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VAR 부스 두드리는 소리, 돌아보니 심판위원장이?…월드컵도 못 나가는 이탈리아, 이번엔 심판 스캔들이다
잔루카 로키 심판위원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잔루카 로키 심판위원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는 사상 최대의 스캔들로 휘청였다. 유벤투스 단장 루차노 모지를 중심으로 구단 임원들이 심판 배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도청 녹취록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면서다. '칼초폴리'로 명명된 이 사건은 유벤투스의 2부 리그 강등과 이탈리아 축구의 신뢰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VAR 판독실 유리창을 두드린 손 하나가 그 악몽을 다시 소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1일(현지시간), 세리에A 우디네세와 파르마의 경기에서 기묘한 장면이 포착됐다. 밀라노 외곽 리소네에 위치한 VAR 판독센터. 심판 다니엘레 파테르나는 파르마 수비수의 핸드볼 여부를 모니터로 살피고 있었다. 최초 판정은 노 페널티. 팔이 몸에 붙어 있었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이었다.

그때 정체불명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VAR 부스의 유리창을 '똑똑' 두드린 것이다. 파테르나가 뒤를 돌아봤고, 카메라에는 잔루카 로키 심판위원장이 "그게 페널티야?"라고 입 모양으로 묻는 장면이 생생하게 남았다. 이후 주심은 온필드 리뷰를 실시했고 판정은 번복됐다. 우디네세는 이 페널티킥 결승골로 1대 0승리를 거뒀다.

본래 세리에A의 VAR 판독은 경기장과 분리된 판독센터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판독 심판들은 외부 간섭 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심판위원장이 이 공간에 접근해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냈다는 건 판정의 공정성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행위다.

잔루카 로키는 원래는 이탈리아 심판계의 전설적인 존재였다. 2013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2019년 유로파리그 결승 등 굵직한 경기들을 주관하며 이탈리아 축구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은퇴 후에는 세리에A·B 심판 배정을 총괄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그런 로키 위원장이 이제는 스포츠 사기 혐의로 밀라노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수사 통보를 받은 로키는 즉각 자진 직무 정지를 선언했다. 함께 입건된 안드레아 제르바소니 VAR 감독관도 직무를 내려놨다. 로키는 성명을 통해 "무고함을 증명하고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세리에 A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세리에 A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특정 팀 '핀셋 배정' 의혹까지

검찰 수사의 핵심은 크게 두 줄기다. VAR 판독 과정의 부당 개입, 그리고 특정 구단을 위한 편향 배정이다. 검찰은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는 인터밀란을 주목하고 있다. 로키 위원장이 인터밀란이 기피하는 심판은 빼주고 선호하는 심판은 주요 경기에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의혹이다. 심판 배정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인터밀란의 리그 성적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 칼초폴리가 소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 대상 경기는 인터밀란 대 베로나(2024년 1월 6일)를 비롯해 인터밀란 대 AC밀란(2025년 4월 23일) 등 총 5경기다. 현재 구단 관계자는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베페 마로타 인터밀란 단장은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심판 목록 같은 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의혹의 시선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로키와 제르바소니 외에도 현직 심판 루이지 나스카, 로돌포 디 부올로, 파테르나 3명이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직 심판 다니엘레 미넬리는 "로키 위원장 측이 판독실에 오지 않게 된 뒤부터 심판 오류가 늘었다"는 오묘한 증언을 남겼다. 위원장 개입이 오히려 오류를 막았다는 항변인데, 역설적으로 이탈리아 심판 시스템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드러낸다.

FIGC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도 "징계 사안 없음"으로 종결한 전력이 드러나면서다. 밀라노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연맹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최근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축구 강국의 자존심이 이미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프로리그 심판 스캔들까지 터져 나왔다. 이탈리아 축구계가 이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주워담을지 지켜볼 일이다. 로키 위원장의 첫 소환 조사는 현지 시간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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