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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사진 왼쪽부터)와 김진태 전 강원도지사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강원FC 선수들을 응원하는 장면. 도민 팬 99명을 포함해 총 201명이 참가한 '히로시마 원정응원 프로그램'엔 경기 참관뿐만 아니라 일본 명소인 미야지마 관광까지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도 보조금이 1억 1천만원 이상 들었다. 전부 세금이었다(사진=강원FC)[더게이트]
강원도는 알고 있었다. 승인까지 해줬다.
강원FC가 히로시마 원정 응원단 여행대금 1억 1412만 9800원을 도비 보조금 계좌에서 'S여행사'로 보낸 건 2025년 12월 24일이다. 일주일 뒤인 12월 31일, 강원도는 강원FC가 낸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원안 그대로 승인했다.
'사업계획 변경'의 뜻은 간단하다. 보조금은 용돈이 아니다. 무엇에 쓰겠다고 계획서를 내고, 그 계획대로만 써야 하는 돈이다. 계획에 없는 곳에 썼다면 계획서를 고쳐 도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강원FC가 연말에 낸 서류가 바로 그것이었다. 애초 계획에 없던 원정 응원에 보조금을 썼으니 이를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강원도 체육과의 검토 문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계획 변경 사유란에는 '원정경기 지원(114,130천원)'이라고 적혀 있다. 히로시마 응원단 대금이다. 이 돈은 도비 보조금 사업의 '그 외 운영' 항목에 튀르키예 전지훈련비(2억 4252만원) 등과 나란히 명시됐고, 도는 그대로 결재했다.
그런데 넉 달 뒤인 2026년 4월 8일, 강원도는 원정 응원 경비를 '용도 외 사용'으로 판정하고 이자까지 더해 1억 1522만 2917원을 반납하라고 강원FC에 명령했다. 자기가 도장 찍어 인정해준 돈을, 자기 손으로 뒤집은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승인 도장 찍은 체육과장, 응원단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강원FC는 지난해 12월 강원도에 '도 보조금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 강원FC는 도 보조금 사용액 가운데 '원정경기 지원'으로 1억1천413만원을 썼다고 강원도에 알렸다. 이 돈이 바로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다. 당시 강원도는 강원FC의 사업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4개월이 흐른 뒤 이 돈이 '원정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위해 쓰인 지원비로 알았다'며 '원정응원 경비로 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프로축구단이 시민 혈세를 어떻게 써도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았어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2025년 12월 31일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은 강원도 체육과장 전결로 처리됐다. 그런데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강원FC 히로시마 원정경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의 참가자 명단에는 바로 그 도 체육과장과 스포츠마케팅팀장 이름이 올라 있다.
자신이 다녀온 원정응원 경비를 보조금 사업계획에 넣어주는 결재를, 당사자가 직접 한 것이다. 공교로운 건 검토와 승인 문서를 만든 부서도, 넉 달 뒤 불인정 처분을 내린 부서도 모두 같은 ‘체육과’라는 점이다.
김 의원실은 도가 강원FC에 보낸 '도비보조금 정산 검토 및 조치사항'의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도는 '해당 자료는 비공개'라며 요청을 거절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게 비공개 사유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비공개 사유는 민간기업 간 경쟁 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경쟁 회사가 있을 때 성립합니다. 삼성이 신제품 설계도를 감추는 건 경쟁사가 베낄까 봐서예요. 그런데 강원FC의 경쟁 상대는 어디일까요? 축구 경기의 상대는 울산과 전북이겠지만, 경영의 경쟁 상대는 없습니다.
도민구단은 강원도가 최대주주이고, 한 해 예산의 절대적 몫을 도비 보조금으로 충당해요. 따라서 이 구단의 장부를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건 경쟁사가 아니라 그 돈을 낸 도민입니다. 도가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며 가린 문서는 결국 경쟁사로부터 지킨 게 아니라, 도민으로부터 감춘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강원도청의 현실이자 민낯입니다."
