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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스탠 크론키 새 구단주(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LA 에인절스 팬들에게는 오늘이 진짜 독립기념일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구단주 교체 소식을 접한 에인절스 팬들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7월 4일이지만, LA 에인절스 팬들에게는 9월 1일이 진정한 해방의 날이다. 20년 넘게 최악의 운영으로 팀을 망친 구단주 아르테 모레노가 마침내 구단을 매각하고 손을 뗐다.
LA 에인절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 구단주 스탠 크론키가 이끄는 크론키스포츠앤드엔터테인먼트(KSE)에 구단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메이저리그(MLB) 구단주 회의 승인을 거쳐 2027년 1분기 안으로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크론키는 성명을 통해 "에인절스는 거대 시장에 단단히 뿌리내린 명문 구단"이라며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드리스 기록 넉 달 만에 경신…역대 최고액
아르테 모레노(사진=MLB.com)에인절스 매각 대금은 4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로 확정됐다. 이는 MLB 구단 매각 역사상 역대 최고액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4월 호세 펠리시아노와 콴자 존스 부부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사들이며 세운 39억 달러(약 5조 6550억원), 그 이전 최고액은 스티브 코헨이 2020년 뉴욕 메츠를 인수하며 쓴 24억 달러(약 3조 4800억원)였다. 디 애슬레틱은 복수의 리그 관계자를 인용해 "업계에서는 실제 에인절스의 시장 가치를 4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모레노는 2003년 월트디즈니로부터 1억 8400만 달러(약 2668억원)에 구단을 사들였다. 에인절스가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직후였다. MLB 사상 첫 라틴계 구단주로 주목받으며 블라디미르 게레로, 바톨로 콜론 등 대형 스타를 영입해 초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팀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여섯 시즌 중 다섯 번이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올랐고, 2003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300만 관중을 넘기며 흥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행보는 참담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마이크 트라웃의 데뷔 3년 차였던 2014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이후로는 11시즌 연속 루징 시리즈를 이어갔고,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라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슈퍼스타 둘을 동시에 보유하고도 가을야구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오타니는 결국 FA 자격을 얻어 지역 라이벌 LA 다저스로 떠났다. 먹튀 앤서니 렌던에게 7년간 2억 4500만 달러(약 3553억원)를 쥐여준 악성 계약과 타일러 스캑스 사망 사건 법적 공방도 모레노 시대의 대표적인 오점이었다.
새 구단주가 될 크론키는 올해 79세의 스포츠계 거물이다. 1997년 NFL 램스의 대주주가 됐고, 2016년 연고지를 세인트루이스에서 LA로 다시 옮겼다. 2020년에는 잉글우드에 최첨단 홈구장 소피 스타디움을 완공했다. 보유한 구단들의 성적표도 눈부시다. 램스는 2022년 슈퍼볼을 품었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콜로라도 애벌랜치도 같은 해 스탠리컵을 들어 올렸다. 미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는 2023년 파이널 정상에 섰으며,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도 올해 5월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차지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 기준 크론키의 순자산은 243억 달러(약 35조 2350억원)로 메츠 구단주 코헨(230억 달러)을 제치고 MLB 최고 1위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경기장 신축, 샐러리캡 도입 새 뇌관
반등에 성공한 마이크 트라웃(사진=MLB.com)새 구단주 앞에는 경기장 부지와 노사 협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에인절스 홈구장 부지는 약 150에이커(약 18만 3000평) 규모로 시유지다. 모레노는 과거 이 땅을 사들여 복합 쇼핑타운 등으로 개발하려다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사업을 접었다. 이번 40억 달러 인수 금액에 부동산 계약은 빠졌으나, 미국 내 최대 사유지 보유자로 꼽히는 크론키가 향후 개발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
노사 관계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모레노는 구단주 가운데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됐다. 샐러리캡이 이미 정착된 NFL·NBA·NHL 팀을 거느린 크론키 역시 MLB 샐러리캡 도입 논의에서 구단주 측 강경 기조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재의 험악한 노사협상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크론키 시대 첫 시즌부터 메이저리그는 파업과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에인절스의 팀 연봉 순위는 최근 3시즌 연속 13위, 10위, 15위까지 떨어졌다. 집권 첫 20년간 줄곧 10위권을 유지했던 모레노가 점차 지갑을 닫는 흐름이 눈에 띈다. 트라웃의 남은 계약 기간은 4년. 새 구단주가 과감한 투자와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모레노 시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트라웃에게 '우승'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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