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도루 17개' 양의지·강백호보다도 안 뛰는 키움의 느림보 야구...리그 역사상 최소도루 신기록 세울라
지난해 팀내 도루 1위였던 송성문(사진=키움)지난해 팀내 도루 1위였던 송성문(사진=키움)

[더게이트]

키움 히어로즈의 '히어로' 명단에 플래시나 퀵실버는 속해있지 않은 모양이다. 사상 최초 '4년 연속 10위' 위기의 키움이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바로 KBO리그 역대 한시즌 팀 최소 도루 신기록이다.

키움은 21일까지 114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도루 17개에 그쳤다. 이는 10개 팀 가운데 압도적인 최소치다. 두 번째로 도루가 적은 KT 위즈의 44개와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도루 1위팀 NC 다이노스가 기록 중인 도루 121개와 비교하면 1/7 수준. NC가 실패한 도루(43차례) 수만으로도 키움의 시즌 성공 숫자 두 배가 넘는다.

역대 한 시즌 팀 최소 도루 기록은 2001년 KIA 타이거즈가 남긴 30개다. 그해 KIA에서 최다 도루 선수는 7개의 이종범으로 두 자릿수 도루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만약 키움이 현재 페이스대로 144경기를 마치면 시즌 21도루가 되는데, 이 경우 키움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팀 도루 30개 미만을 기록하는 팀이 된다.

도루 기회 대비 시도 횟수를 나타내는 도루 시도율을 보면 키움이 얼마나 안 뛰는 팀인지 나타난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키움의 도루 시도율은 1.4%로 절대 뛰면 안되는 선수인 양의지(1.6%)나 강백호(1.8%)보다 낮은 수치다. 올 시즌 키움은 3루 도루를 단 한 차례 시도해 실패했고, 좌완투수를 상대로 감행한 도루 시도도 네 차례에 불과하다.

7월 1일 LG 트윈스전부터 21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는 12경기 동안 도루 시도가 아예 없었다. 7월 한 달간 키움이 기록한 팀 도루는 2개(0실패)뿐이다. 8월 들어 치른 13경기에서도 도루 시도는 두 차례에 그쳤고, 모두 실패로 끝났다. 7월 29일 LG전에서 서건창이 도루에 성공한 뒤로는 15경기 연속 도루가 나오지 않고 있다.

"뛰는 야구" 선언 무색…뛸 선수도 없다키움 외야수 이주형(사진=키움)키움 외야수 이주형(사진=키움)


사실 키움은 원래도 도루를 적극적으로 하는 팀은 아니었다. 도루 성공률이 78% 이하면 오히려 득점 기대치를 깎아먹는다는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에 의거해,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도루를 자제하는 팀 컬러가 뚜렷했다. 김하성과 김혜성이 펄펄 날아다니던 시절에도 전체 도루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에는 타선에 홈런타자와 강타자가 풍족해서 굳이 무리해서 뛸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2022년 키움의 도루 시도율은 4.2%로 리그 최저였다. 2023년(3.2%)과 2024년(4.3%)까지 3년 연속 리그 최저 시도율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5.4%로 KT(3.7%)를 앞질렀지만, 올해 다시 압도적인 꼴찌로 내려앉았다.

라인업에 뛸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25도루로 팀 내 1위였던 송성문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팀 내 2위(15개)였던 이주형마저 부상에 시달리다 전력에서 이탈했다. 놀랍게도 햄스트링을 다치기 전까지 4도루를 기록한 이주형이 여전히 키움 팀내 최다 도루 선수다.

지난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임지열과 박주홍은 원래 뛰는 야구에 적합한 선수가 아니다. 임지열은 올 시즌 도루 1개에 그치고 있고, 박주홍도 3개뿐이다. 그렇다고 서건창과 안치홍, 이형종, 최주환 같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은 도루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신인급 선수 중에도 발이 빠르거나 기동력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고, 타율과 출루율이 낮아서 뛸 기회도 거의 없다. 1루는 훔칠 수 없는 법이다.

안 뛰어도 너무 안 뛰는 키움 야구...상대 배터리는 편하다김혜성과 함께 키움의 도루도 사라졌다(사진=키움)김혜성과 함께 키움의 도루도 사라졌다(사진=키움)


올시즌 키움의 팀 타율은 0.245로 리그 꼴찌다. 팀 득점도 449점으로 최하위, 홈런은 83개로 뒤에서 두 번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678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0.700을 밑돈다. 경기당 평균 득점 역시 3.94점으로 유일한 3점대다. 다음으로 득점력이 낮은 두산 베어스(4.68점)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한 경기 4점을 기대하기 힘든 빈공 탓에 투수가 호투하고도 패전을 떠안거나 승리를 날리는 상황이 잦다.

전통적인 야구 이론에선 키움처럼 공격력이 약한 팀은 활발한 도루로 부족한 파워를 메우려는 경향이 있다. 홈런이나 2루타를 치기 어려우니, 단타나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를 통해 2루타 같은 효과를 내려고 시도하게 마련. 하지만 키움은 원래부터 안 뛰는 팀인데다 뛸 선수마저 없다 보니, KBO리그에 역사에 남을 수준의 거북이 야구를 하고 있다.

물론 안 그래도 공격력이 약한데 아까운 아웃카운트를 도루실패로 날리지 않으려는 계산일지 모르나, 상대가 베이스에만 붙어 있으면 상대 입장에서는 이보다 고마운 일도 없다. 누상에 위협적인 주자가 있어야 투수도 신경을 쓰고, 주의가 분산되고, 볼배합이나 수비 전술에도 변화의 여지가 생긴다. 주자가 뛴다는 위협 자체가 없으면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에만 100%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리그 최악의 공격력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면, 뛰는 시늉이라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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