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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박지훈(사진=두산)[더게이트=잠실]
왕옌청만 만나면 방망이에 불이 붙는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지훈이 한화 이글스 아시아쿼터 좌완 왕옌청을 상대로 또 한 번 4안타 경기를 작성하며 강력한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두산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2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지훈은 왕옌청을 상대로 3안타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2득점을 올리며 김원형 감독의 선택에 완벽히 부응했다.
'왕옌청 천적' 박지훈, 1회부터 불뿜은 방망이
두산 베어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박지훈(사진=두산)
박지훈의 방망이는 1회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왕옌청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쳐내며 포문을 열었고, 양의지의 볼넷으로 2루까지 진루한 뒤 김민석의 내야안타 때 홈을 밟았다. 2회 2사 2루 상황에서도 적시타가 될 뻔한 우전안타를 날렸다. 다만 2루 주자 김대한이 홈을 파고들다 아웃되면서 타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좌전안타로 세 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상대 좌익수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출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3대 3 동점인 7회엔 무사 2루에서 바뀐 투수 장유호를 상대로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뒤, 박준순의 3점 홈런 때 홈을 밟아 이날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박지훈의 4안타 경기는 올 시즌 두 번째다. 앞서 5월 22일에도 왕옌청이 선발로 등판한 한화 마운드를 상대로 4타수 4안타를 몰아친 바 있다. 리그 다승 공동 선두이자 다른 타자들이 껄끄러워하는 왕옌청과 만나면 오히려 자신감과 타격감이 솟아나는 박지훈이다.
앞선 3경기에서 왕옌청은 두산을 상대로 18.1이닝을 소화하며 2승, 평균자책 1.47로 패전 없이 강했다. 하지만 박지훈에게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왕옌청 상대 11타수 7안타를 기록한 박지훈의 통산 상대 타율은 0.636, OPS는 1.272에 달한다.
왕옌청은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타이완(대만) 대표팀 에이스로 한국전 등판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다. 이 때문에 취재진 사이에서는 박지훈을 대표팀에 '비밀병기로 몰래라도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이 잘 보인다"... 의미심장한 미소
두산 베어스 박지훈(사진=두산)
경기 후 박지훈은 "휴식 기간 후 첫 경기부터 승리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연승도 이어가게 되어 더 기쁜 승리였다"며 "왕옌청 선수를 상대로 기록이 좋은 걸 알고 있었고, 이전에 승부했던 영상을 경기 전에 계속 돌려보면서 준비했다.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상위 타선에 배치해주셔서 더 자신감을 얻고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석에서의 전략 변화도 적중했다. 박지훈은 "그동안은 출루를 하려고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서 버텨야겠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이진영 코치님과 전력분석파트에서 조언해주신 대로 첫 타석부터 초반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스윙을 돌렸다"며 "중심타선에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을 조금은 해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왕옌청을 상대로 유독 강한 이유를 묻자 박지훈은 "이유는 모르겠는데 왕옌청 공이 유독 잘 보이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테이블세터 자리에 배치된 점도 좋았다. 박지훈은 "원래 선발로 나갈 때는 주로 하위 타순이었는데, 오랜만에 테이블세터 자리에 서니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말했다.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룬 김대한과는 경기 전부터 "오늘 진짜 잘해보자, 처음 테이블세터를 하는 거니까 출루도 열심히 하고 잘해보자"고 다짐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왕옌청 공략법을 묻는 동료들도 적지 않았다. 박지훈은 "대한이가 많이 물어봐서 저번에 왕옌청을 상대로 쳤던 경기 영상을 계속 보여줬는데, 대한이도 안타를 쳐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날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린 국가대표팀 멤버 박준순도 취재진과 만나 "왕옌청한테 너무 잘 쳐서 어떻게 치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비밀병기로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지훈은 말없이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5안타 욕심이 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건 없었고, 5안타가 나올까 하는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평소대로 쳤다"고 담담히 답했다.
박지훈은 "오랜만에 팬분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니 다시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며 "앞으로도 팬분들께 좋은 결과로 보답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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