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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러셀 웨스트브룩(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때로는 결말을 보면서도 그게 끝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 자리에 있어봐야 안다. 이제 진짜 끝이다." 트리플더블 제조기 스타 가드가 농구화를 벗는다. 미 프로농구(NBA) 최고 수준의 폭발력을 자랑했던 러셀 웨스트브룩이 13일(한국시간) 18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새크라멘토 킹스와 워싱턴 위저즈의 계약 제안을 마다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2008년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된 웨스트브룩은 연고지 이전과 함께 곧바로 새 구단(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낸 11시즌 동안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과 트리오를 이뤄 2012년 NBA 파이널 무대까지 이끌었다. 다만 당시 마이애미 히트에 무릎을 꿇으며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듀란트가 팀을 떠난 2016-17시즌, 웨스트브룩은 경기당 31.6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경기에서도 하기 힘든 트리플더블을 '시즌 평균'으로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962년 오스카 로버트슨 이후 55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그해 총 42회 트리플더블로 한 시즌 최다 기록까지 새로 쓰며 커리어 첫 MVP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샘 프레스티 오클라호마시티 단장은 웨스트브룩의 은퇴 발표에 맞춰 낸 공식 성명에서 "웨스트브룩은 최고의 승부사였다"고 밝혔다. 프레스티 단장은 "2008년 창단 첫날부터 그가 보여준 내면의 확신과 거침없는 태도가 우리 조직의 토대를 세웠고, 이후 매 시즌 우리 지역사회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영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트리플 더블의 제왕...숫자로 증명한 전설
러셀 웨스트브룩(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개인 통산 209회 트리플더블은 NBA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21년 로버트슨이 보유하던 종전 기록(181회)을 넘어선 뒤 은퇴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격차를 벌려왔다. 통산 득점은 2만 7176점으로 역대 14위, 어시스트는 1만 351개로 역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인트가드로는 역대 최다 리바운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통산 평균 20.9점, 6.9리바운드, 8.0어시스트를 남긴 웨스트브룩은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통산 2만 5000점-1만 어시스트를 동시에 넘긴 유이한 선수다.
코트 밖에서도 스타 기질을 자랑했다. 개성 넘치는 사복 패션으로 NBA 특유의 경기장 출근길 패션 문화를 이끈 것도 웨스트브룩의 공이다. 또한 자신의 좌우명 "Why Not?"을 내건 재단과 개인 기업을 운영하며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 왔다.
다만 화려한 커리어만큼 안티와 비판도 따랐다. 긴 볼 소유 시간과 무리한 슛 초이스, 잦은 턴오버가 늘 비판의 표적이 됐다. 파이널 무대는 2012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긴 커리어에서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것도 오점이다. 우승 반지 없이 커리어를 마감한 레전드 명단에 엘진 베일러, 찰스 바클리, 칼 말론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웨스트브룩의 에이전트 제프 슈워츠 엑셀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새로운 샐러리캡 규정 아래 베테랑 선수들이 이적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비판하는 성명을 별도로 냈다. 슈워츠 대표는 "레이커스가 120억 달러(약 17조 4000억원)에 팔리는데도, 현행 단체협약(CBA) 규정 때문에 구단들은 나이 든 베테랑에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고맙다, 선수노조여"라고 비꼬았다.
은퇴 발표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3분 30초 분량의 영상은 배우 마이클 B. 조던이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공사가 한창인 공간에 앉아 있는 웨스트브룩을 비추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공간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러셀도 마찬가지다." 현역 생활은 끝났지만, 웨스트브룩의 새로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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