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UNG-JI KIM, 골키퍼"…13억 '먹튀' 마리오 데려온 에이전시, 김병지 '옛 소속사'였나 [더게이트 탐사]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현역으로 뛰던 2016년까지 HBR SPORT 홈페이지엔 김 대표가 ‘HBR SPORT 소속 선수’로 올라있었다. HBR SPORT는 마리오가 강원FC로 이적하는데 크게 기여한 에이전트이자, 김 대표의 처남이 운영하는 HBR Sport Korea의 관계사로 알려진 곳이다. 사진은 현역 시절HBR SPORT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병지 대표, HBR SPORT 브란코 후치카 대표, 김 대표의 처남 김00씨(사진=HBR SPORTS)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현역으로 뛰던 2016년까지 HBR SPORT 홈페이지엔 김 대표가 ‘HBR SPORT 소속 선수’로 올라있었다. HBR SPORT는 마리오가 강원FC로 이적하는데 크게 기여한 에이전트이자, 김 대표의 처남이 운영하는 HBR Sport Korea의 관계사로 알려진 곳이다. 사진은 현역 시절HBR SPORT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병지 대표, HBR SPORT 브란코 후치카 대표, 김 대표의 처남 김00씨(사진=HBR SPORTS)

[더게이트]

강원FC는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선수 마리오 추제 영입에 도민 세금 포함 13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마리오는 강원FC에서 단 세 경기만 뛰었다. 그리고 2025년 9월 원소속 구단인 '즈린스키 모스타르'로 임대돼 강원FC를 떠났다. 임대료 수입은 없었다. 13억원을 주고 데려와 공짜로 빌려준 것이다.

'먹튀'로 끝난 이 이적을 성사시킨 곳은 크로아티아 에이전시 HBR SPORT다. 더게이트 탐사보도팀은 취재 중 이 회사의 과거 홈페이지 선수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BYUNG-JI KIM, 골키퍼, 1970년 4월 8일생". 그렇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다.

김 대표의 처남 김OO씨가 이 회사의 한국 파트너격인 'HBR Sport Korea' 대표이고, 마리오의 강원FC 이적 때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은 앞선 보도에서 밝힌 대로다. 그런데 취재를 이어가자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바로 김 대표가 선수 시절 HBR SPORT의 고객이었다는 의혹이다.

구단 대표이사의 처남이 관계된 회사이자 그 대표를 자신의 고객인 것처럼 소개했던 에이전시를 통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그 대금 지급을 대표 자신이 최종 결재했다면 이는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다.

마리오 에이전시, 과거 "김병지 우리 선수" 홍보...에이전시 대표는 울산 현대 출신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칸)가 현역으로 뛰던 2016년까지 HBR SPORT 홈페이지엔 김 대표가 ‘HBR SPORT 소속 고객 선수’로 올라있었다. 사진은 HBR SPORT가 자사 고객 선수들을 소개하는 내용(사진=HBR SPORTS)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칸)가 현역으로 뛰던 2016년까지 HBR SPORT 홈페이지엔 김 대표가 ‘HBR SPORT 소속 고객 선수’로 올라있었다. 사진은 HBR SPORT가 자사 고객 선수들을 소개하는 내용(사진=HBR SPORTS)

더게이트가 찾아낸 HBR SPORT의 과거 홈페이지엔 많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우선 회사 구성원이다. 회사 소개란에는 브란코 후치카 대표와 소속 스카우트들, 그리고 'HBR Sport Korea' 소속 김OO씨의 사진과 이력이 올라와 있다.

김 씨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의 처남이다. 처남이 이 회사의 핵심 관계자였다는 사실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확인된 순간이다.

같은 홈페이지 선수 명단엔 선수 시절의 김 대표가 올라와 있다. 생년월일과 신체조건, 소속팀까지 정확히 기재돼 있다. 국내 각종 언론엔 김 대표의 선수 시절 에이전시가 처남 김 씨가 대표인 HBR Sport Korea로 소개됐었다.

HBP SPORT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부 구성원들. 사진 가장 아래 있는 이가 김병지 강원FC 처남인 HBR SPORTS KOREA 대표 김00씨다(사진=더게이트)HBP SPORT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부 구성원들. 사진 가장 아래 있는 이가 김병지 강원FC 처남인 HBR SPORTS KOREA 대표 김00씨다(사진=더게이트)

여기서 눈여겨볼 인물이 있다. HBR SPORT의 브란코 후치카 대표다. 크로아티아 국적의 후치카는 1990년대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뛴 수비수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99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한 시즌을 보냈다.

1999년 9월 1일 울산 현대는 크로아티아 청소년대표를 거친 후치카를 NK 흐르바츠키 드라고볼랴츠로부터 이적료 50만 달러에 데려왔다. "지구력과 순간 돌파 능력이 탁월하다"던 구단의 소개가 무색하게, 후치카는 단 한 경기에 나선 뒤 팀을 떠났다.

그 1999시즌, 울산 골문을 지킨 이가 김병지였다. 두 사람의 인연이 무려 27년이나 된 것이다.

마리오 수수료 한 건이 HBR SPORT 연간 순이익의 37% 차지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HBR SPORT 브란코 후치카 대표(사진=울산 현대)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HBR SPORT 브란코 후치카 대표(사진=울산 현대)

마리오가 강원FC에 입단하자, 도민 세금 7359만원이 ‘에이전트 중개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크로아티아의 HBR SPORT로 건너갔다.

