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투지가..." 4G 3승 올린 안경 에이스 이정찬, 우신고 봉황대기 8강 견인
이정찬(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이정찬(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목동]

"초반 5점 차로 밀릴 땐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까 큰 점수 차가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던졌더니 투지가 솟았습니다."

0대 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8대 6으로 뒤집었다. 서울 우신고가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난적 마산고에 8대 6 역전승, 대회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6점 차까지 크게 벌어졌던 점수 차를 뒤집고 타임아웃 없는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다.

경기 초반은 마산고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우신고는 1회초에만 안타 6개와 실책 2개로 마산고에 5점을 헌납했다. 마산고는 고건우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이태강과 김현우가 차례로 타점을 올렸다. 4회초에도 1점을 더 내주면서 0대 6까지 끌려갔다. 타선 역시 5회까지 마산고 선발 정성욱에게 단 1안타로 묶이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6회말 우신고 공격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드래프트 1라운드 후보로 주목받는 마산고 이윤성의 난조를 틈타 무사 만루를 만든 우신고는 밀어내기 볼넷과 김홍민의 중전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포수 신현민이 좌익선상을 가르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려 5대 6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기세를 탄 우신고는 민두현의 2루타와 최승우의 적시타를 묶어 7대 6 뒤집기에 성공했고, 7회말 1점을 더 보태 쐐기를 박았다.

시속 148km 구속 상승! 안경 에이스 이정찬의 호투현수막을 펼친 우신고(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현수막을 펼친 우신고(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우신고의 역전쇼 뒤에는 3학년 에이스 이정찬의 역투가 있었다. 팀이 0대 6으로 뒤진 4회 구원 등판한 이정찬은 5.2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마산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최고 시속 148km에 이르는 빠른볼와 주무기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3승(무패)째를 올린 이정찬은 공식경기 18경기 6승 3패, 평균자책 1.13로 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이정찬은 경기 후 "야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역전에 성공한 뒤에는 승기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더 집중해 던졌다"고 돌아봤다. 종전 자신의 최고 기록(시속 146km)을 갈아치운 이날 속구 구속에 대해서는 "여름철이라 처지지 않도록 파워와 순발력 운동 위주로 훈련을 치른 게 주효했다"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포수 신현민과 상황별로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진 점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우신고 선수들은 경기 직후 마치 우승팀처럼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발산했다. '또 해냈습니다! 봉황대기 8강 진출'이라 적힌 현수막을 펼친 선수들은 교가를 부르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올해 청룡기 8강에 이어 봉황대기에서도 8강 고지를 밟은 우신고는 이제 야구부 역사상 전국 대회 최고 성적인 4강을 바라본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한 이정찬은 "팀의 1차 목표였던 8강을 달성했으니 이제 더 큰 목표를 품고 던지겠다"며 "남은 시간 동안 우신고 동료들과 최대한 오랫동안 야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호투를 현장에서 여러 구단 스카우트가 직접 관찰한 만큼, 한 달 뒤 열리는 드래프트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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