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1R에서 뽑을 선수 없는데 학폭 이슈까지...올해 드래프트도 눈치게임? 스카우트들은 괴롭다
고교생 선수를 관찰하는 스카우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고교생 선수를 관찰하는 스카우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그 선수요? 우리 구단은 지명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른 선수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최근 고교야구 현장에서 만난 한 지방구단 관계자가 툭 던진 말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1라운드 지명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모 선수 얘기를 꺼내자 이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는 "그 선수를 우리 구단을 포함해 몇몇 팀에서 1라운드 후보로 검토했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논의 끝에 제외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단순 소문이 아니라 상당히 가능성 있는 얘기 같다. 우리 구단 특성상 학폭 연루 선수를 뽑기는 어렵다. 구단 수뇌부나 모기업에서도 원하지 않는다. 1라운드는 물론 그 뒤 순번에서도 지명은 어렵지 않겠나."

학폭 소문에 골머리 앓는 구단들고교 유망주들의 학교폭력 이슈가 또다시 불거졌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고교 유망주들의 학교폭력 이슈가 또다시 불거졌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학교폭력 이슈는 해마다 구단들을 괴롭히는 난제다. 매년 신인드래프트가 다가올 때마다 고교·대학 유망주를 둘러싼 학폭 소문이나 과거 기록이 스카우트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학폭 가해자라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선수라면 차라리 낫다. 아예 후보군에서 지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말 골치 아픈 쪽은 실체 없이 소문만 무성한 경우다. 눈여겨본 유망주가 자칫 학폭 가해자로 꼬리표가 붙으면 지명 뒤 벌어질 후폭풍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문 탓에 지명을 포기한 선수가 리스크를 털고 다른 팀에서 아무 문제없이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구단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사설탐정 못지않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애쓰지만, 의혹을 100% 깨끗하게 걷어내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학폭 문제를 부모의 권력과 비싼 변호사로 '해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니 실체 파악은 더 어려워졌다.

2020년 NC 다이노스의 지명 철회 사태와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을 둘러싼 논란 이후 구단들은 학폭 문제에 더 신중하고 예민해졌다. 거듭된 논란에 KBO가 드래프트 참가 신청제와 서약서·생활기록부 제출 의무화 등 안전장치를 강화했으나 여전히 구멍이 남아있다 보니 논란은 매년 되풀이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드래프트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선수를 둘러싼 학폭 의혹에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혹의 대상 중에는 1라운드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자원은 물론, 한때 몇몇 미국 구단이 관심을 보였던 선수도 포함됐다.

1라운드 후보로 언급됐던 모 선수는 현 상황에서 상위 지명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고교 시절 불거졌던 문제는 어느 정도 봉합됐으나, 또 다른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학폭 가해자는 대개 한 명만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고교 시절 문제가 된 선수는 초등·중학교 때도 가해자였던 경우가 많아 언제 숨은 뇌관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기량만 놓고 보면 1라운드 후반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를 두고 대다수 구단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한 스카우트는 "2라운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사회적 책임에 둔감하고 여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팀이 두 세 군데 있으니 3, 4라운드쯤 베팅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미국 구단의 레이더에 올랐던 지방 유망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교 시절 문제는 매듭지었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들은 그 이전의 다른 불씨가 시한폭탄처럼 남아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지명 전까지는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가, 유니폼을 입힌 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돌다리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얇은 선수층, 학폭 악재까지 겹쳤다고교야구의 학폭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사진=더게이트)고교야구의 학폭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사진=더게이트)


스카우트들은 "안 그래도 선수가 없는데 대상자가 더 줄어들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예년보다 상위 지명 풀이 얕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순위 하현승, 2순위 김지우처럼 이미 도장을 찍은 거나 다름없는 선수도 있지만, 그 뒤 순번부터는 100% 확신을 주는 선수가 없어서 문제다.

150km/h 이상을 뿌리는 투수가 2년 전만 해도 20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한 손으로 꼽을 수준으로 줄었다. 엄준상·박찬민 등 1라운드급 자원들이 미국행을 택하면서 남은 풀은 더 앙상해졌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최지만의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게 오르내리고, 2라운드부터 대학 선수가 대거 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고교 자원이 빈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고를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상위 지명 후보들의 학폭 변수까지 겹쳤다. 판을 짜야 하는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엔 학폭 문제가 있는 선수는 미리 피해자들과 합의해서 해결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그것도 피해자가 한두명 수준일 때 가능한 얘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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