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99명 세금 1억 히로시마 응원, '선거법 위반' 논란…"강원FC에 속았다"는 강원도 [더게이트 탐사]
2025년 11월 4일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에서 강원FC 선수단을 격려하는 김진태 전 강원도지사2025년 11월 4일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에서 강원FC 선수단을 격려하는 김진태 전 강원도지사

[더게이트]

2026년 6·3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둔 2025년 11월 4일 저녁,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 원정석에 주황색 옷을 입은 200여 명이 모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4차전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붙는 강원FC를 응원하러 온 강원도민들이었다.

이들은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인 오후 5시 30분, 가로 10m 현수막 앞에 모여 '구단주 말씀'을 듣고 단체사진을 찍은 터였다. 구단주는 김진태 당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였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강원도와 강원FC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원정 응원에 든 여행대금 1억 1412만 9800원은 전액 강원도가 강원FC에 준 도비 보조금에서 나갔다. 이 과정을 상세히 아는 제보자는 "원정응원 경비가 1인당 72만원이었다. 도민은 22만원만 내면 됐고, 나머지 50만원은 도비 보조금으로 메웠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추진할 때부터 도 내부에서 우려가 많았다"며 "누가 봐도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하는 거였다. 6·3 선거가 불과 7개월 남은 시점에 도가 70% 이상의 경비를 부담한 채로 도민을 우르르 모시고 일본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지사는 6·3 지방선거에서 '다른 당'인 우상호 후보에게 패했다.

주총에서 김진태 지사가 '원정 응원' 제안…201명 떠났다강원FC 주주총회에서 연설하는 김진태 전 지사(사진=강원FC)강원FC 주주총회에서 연설하는 김진태 전 지사(사진=강원FC)

'원정 응원'의 최초 제안자는 김진태 지사였다. 2025년 3월 강원FC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지사는 "도민과 함께하는 해외 원정 응원단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7개월 뒤인 10월 27일 강원도는 '김 지사가 제안한 대로'라며 구단 온라인 사연 접수로 응원단을 모집한다고 알렸다. 100명 모집에 556명이 몰렸다.

애초 계획안은 팬 100명 외에 도지사와 비서실, 도의회 10명, 18개 시·군 시장·군수 전원과 수행 인원 42명, 교육감, 도체육회장, 강원랜드 임직원 50명 등 238명 초청이었다.

그러나 실제 참가자는 201명이었다. 도내 시장·군수는 한 명도 가지 않았다. 도민 팬 99명에,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등 도 대표단 16명, 도의회 사회문화위원장을 포함한 도의원 5명, 도지사 특별보좌관 2명,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임직원 51명, 지역 인사 4명이 명단에 올랐다.

여행대금 1인당 22만원 부담, 나머지 50만원은 강원도가 보전2025년 10월 27일자 강원도 보도자료2025년 10월 27일자 강원도 보도자료

강원도는 2025년 10월 27일 보도자료에서 "참가자는 1인당 전체 경비의 30%를 자부담하며, 구단주인 김진태 지사 역시 동일한 조건으로 자부담을 부담하고 응원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흘 전인 10월 23일 강원도 체육과는 이미 '강원이 나르샤 응원단 원정응원 및 스포츠 교류 참가 국외출장여비 지급 결의'를 전결 처리한 상태였다.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비서실 4명 등 대표단 16명의 항공·숙박 여비 1478만 8620원을 도 예산인 '국외업무여비'에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1인당 92만 4000원꼴이었다.

도민은 22만원을 내고 갔고, 지사 일행은 2박 3일 여비 전액을 도 예산에서 받은 것이다. 결의 시점이 발표보다 앞선다는 건, 도가 '지사 자부담'을 도민에게 알렸을 때 이미 지사 여비를 도 예산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해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앞에서는 '내 돈 내고 간다'고 발표해놓고, 뒤에서는 경비를 도 예산으로 갈 채비를 마쳐둔 것이다.

출장 목적은 '스포츠 외교 역량 강화 및 일본 지역과의 다각적 교류 확대'로 적혔다. 응원이 아니라 외교로 분류된 것이다. 제보자는 "도 담당자도 찜찜했는지 원정 기간에 총영사 관저 오찬과 청소년문화센터 방문 보도자료를 같은 날 두 건이나 냈다"고 말했다.

이중 지원 정황도 있다. 대표단이 현지에서 탄 하이에이스 2대 비용 691만 2000원은 강원FC가 냈다. 구단 정산 내역서에 '강원특별자치도 대표단 사용(도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도 예산으로 여비를 받은 대표단의 차량비를 구단 보조금이 다시 부담한 것이다. 지사 일행이 사비나 도 예산으로 냈어야 할 돈을 구단 보조금이 대신 낸 모양새다.

11월 3일과 4일 차량 세 대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한 오버타임 비용 120만원도 구단 몫이었다. 경기는 밤 9시에 끝났다. 도지사 특별보좌관 2명은 대표단과 함께 움직였는데도 팬과 같은 조건으로 22만원만 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스스로 '용도 외 사용' 판정…선거법 '직무상 행위' 예외 막혀강원FC가 강원도에 제출한 '히로시마 원졍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강원FC가 강원도에 제출한 '히로시마 원졍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

공직선거법 제113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선거구민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선거 시기와 관계없이 금지한다. 도지사가 구단주인 구단이 사연 심사로 뽑은 도민 99명에게 1인당 50만원을 보전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지자체장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면 제112조 2항을 들어 '정당한 직무상 행위'였다고 항변한다. 지자체가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해 자체 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금품 제공은 '직무상 행위'로 기부행위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도민 해외 원정 응원의 경비를 보전하도록 정한 법령이나 강원도 조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기에 강원도는 이 지출을 스스로 '용도 외 사용'으로 판정하기까지 했다. 항변의 방패를 강원도가 제 손으로 걷어찬 셈이다.

