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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제프 베조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중동 왕족과 오일머니, 러시아 신흥 재벌이 20년 가까이 장악해 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주 명단에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대거 진입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에두아르도 세버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가 잉글랜드 명문 리버풀 지분을 전격 인수했다. 글로벌 축구판을 흔들던 '오일머니 시대'를 지나 '빅테크 자본 전쟁'의 막이 올랐다.
리버풀 구단주 펜웨이스포츠그룹(FSG)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베조스가 참여한 투자 컨소시엄 '1892홀딩스'에 구단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1892홀딩스가 사들인 리버풀 지분은 약 38%로 확정됐다. 거래 금액은 27억 달러(약 3조 9150억원)에 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단순 환산한 리버풀의 전체 기업 가치는 70억 달러(약 10조 1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구단 주인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번 계약에는 1892홀딩스가 향후 1년 안에 약 80억 달러(약 11조 6000억원)의 평가 가치로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다만 디 애슬레틱은 이 조항이 강제 조건이 아니며 추가 투자를 위한 선택권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1892홀딩스는 잉글랜드 2부 퀸즈파크레인저스(QPR) 공동구단주를 지낸 영국계 인도인 사업가 아미트 바티아가 이끈다. 베조스는 개인 투자사 K5스포츠를 통해 주도적 투자자로 나섰고, 세버린 부부도 가족 투자회사 EE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댔다. 베조스에게는 생애 첫 프로스포츠 구단 투자다.
팬웨이스포츠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기술 전문가들을 모아 구단의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FSG는 과반 지분과 경영권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바티아는 "리버풀의 리더십을 깊이 신뢰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통 자본 지나 '빅테크 머니'로 세대교체?
정상에 오른 리버풀(사진=리버풀 FC SNS)EPL을 향한 거대 자본의 유입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족 셰이크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해 8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2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품었다. 첼시 역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거쳐 미국계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었다.
미국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미 EPL 20개 구단 가운데 11곳을 미국계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다만 기존 미국 구단주들은 부동산과 전통 유통업 등에서 부를 일군 경우가 다수였다. 기술 혁신으로 천문학적 부를 쌓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EPL 직접 참전은 결이 전혀 다른 신호로 읽힌다.
실리콘밸리 자본의 침투는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는 2019년 시티풋볼그룹 지분 10%를 사들여 기술 자본의 발판을 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된 데 이어, 최근 런던 북부 토트넘 지주사 지분을 두고도 기술 컨소시엄과 기존 대주주 간 물밑 분쟁이 벌어졌다.
오일머니와 국부펀드가 독차지하던 영국 축구 구단주 명단의 상단에 이제는 테크 거물들의 이름이 차례로 새겨지고 있다. 지분 인수를 마친 베조스와 1892홀딩스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실리콘밸리식 기업 운영법이 축구 종가에 가져올 변화의 실체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나타났던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가 축구단으로 옮겨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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