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 승부, 10구 승부, 11구 승부...끈질기게 페덱 괴롭힌 LG, 6회 빅이닝 역전승...파죽의 5연승 질주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문보경(사진=LG)동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문보경(사진=LG)

[더게이트=잠실]

상승세의 LG 트윈스가 연이틀 리그 정상급 에이스를 잡고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엔 평균자책 1위 곽빈 상대로 승리를 거두더니, 이번엔 특급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을 내세운 삼성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어려운 공을 커트하고 볼을 골라내며 끈질긴 승부를 펼친 게 중반 이후 성공으로 돌아왔다.

LG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2차전 경기에서 6이닝을 3실점으로 버틴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호투와 고우석의 마무리, 문보경의 동점타와 천성호의 역전타에 힘입어 4대 3으로 역전승을 올렸다.

이날 경기는 양팀 외국인 에이스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됐다. LG는 메이저리그 112승에 빛나는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삼성은 빅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으로 통산 32승을 자랑하는 크리스 페덱이 각각 등판해 주말 3연전 기선제압을 노렸다. 카라스코는 KBO리그 데뷔 이후 9이닝 연속 퍼펙트 행진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줬고, 페덱은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면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쳐왔다.

외국인 에이스 대결답게 3회까지는 0의 균형이 이어졌다. 먼저 점수를 낸 쪽은 삼성. 3회말 1사 1, 2루 위기를 넘긴 삼성은 4회초 공격에서 김성윤의 내야안타와 카라스코의 보크, 구자욱의 안타로 무사 1,3 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르윈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고, 2사후 류지혁의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적시타로 2대 0을 만들었다. 삼성은 6회에도 선두타자 김지찬의 3루타와 1사후 터진 구자욱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해 3대 0으로 달아났다.

페덱의 호투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LG 타선은 6회 공격에서 반격에 나섰다. 페덱은 5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았지만 투구수 98구로 이미 100구 가까이 던진 상태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LG는 이날 페덱을 상대로 22타자 가운데 13타자가 5구 이상 승부를 펼쳤고 6구 이상 승부한 타자도 9명에 달했다. 1회 2사후 송찬의 7구 승부(삼진아웃), 2회 선두타자 문보경 7구 승부(좌익수 뜬공아웃) 등으로 삼자범퇴로 끝난 이닝에도 페덱이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LG 공격의 백미는 3회였다. 선두타자 이주헌이 6구 승부 삼진으로 물러난 뒤 홍창기가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신민재가 6구 승부에서 안타를 때렸고, 박해민은 10구 승부 끝에 뜬공 아웃으로 물러나는 등 네 타자가 도합 33구를 던지게 하면서 진을 뺐다.

4회에도 송찬의가 5구 승부(땅볼아웃), 문보경이 6구 승부(삼진)로 투수를 괴롭힌 LG는 5회 선두타자 구본혁이 9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아웃으로 물러나 페덱을 질리게 했다. 페덱이 5회까지 던진 98구 중에 21구가 2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일 정도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끈질긴 승부를 펼친 LG 타선이다.

힘이 떨어진 페덱의 공을 6회 들어 LG 타자들이 공략하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신민재가 가볍게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중전안타로 연결했고, 1사 후엔 오스틴이 볼넷을 골라내 1, 2루. 여기서 송찬의가 페덱의 113구째 초구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날려 페덱을 끌어내렸다.

삼성이 문보경 타석에서 좌완 이승민으로 투수를 바꿔봤지만 결과는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 주자 두 명이 전부 들어오면서 단숨에 3대 3으로 경기는 원점이 됐다. 분위기를 탄 LG는 2아웃 후 이주헌 타석에서 나온 대타 천성호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여 4대 3 역전까지 성공했다.

승기를 잡은 LG는 7회부터 아시아쿼터 존 케네디가 올라와서 2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 막았고, 9회에는 전날까지 3연투를 소화한 마무리 손주영을 대신해 돌아온 고우석이 등판해 1이닝을 책임졌다. 특유의 등장음악과 함께 큰 박수를 받으며 등판한 고우석은 2023년 9월 22일 잠실 NC전 이후 107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1이닝 무실점. 개인 통산 140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LG는 선발 카라스코가 6이닝 동안 6피안타에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잡아내며 3실점, 타선의 지원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삼성 선발 페덱은 올시즌 개인 한경기 최다인 113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LG는 신민재가 멀티히트, 문보경이 2타점으로 활약했고 송찬의와 천성호도 타점을 하나씩 올렸다.

파죽의 5연승을 달린 LG는 시즌 68승(1무 51패)째를 기록하면서 2위 삼성(70승 3무 46패)과의 승차를 3.5경기 차로 좁혔다. LG는 이달초 5.5경기차에 달했던 삼성과 승차를 조금씩 줄이면서 선두 복귀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가고 있다.

9회를 마무리한 고우석(사진=LG)9회를 마무리한 고우석(사진=LG)

승장 염경엽 감독은 "선발 카라스코가 자기 역할을 잘 해줬고, 한점차 터프한 상황에서 케네디가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주면서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 또 고우석이 3년만에 복귀했는데, 140세이브, 3년만의 첫 세이브 축하한다"고 투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타선에선 6회에 송찬의의 추격하는 타점과 문보경의 동점 2타점, 천성호의 역전타가 나오면서 빅이닝을 만들었다. 한번의 찬스를 살려낸 타선을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매경기 터프한 상황인데, 우리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끝까지 승리를 지켜낸 선수들 전체를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 홈경기도 매진으로 꽉 채워주신 팬분들 덕분에 어려운 경기였지만 힘내서 승리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동점타의 주인공 문보경은 페덱에 관해 "워낙 유명한 선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투수라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그런데 공이 너무 좋았고 워낙 어려운 코스로 들어오다보니 인플레이 타구가 잘 안 나오지 않았다"면서 의식적으로 투구수를 늘리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결정적인 찬스마다 한 방을 날리고 있는 문보경은 "그동안 못 쳤으면 이제라도 쳐야 한다"면서 "타격감은 아직 확답을 할 정도는 아니다. 매일매일 의심하는 중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타로 나와서 역전타를 날린 천성호는 "무조건 내가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결과가 좋아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기분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반기 끝나고 나서 멘탈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천성호는 "아직 팀이 3위에 있기 때문에, 부담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고, 팀이 좀 더 올라간다면 마음의 짐이 덜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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