2026년 4월 8일 강원도가 강원FC에 보낸 공문서 내용.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를 도 보조금을 통해 집행한 걸 인정할 수 없으니 12월 5일까지 1억 1522만 2917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다2026년 4월 8일 강원도가 강원FC에 보낸 공문서 내용.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를 도 보조금을 통해 집행한 걸 인정할 수 없으니 12월 5일까지 1억 1522만 2917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다

더게이트 탐사보도팀 취재 결과, 2026년 4월 8일 강원도는 [2025년 도비보조금 정산 확정 통보]에서 '집행불인정액 1억 1427만 490원에 이자를 합쳐 1억 1522만 2917원을 올해 12월 15일까지 반납하라'고 강원FC에 통보했다.

불인정액은 응원단 여행대금 1억 1412만 9800원과 거의 일치한다. 강원도 체육과 관계자는 "불인정액이 응원단 원정응원 경비를 뜻하는 게 맞다"며 "강원FC가 도비 보조금을 잘못 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히로시마 원정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위해 쓰라고 도 보조금을 준 것이지, 원정응원 대금으로 쓰라고 준 게 아니"라며 책임을 강원FC에 돌렸다. 더게이트 취재진이 "그렇다면 강원FC가 도 보조금을 원정응원 경비로 쓴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소리냐. 강원FC에 속았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셈"이라고 했다.

강원FC에게 속았다는 도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 모 체육계 관계자는 "강원FC가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들어줬던 게 '강원FC에 속았다'고 주장한 바로 그 관계자"라며 "히로시마 원정응원에 본인이 참가까지 했다. 그런 분이 어떻게 '도 보조금이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에 쓰인 줄 몰랐다고 할 수 있나.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뜻이고, 알았다면 위법을 눈감아줬다는 말이다. 무엇이 맞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귀국 당일 "예산 지원 더 많이 하겠다"…변호사 "청탁금지법 문제도 보여"김진태 강원도지사(사진 오른쪽 앞줄)가 2025년 11월 3일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을 방문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강원FC 선수단을 격려하는 장면.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사진 맨 오른쪽)가 김 지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김진태 강원도지사(사진 오른쪽 앞줄)가 2025년 11월 3일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을 방문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강원FC 선수단을 격려하는 장면.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사진 맨 오른쪽)가 김 지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진태 지사는 응원단이 귀국한 2025년 11월 5일 강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강원FC 응원도, 예산 지원도 더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출국 직전인 10월 27일에도 김 지사는 "올해까지 최근 3년간 강원FC에 120억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더 예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공직선거법 제86조 1항은 공무원이 선거구민에게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 포함)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도비로 모인 도민 200명 앞에서 연설하고, 귀국 당일 예산 확대를 약속한 것이 선관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원도가 낸 보도자료 다섯 건 중 세 건은 제목이 '김진태 지사'로 시작한다.

사람법률사무소 이제일 변호사는 "선거법 외 청탁금지법 문제도 보인다"며 "강원FC 보조금을 심의하는 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 의원들, 공공기관인 강원랜드 임직원, 지역 인사가 1인당 72만~102만원 상당의 여행에 참가했다. 이들이 각각 얼마를 부담했는지는 문서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원FC는 지난해 12월 강원도에 '도 보조금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 강원FC는 도 보조금 사용액 가운데 '원정경기 지원'으로 1억1천413만원을 썼다고 강원도에 알렸다. 이 돈이 바로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다. 당시 강원도는 강원FC의 사업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4개월이 흐른 뒤 이 돈이 '원정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위해 쓰인 지원비로 알았다'며 '원정응원 경비로 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프로축구단이 시민 혈세를 어떻게 써도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았어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강원FC는 지난해 12월 강원도에 '도 보조금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 강원FC는 도 보조금 사용액 가운데 '원정경기 지원'으로 1억1천413만원을 썼다고 강원도에 알렸다. 이 돈이 바로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다. 당시 강원도는 강원FC의 사업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4개월이 흐른 뒤 이 돈이 '원정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위해 쓰인 지원비로 알았다'며 '원정응원 경비로 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프로축구단이 시민 혈세를 어떻게 써도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았어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선거를 일곱 달 앞둔 강원도지사가 자신이 구단주인 축구단을 통해, 심사로 뽑은 도민 99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세금을 보태 해외 응원을 도왔다. 여기다 자신을 견제해야할 도의회 의원들까지 세금을 써서 데려갔다.

근거 법령은 고사하고, 조례도 없었다. 강원도는 뒤늦게 이를 '용도 외 사용'으로 판정해 전액 환수를 명령했다.

공적 자산은 맡겨진 것이지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진태 전 지사는 도가 출자한 구단과 도가 준 보조금, 즉 자기 것이 아닌 두 개의 공적 자산을 선거 일곱 달 전 도민 응원단이라는 자기 이름의 행사에 동원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두고 도지사가 직접 제안한 해외 원정응원에 도민들을 모집하고, 1억원이 넘는 도비를 투입했다면 단순한 축구 응원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강원도 스스로 해당 지출을 ‘용도 외 사용’이라고 판정했다"며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고 세금으로 그 비용을 치른 것은 아닌지 명백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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