환수는 면죄부가 아니다…"빠져나갈 구멍 만들어 놓은 것"
2026년 4월 8일 강원도가 강원FC에 보낸 공문서 내용. 히로시마 원정응원 경비를 도 보조금을 통해 집행한 걸 인정할 수 없으니 12월 5일까지 1억 1522만 2917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다강원도가 강원FC를 상대로 한 환수 조치는 언뜻 엄정한 사후 처리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표를 놓고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도내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는 "강원도에서 일단 구단이 원정 응원 대금을 쓰게 해놓고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사후 약방문으로 문제가 안 되게끔 공사를 쳐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환수 처분이 김진태 전 지사 재임 중, 6·3 지방선거 두 달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환수를 걸어두면 '도가 이미 바로잡았다'는 방패가 생기고, 구단은 자체 수입으로 반납하면 끝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방패는 법리상 얇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시점에 성립하고, 사후에 돈을 돌려받았다고 소급해 사라지지 않는다. 반환은 양형에서 고려될 뿐이다. 오히려 환수 처분은 도가 이 지출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근거가 된다.
제112조 2항의 '직무상 행위' 예외는 법령이나, 대상·방법·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금품 제공에만 열려 있다. 도민 해외 원정 응원 경비 보전을 정한 법령이나 강원도 조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기에 도가 이 지출을 '용도 외 사용'으로 판정해 환수까지 명령했다는 점은, 정당한 직무상 집행이 아니었음을 강원도 스스로 인정한 보조적 근거가 된다.
남는 질문은 구단의 지출을 김진태 전 지사의 행위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제113조 2항은 기부행위를 직접 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약속·지시·권유·알선·요구'하는 행위까지 금지한다.
김 전 지사는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원정 응원을 먼저 제안했고, 도 보도자료는 '지사가 제안한 대로'라고 명시했으며, 대표단 차량 비용은 '도 요청사항'으로 구단이 부담했다. 지사의 관여를 보여주는 정황이 강원도도와 구단 양쪽 문서에 남아 있는 셈이다.
기부행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제257조)에 처해지고, 선거범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제18조·제19조). 자칫 낙선한 김 전 지사의 다음 선거 출마길이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범한 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10년
강원FC가 2025년 12월 5일 강원도에 제출한 '히로시마 원정경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 내용. 강원FC가 원정응원 행사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 판단한 건 '경기 관람'과 '응원'만이 아니었다. 현수막 앞에서 메가폰을 잡은 구단주 '말씀'과 응원단의 '현지 명소 방문'이 강원FC에겐 주요 행사였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이 행사를 통해 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지를 강원FC는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공직선거법 제268조 1항은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를 선거일 후 6개월으로 정한다. 2026년 6월 3일 선거 기준으로 올해 12월 3일이다. 관여자들의 시효가 여기에 걸려 있다. 그 안에 선관위 조사나 수사가 시작되지 않으면 이들의 형사 책임을 물을 길은 사라진다.
공교롭게도 강원도가 구단에 정한 반납 기한은 12월 15일이다. 공소시효가 끝나고 12일 뒤다. 반납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돈은 돌려받았고, 처벌할 시효는 지났다'는 그림이 완성된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6개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그림엔 빈틈이 있다. 제268조 3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선거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를 선거일 후 10년으로 따로 정한다. 헌법재판소가 2022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한 조항이다.
김진태 전 지사는 행위 당시 현직 도지사였고, 이 사건은 도 예산과 도 공무원의 결재가 개입된 구조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김 전 지사의 시효는 2036년까지 이어진다. 도가 시효 넘기기를 설계했다 해도, 정작 지사 본인은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는 이 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지 않았다. 강원FC로부터 원정 응원 대금을 반납만 받고 끝낸다면 도가 자기 구단의 위법을 스스로 덮는 것이 되고, 강원FC를 고발한다면 전임 지사가 제안한 행사를 고발하는 것이 된다. 우상호 도정이 어느 쪽을 택하는지가 이 사건의 다음 분기점이다.
