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해치'다! LG 생각에 유니폼도 깜빡한 최민준, 16타자 연속 범타 환상투...SSG, LG 잡았다
SSG 최민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SSG 최민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잠실 외야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그라운드 안에는 SSG 랜더스표 매운 고춧가루가 흩뿌려졌다. SSG가 갈 길 바쁜 LG를 상대로 임시 선발투수의 역투와 잠실 거포의 결승 홈런으로 승리를 거두며 발목을 잡았다.

SSG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11차전에서 선발 최민준의 5.2이닝 2실점 호투와 김재환의 결승 2점 홈런, 멀티히트를 날린 박성한과 최지훈의 활약에 힘입어 5대 3으로 승리했다.

경기 전만 해도 SSG의 승산은 많지 않아 보였다. 이날 전까지 LG 상대 2승 8패 절대 열세의 천적 관계. 게다가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이었던 외국인 투수 토마스 해치가 전날 갑작스러운 어깨 불편감을 호소하며 등판이 취소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에 긴급하게 최민준으로 선발을 교체해 경기에 나선 SSG였다.

유니폼도 깜빡한 최민준, 해치 몫까지 올시즌 최고 역투SSG 최민준(사진=SSG)SSG 최민준(사진=SSG)


하지만 해치 대신 등판한 최민준이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치는 반전이 벌어졌다. 이날 본인 유니폼을 챙겨 오지 못해 해치의 유니폼을 빌려 입고 마운드에 오른 최민준은 1회 말 선두타자 볼넷 이후 6회 1사까지 16타자를 연속 범타로 잡아내는 놀라운 피칭을 이어갔다. 최고구속은 144km/h에 그쳤지만, 올 시즌 비중을 늘린 커터를 비롯해 커브·포크볼·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으로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갔다.

LG 선발 송승기도 최근 부진을 씻고 오랜만에 호투를 펼치면서 4회까지는 0의 균형이 이어졌다. 균형이 깨진 건 5회 초 SSG의 공격. 선두타자 최지훈의 안타와 한유섬의 희생번트, 조형우의 우익수 뜬공으로 만든 2사 3루에서 좌완투수 저격수로 선발 출전한 임근우가 중전 적시타로 주자를 불러들여 1대 0으로 앞서 나갔다.

SSG는 송승기가 손가락 물집으로 교체된 6회 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점을 더했다. 구원 등판한 김영우를 상대로 선두타자 박성한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1사 후 전의산이 우중간 담장에 맞는 2루타를 날려 박성한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2대 0으로 리드를 잡았다.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민준을 상대로 꽁꽁 묶였던 LG는 6회 말 1사 후 9번타자 신민재가 이날 팀의 첫 안타를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박해민이 1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송찬의가 좌중간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큼직한 2루타로 이날 첫 득점을 뽑아냈다. SSG가 김민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오스틴 딘이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동점 적시타를 날려 2대 2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민준의 시즌 2승도 이 안타와 함께 날아갔다.

팽팽했던 균형은 8회 초 SSG의 공격에서 다시 깨졌다. 1사 후 박성한의 2루타에 이어 김재환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미터짜리 초대형 투런 홈런을 날렸다. 중견수 박해민이 따라가 점프까지 해봤지만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넘어간 타구. 김재환의 시즌 19호 홈런이자 통산 잠실에서 터뜨린 115번째 홈런포였다. 김재환은 이 홈런으로 개인 통산 1500안타 기록(역대 54번째)도 함께 달성했다.

9회에도 배재준의 폭투로 한 점을 더한 SSG는 9회 마무리 조병현이 문정빈에게 솔로포 한 방을 맞았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5대 3으로 승리한 SSG는 이번 주 4경기에서 3승째를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반면 금요일 경기 6연패를 끊지 못한 LG는 3위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19호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19호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경기후 이숭용 SSG 감독은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하게 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최민준이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아쉽게 본인의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오늘 경기의 수훈선수는 누가 뭐래도 최민준이다. 팀 상황에 따라 잦은 보직 이동에도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어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김재환이 4번 타자다운 스윙으로 귀중한 결승 투런 홈런을 쳐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빠른 발로 쐐기 득점을 만들어준 정준재와 3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최지훈의 활약도 인상적"이라며 "덥고 습한 날씨에도 원정 경기까지 찾아와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남은 주말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으로 팬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임시 선발로 등판해 최고의 투구를 펼친 최민준은 "어제 선발 통보를 받은 뒤 LG 선수들을 생각하느라 유니폼을 못 챙겼다"는 너스레와 함께 "해치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잘 던진 것 같다. 몸에 잘 맞았고, 그래서 '되는 날이구나' 싶었다. 조형우의 리드도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1회 첫 타자 볼넷 이후 16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낸 최민준은 "원래는 볼넷을 주면 큰일났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밸런스가 괜찮다'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 계속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다"면서 "오늘은 속구 스피드가 안 나와도 힘이 실리는 느낌이었다. 타자들이 변화구를 생각하는 타이밍에 빠른 볼을 던져서 잘 잡아낸 것 같다"고 했다.

5회까지 노히트 행진이란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최민준은 "솔직히 (전광판을) 안 보고 있었다. '다음엔 어떻게 던지지'만 생각하면서 올라갔다"면서 "안타를 맞았을 때도 그냥 '안타 맞았네' '다음에 어떻게 던질까' 생각했다. 제발 막자, 6회를 막자, 퀄리티 스타트 좀 하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최민준은 "6회 끝난 뒤 김민이 계속 미안하다고 말해서, '내가 (주자를) 깔아놓고 내려온 거라서 미안할 것 없다고 얘기했다. 선배들이 잘 던졌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분 좋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다음에 다시 선발 기회가 오면 욕심을 낼 거고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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