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조건부' 창원 잔류 선언 "다시 한번 믿어본다"...공은 이제 창원시로 넘어갔다
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

[더게이트]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 검토를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에 창원 잔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영구적인 잔류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조건부' 잔류에 가깝다. NC가 창원시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 만큼, 이제 공은 다시 창원시로 넘어갔다.

NC는 2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창원특례시에서 구단 운영을 이어가고자 한다"며 창원 잔류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3월 창원NC파크 시설물 추락 사고를 계기로 5월 30일 연고지 이전 검토를 공식화한 지 약 1년 3개월 만이다. NC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연고지 이슈로 팬 여러분께 오랜 시간 걱정과 불확실성을 안겨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함께 전했다.

새 집행부의 화답, 그리고 시즌 막판창원시장과 NC 다이노스의 만남(사진=NC)창원시장과 NC 다이노스의 만남(사진=NC)

NC가 이 시점에 잔류를 선언한 배경에는 최근 몇 달간의 상황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C는 입장문에서 "책임감 있는 시설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해 2026년 1월 1일부로 창원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창원NC파크 및 마산야구장의 시설 전반을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단이 요구해 온 버스 노선 확대 등 일부 사항도 실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NC는 특히 "구단의 의견을 경청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 주신 강기윤 창원특례시장님을 비롯한 창원특례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새 시장 체제 이후 시와 관계가 개선됐음을 시사했다.

창원시의회 차원의 행정적 뒷받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원시는 지난해 12월 시설관리, 연간 광고 계약, 비시즌 프로그램 운영, 셔틀버스 운행 등을 묶은 지원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문화환경도시위원회 계수조정을 거쳐 12월 30일 본회의에서 약 25억원 규모로 최종 통과됐다. NC 입장문에 언급된 시설관리 이관의 근거가 된 '창원NC파크 및 마산야구장 관리·위탁계약 변경 동의안' 역시 최근 시의회를 통과하며, 창원시설공단이 야구장 유지관리와 개보수를 전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선언에 작용했을 법하다. NC는 21일 현재 5위 두산 베어스에 7.5경기 차 뒤진 6위로 가을야구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연고지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선수단과 팬들의 피로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단이 마냥 답을 미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선언을 영구적인 잔류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NC가 낸 입장문만 봐도 행간 곳곳에 이 잔류가 어디까지나 '조건부'라는 점이 드러난다. 가령 NC는 "선수단의 훈련 시설 개선과 팬들을 위한 주차장 확대, 철도 노선 확대 운영 등 이행까지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남아 있는 과제들 역시 당초 협의한 방향에 따라 반드시 이행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구단이 창원시에 요구해 온 21개 항목 가운데 실질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시설관리 이관과 일부 버스 노선 확대 정도다. 관중석 증설, 2군 훈련시설, 주차장 확충, KTX 증편 등 핵심으로 꼽혔던 사안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착수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창원특례시를 다시 한번 믿어보며 구단 운영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표현도 결국 모든 것이 신뢰와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16년간 쌓인 불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NC 다이노스는 경상남도,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FC와 친환경적 관람 문화 조성을 위해 프로 스포츠 경기장 다회용기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NC)NC 다이노스는 경상남도,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FC와 친환경적 관람 문화 조성을 위해 프로 스포츠 경기장 다회용기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NC)

NC가 이처럼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구단 창단 당시부터 지금까지 16년간 창원시와 쌓여온 갈등과 불신의 역사 탓이다. 2군 구장 부지와 신구장 입지, 신구장 명칭 등을 둘러싸고 계속된 시의 일방적 행정이 대표적이다. 2010년 구단 유치 당시 구장 사용료 면제를 약속하고서 신구장이 완공되자 "기존 마산야구장 얘기였다"며 말을 바꿔 330억원의 사용료를 요구한 일도 있었다.

창단 당시부터 줄기차게 호소한 교통 개선, KTX 증편 등은 시장이 바뀌어도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안전사고 이후 창원시의 초기 대응 미흡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으로 NC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었다. NC와 야구계의 창원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가운데 이제야 조금씩 복원해 나가는 상황. 이번 잔류 선언에 "믿어보며"라는 단서가 붙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단이 요구한 과제들이 모두 이행되려면 짧게는 1~2년, 길게는 그 이상이 걸린다. 그사이 창원시의 정치 지형이 바뀔 수도 있고, NC 모기업이나 야구단을 둘러싼 상황 변화 가능성도 있다. 다른 지자체들의 구단 유치 움직임이나 새 야구장 건립 논의가 정교화되고 구체화될 수도 있다. 약속이 지켜지기까지의 시간 동안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언제 어디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그런 만큼 이번 선언을 '연고지 이전 논의의 완전한 종료'로 못 박기보다는, 창원시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유예 선언으로 보는 쪽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제 공은 창원시로 넘어갔다. NC는 창원시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그 믿음이 영구적으로 창원시와 함께할 만큼 신뢰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예전처럼 또 한 번의 실망으로 끝날지는 온전히 창원시의 손에 달렸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금 보여주는 진정성과 신뢰를 계속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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