이 거래가 HBR SPORT에 어떤 의미였는지는 회사 장부가 말해준다. 더게이트가 크로아티아 금융청(FINA)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직원 두 명인 HBR SPORT가 마리오의 강원 완전이적으로 받은 수수료는 4만 6150유로(7359만원). 2025년 이 회사 연매출 35만 8615유로(6억5019만원)의 12.9%다. 거래 한 건이 한 해 장사의 8분의 1을 채웠다.

이익으로 따지면 비중은 더 커진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순마진이다. HBR SPORT의 2025년 순이익은 12만 4308유로. 마리오 건 하나가 그해 순이익의 37%를 차지했다. 이 회사 직원 평균 급여는 월 1245유로(200만원), 크로아티아 최저임금 수준이다. 마리오 한 건이 전 직원 한 해 반치 급여와 맞먹는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HBR SPORT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17.1% 줄었다. 마리오 수수료가 없었다면 감소 폭은 27.8%까지 벌어졌다. 급락하던 실적을 이 거래가 떠받쳤다.

정리하면 이렇다. 크로아티아 2인 회사의 한 해 장사를 지탱한 돈은 강원도민의 세금이었다. 그 송금을 결재한 사람은 이 회사의 '옛 고객'이란 의혹을 받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였다. 과정과 의도가 어찌됐든 결과는 하나다. 김 대표가 옛 소속사로 의심되는 곳의 실적을 떠받친 꼴이 됐다.

마리오 에이전시 장부의 이면HBR SPORT 재무제표HBR SPORT 재무제표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구계의 오래된 '몸값 나눠먹기'에서 파이는 수수료가 아니라 몸값 전체이게 마련이다. 방식은 이미 알려져 있다.

선수를 사는 구단이 시세보다 비싼 이적료를 내면, 파는 구단에 기대 밖의 웃돈이 생긴다. 구단 돈을 축내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킨 이들에게 사례를 돌릴 지갑이 생기는 셈이다. 연봉을 부풀리면 경로만 바뀐다. 선수가 받은 돈의 일부가 에이전트에게 되돌아 나온다.

사는 구단 장부에는 '이적료'와 '연봉'이라는 정상 항목만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중개 수수료는 이 구조에서 가장 작은 조각이다. 벨기에가 2018년 '깨끗한 손' 수사로 무더기 형사처벌한 것이 바로 이 구조였다.

HBR SPORT의 장부엔 곱씹을 대목이 많다. 마리오 수수료가 들어온 2025년, 이 회사의 영업비용은 21만 유로였다. 직원 두 명의 한 해 인건비가 3만 유로 남짓이니 나머지 18만 유로는 인건비가 아닌 다른 항목으로 잡혔다. 이런 구조는 해마다 되풀이된다. 세 해 치 재무제표에서 비용의 90% 안팎이 늘 인건비 바깥에 있었다.

협력 에이전트에게 보수를 나누는 일 자체는 업계의 통상 관행이다. 문제는 공시만으로는 그 돈이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 밖으로 돈이 빠져나간 흔적은 자본 계정에서도 읽힌다. 2024년 HBR SPORT는 순이익을 내고도 자본이 10만 유로 넘게 줄었다. 배당 등으로 13만 유로가량이 어딘가로 빠져나갔다는 계산이 선다.

김병지 처남, 더게이트 인터뷰 일주일 후 회사 폐업

더게이트는 당사자들에게 반론을 요청했다. 김병지 대표는 질문지를 보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HBR SPORT 측에서도 답변은 없었다.

김 대표의 처남 김00씨는 8월 17일 더게이트와 한 23분간의 전화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혔었다. 에이전트 일을 그만둔 지 3~4년 됐다고 했지만, 마리오 건에서는 "구단과 에이전트 사이에 중간 소통과 전달" 역할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HBR SPORT와는 "회사 이름을 같이 쓰는 친구 사이"라고 연관성은 인정했스나, 수수료 배분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인터뷰 일주일 뒤인 8월 24일, 김 씨 명의의 사업체인 'HBR Sport Korea'가 폐업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게이트가 공공데이터로 조회한 사업자 정보엔 업력 18년 4개월의 이 사업체의 납세자 상태는 '폐업자', 폐업일은 '2026년 8월 24일'로 기록돼 있었다. 국세청을 통해 확인했을 때도 8월 24일 폐업은 사실이었다.

참고로 김 씨는 강원FC의 튀르키예 전지훈련과 관련해서도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강원FC는 김 대표 취임 이후 튀르키예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HBR SPORT가 자주 활동하는 무대 가운데 하나도 튀르키예다.

그러나 강원FC와 강원도는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는데 집중하기보다 '자료 제공 봉쇄'로 의혹을 밝히려는 쪽이 지쳐 포기하거나,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수'만을 하길 기다리고 있다. 도지사는 바뀌었지만, 구단 운영과 도정은 바뀐 게 없다.

사기업이라면 대표이사가 누구와 거래하든 회사의 선택이다. 그러나 강원FC는 다르다. 한 해 도민 세금 120억원이 들어가는 공적 구단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전지훈련에 가족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따지는 게 언론의 책무이고, 그것에 대한 사실관계를 답변하는 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프로축구단의 당연한 자세다.

9월 1일 김진태 전 강원도지사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한 시민단체가 강원FC 사유화와 관련해 형사 고발을 준비 중이다. 이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떠나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 지자체 프로축구단의 비위, 비리행위에 대해 제보주실 분은 dhp1225@spochoo.com으로 제보주십시오. 한국프로축구연맹, 무자격 에이전트에 대해 제보주실 분도 상기 이메일 주소로 제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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