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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가공의 동생을 만들어 나이를 속인 세베리노 사건(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더게이트]
영화나 드라마 작가가 이런 시나리오를 써냈다가는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욕 먹을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중남미 야구 유망주들이 나이를 속이려고 서류를 위조하는 건 흔한 일이라지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의 사망신고서를 내고 가짜 무덤까지 만드는 사기극은 상상조차 못 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내야수 데이비드 세베리노를 나이 위조 혐의로 자격정지했다. 스포츠 매체 ESPN과 디애슬레틱은 29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세베리노의 신분 세탁 사실을 확인한 MLB 사무국이 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언젠가 분명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나올 법한 스토리는 이렇다. 세베리노의 본명은 다우리 데이비드 세베리노 다마소. ESPN에 따르면 세베리노의 실제 나이는 16세(2010년 4월 2일생)다. 2023년 당시 세베리노를 가르치던 트레이너가 부모 동의 아래 '데이비드 세베리노 다마소'라는 가공의 동생을 만들었다. 이 인물 앞으로 2011년 12월 20일생 출생신고서가 뒤늦게 접수됐고, 의료·학교 기록도 함께 위조됐다. 이때부터 다우리는 가상의 동생 데이비드로 살기 시작했다.
가짜 출생신고 2년 뒤에는 원래 신분인 다우리 앞으로 허위 사망신고서가 제출됐다. 2012년 5월 5일 호흡기 질환으로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약 120km 떨어진 라 로마나 지역 묘지에는 가짜 비석까지 들어섰다.
신분을 세탁해 13세 유망주로 둔갑한 세베리노는 지난해 12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280만 달러(약 40억 6000만원) 규모 가계약을 맺었다. 계약 가능 연령인 17세가 되는 2029년 정식 입단하는 조건이었다.
나이 13살로 속여서 280만 달러 계약 따냈는데 취소세베리노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산티아고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선수 70여 명을 메이저리그에 보낸 베테랑 트레이너조차 감쪽같이 속았다. 2023년 말 트라이아웃에서 신분이 바뀐 세베리노를 처음 본 존 페레이라는 이후 2만 달러(약 2900만원)를 주고 세베리노의 권리를 사들였다.
페레이라는 EPSN과 인터뷰에서 "동생이 어릴 때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무덤을 찾아가 확인했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건 보통 배짱이 아니다. 가짜 출생 서류는 봤어도, 이 정도로 판을 짠 건 처음 본다.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살면서 이런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세베리노의 계약에 문제가 생겨 MLB가 조사를 시작했고, 얼마 안 가 280만 달러 가계약은 무산됐다. 정상적인 나이였다면 2027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 대상자였을 세베리노는 이번 징계로 계약 가능 시기가 1년 더 미뤄졌다. 나중에 다른 구단과 계약하더라도 계약금은 1만 달러(약 1450만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중남미 시장에서 끊이지 않는 나이 위조와 어린 유망주들의 잇따른 실패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골치거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드래프트를 시행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성사된 적은 없다. 이를 두고 현지에선 '부스코네'로 불리는 중남미 브로커들이 전직 메이저리거 등 거물급 인사와 결탁해 뒷돈을 챙기고, 이 때문에 선수노조가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진저리가 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최근 들어 신분 검증이 어려운 10대 초반 중남미 선수들과의 조기 구두계약을 줄이는 추세다. 덕분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금 한도를 다 쓰지 못하는 구단이 많아졌는데, 이는 최근 한국 고교 유망주들이 실력에 비해 높은 계약금을 받고 미국 구단과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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