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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독일에서 부흥하는 중인 극우 정당 AfD(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그 깃발 한번만 더 흔들면, 총으로 쏴 버린다."
2019년 독일축구협회(DFB)컵 함부르크전이 열린 켐니처FC 홈구장. 관중석에 무지개색 글씨로 '국제적', '관용적'이라는 단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축구팬 슈테판(가명)은 경기 후 검은 옷을 입은 남성 세 명에게 둘러싸였다. 그들은 슈테판의 무지개 깃발을 문제삼으면서 총으로 쏘겠다는 협박과 함께 당장 동네를 떠나라고 위협했다.
슈테판은 팬클럽 회원들 사이에 팽배한 이슬람 혐오와 반(反)난민 정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구단 안에 따로 '다양성 섹션'을 꾸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 모임이 출범하자마자 극우 성향 팬들이 슈테판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켐니처FC 극우 팬 집단은 규모는 작지만 지역 복싱·종합격투기(MMA) 씬과 연결돼 있어 위협적이다. 슈테판은 지금도 극우 팬들이 장악한 남쪽 스탠드를 피하고 있다.
AfD 돌풍 타고 그라운드 번진 극우독일 축구 팬덤의 정치적 분열은 최근 극우 정당의 약진과 맞물려 한층 거칠어졌다.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 6일(한국시간)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43.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집권 기독교민주연합(CDU)이 얻은 17.2%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2차 세계대전 나치 패망 이후 극우 정당이 주 정부를 장악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 AfD는 주의회 전체 83석 중 39석을 얻어 과반인 42석에는 세 석 모자랐다.
정치권의 극우 돌풍은 경기장으로도 옮겨붙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2024년 2월 켐니처FC와 에네르기 코트부스의 경기에서는 관중석에 "성별은 둘뿐"이라는 성소수자 혐오 배너가 걸렸다. AfD 소속 정치인 게오르크 파즈더스키가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불을 지폈다. 지역 언론의 문의에 구단은 답을 피한 채 자신들이 전광판에 띄운 '차별 반대' 메시지만 언급했다. 슈테판을 향한 협박 사건 당시에도 구단 관계자는 "술을 마신 몇몇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켐니퍼FC 구단이 극우 세력을 감싸거나 방조한다는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1990년대 초 극우 훌리건 단체를 만든 토마스 할러가 2019년 사망했을 당시, 켐니처FC 구장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팬들이 횃불을 들고 추모식을 열었다. 장내 아나운서까지 나서 고인의 구단 사랑을 기렸다. 구단은 2007년 이 단체를 금지 처분했다고 밝혔으나 경기장 내 극우 정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선수까지 극우 논란에 휩쓸렸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할러가 숨진 직후 골을 넣은 공격수 다니엘 프란은 '당신 지역의 훌리건을 응원하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프란은 네오나치와의 연관성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넉 달 뒤 극우 인사들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한 사실이 드러났고 팀에서 방출됐다.
통일 후유증이 키운 축구장 극우화디 애슬레틱은 동독 지역 축구장이 특히 극우의 온상이 된 배경에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길게 이어져온 후유증이 있다고 짚었다. 통일 이후 국영 산업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터졌고, 1991년 동서독 리그 통합 당시 옛 동독 1부리그 14개 팀 가운데 단 두 팀만 분데스리가로 흡수됐다. 과거 동독 비밀경찰의 경기 개입과 편파 판정으로 축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극우 이념이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문화를 지향하는 클럽들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의 튀르키예스포르는 1978년 창단해 1980년대 중반 3부리그까지 오르며 3000명 넘는 관중을 모았던 클럽이다. 통일 이후 동독 지역 원정에서는 돼지머리가 날아들고 돌팔매를 맞는 등 험한 일을 겪었다. 구단 회장이 팀을 '튀르키예 클럽'이 아닌 '다문화 클럽'으로 규정하고 전 연령대 팀을 운영 중이지만, 구단 운영은 녹록지 않다. 튀르키예 커뮤니티와 얽히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후원사 확보와 전용 훈련장 부지 마련에도 난항을 겪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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