀띔했다.

150km/h 후반대 구속을 자랑하는 유망주조차 실전 경험이나 경기 운영 능력 면에서는 미완성인 경우가 많다. 2학년 때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과 수술 여파로 이제 막 빌드업 중인 선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1라운드 후보였던 엄준상과 박찬민이 미국 진출을 선택하면서 남은 자원은 더 줄었다.

복수 구단에서 내년 36세가 되는 빅리거 출신 최지만의 1라운드 지명까지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다. 이 스카우트는 "1라운드는 몰라도 2라운드부터는 예년과 달리 대학야구 선수가 대거 지명되는 '대학 강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이 최종 변수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고교야구 경기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래프트가 머지않은 8월 현재까지도 1라운드는 확실한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현승을 필두로 김지우, 윤예성, 박근서, 이승원, 이호민, 최지만 등은 1라운드가 확실하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그 이후 순번은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상위 순번도 하현승을 제외하면 구단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에 구단들은 9월 타이완(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대회는 9월 7일부터 드래프트 일주일 전인 13일까지 열린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발표한 18세 이하 대표팀 명단에는 하현승과 윤예성 등 투수 6명, 포수 2명, 내야수 6명, 외야수 4명 등 총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구단이 상위권 유망주들이 집결하는 청소년 대표팀 경기까지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대표팀 내 훈련 태도와 리더십,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의 경기력 등이 지명 순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상당수 구단이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까지 장고를 거듭하다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눈으로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심지어 지명 전날이나 당일에 결정이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올해도 구단들은 스카우트팀을 대거 대표팀 훈련지와 타이완 현지로 파견할 계획이다. 고교 전국대회가 모두 끝난 시점인 만큼 아예 스카우트팀 전원을 현지에 보내겠다는 구단도 나왔다. 예년까진 대표팀에 스카우트를 보내지 않던 구단들도 현지에 사람을 보낼 예정이다. 신인 흉작 속에서 단 하나의 옥석도 놓치지 않으려는 구단들의 스카우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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