2025년 12월 24일 하루의 자금 흐름도 이 구도를 뒷받침한다. 이날 강원도가 연말에 증액한 도비 20억원이 구단 계좌에 입금됐다. 그리고 몇 시간 사이 히로시마 응원단 대금 1억 1413만원, 튀르키예 전지훈련비 1억 6797만원, 12월 선수단 급여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연말 추가 교부가 없었다면 응원단 대금을 치를 돈이 있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도의회가 이 증액을 심사할 때 히로시마 지출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강원FC가 2025년 12월 5일 강원도에 제출한 '히로시마 원정경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원단 전체는 11월 4, 5일 양일에 나눠 일본 3대 절경으로 불리는 미야지마를 관광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청 관계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축구 응원만 해도 나중에 최소한의 방어가 될 덴데, 왜 도민 응원단을 관광지까지 데려가 나중에 선거법 위반 소지를 스스로 제공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왔다"며 "지금 와 '강원FC가 원정응원 경비를 도 보조금으로 쓸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도 공무원들을 보면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진=히로시마 원정경기 단체응원 행사 결과보고서)도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원정 응원까지는 도가 '구단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라며 직무상 행위 예외를 다퉈볼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미야지마 관광은 구단 운영과 아무 관련이 없는 순수한 향응이라 그 여지조차 없다"며 "원정응원 프로그램 안에 미야지마 관광 코스가 있을 때부터 '저러다 큰일 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사실이다. 공직선거법은 과태료 조항에서 '관광'을 기부행위의 전형으로 직접 열거하고, 대법원은 시책 홍보에 관광 일정을 붙인 지자체장의 '버스 투어'를 기부행위 유죄로 확정한바 있다.
도 내부에서 "응원만 해도 최소한의 방어가 될 텐데 왜 관광까지"라는 말이 나왔다면 위험을 알고도 진행한 셈이라, 혐의 입증도 쉬워진다. 관광이 위법을 만든 게 아니라, 관련자들이 빠져나갈 마지막 문을 관광이 닫은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선거법에 정통한 교수는 “일반 도민 응원단에 대한 경비 지원은 선수·구단 관계자·취재진 등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지원과 성격이 다르다. 응원단이 일부 금액을 자부담했더라도, 나머지 경비를 공공재원 등으로 지원했다면 지원분에 대한 기부행위 문제가 발생한다”며 “조례 등에서 국제대회 원정응원단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면 정당한 공적 지출로 보기 어렵고, 우회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원FC가 응원단 모집·운영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일반 도민에게 경제적 혜택이 귀속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무작위 추첨으로 대상자를 선발했다는 사정도 기부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되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후 환수와 기부행위 성립을 별개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라며 “혜택을 받은 도민들로부터 지원액을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라 강원FC가 자체 재원 등으로 도에 보조금을 반환하는 것이라면, 도민들에게 이미 제공된 경제적 이익 자체가 소급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김진태 당시 강원지사가 강원FC와 산프레체 히로시마 경기 전 선글라스를 낀 채 선수들 몸 푸는 걸 지켜보는 장면(사진=강원FC)감시 기관들은 눈이 가려진 상태다. 강원도는 이 건과 관련한 일부 자료를 국회가 요청해도 비공개하거나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김 진태 전 지사가 아니라 '우상호 지사 시절'이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철옹성이다.
구단의 책임은 선거법과 별개로 남는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는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벌금 대상이 된다.
여기에 '용도 외' 사용액에 대한 제재부가금 부과와 보조사업 수행 배제도 가능하다. 히로시마 응원단 계획안부터 지출 결의까지 매 단계 결재란에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의 이름이 있다. 시민단체는 강원FC 관련 서류를 분석하는 동시에 수사 과정에서 보조금관리법 위반 단서가 나오는 데로 김 대표를 형사고발할 계획이다.
선거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116조는 선거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장 등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사람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제261조 제9항은 이를 어긴 사람에게 제공받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며 "실제 부과 여부는 수사 추이에 따라 관할 선관위가 판단할 문제지만, 공개 모집에 응해 22만원을 내고 히로시마에 다녀온 팬들에게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도와 강원FC가 왜 이렇게 신중하지 못하게 일을 처리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추적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강원도가 같은 돈을 한 번은 승인하고, 다시 ‘용도 외 사용’이라며 환수했다는 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려진 환수조치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후 조치는 아니었는지 승인·환수 전 과정과 결재 책임자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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