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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LIV 골프 로고[더게이트]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세계 프로골프 판도를 흔들었던 LIV 골프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존 람, 브라이슨 디섐보 등 거액을 받고 합류한 정상급 스타들에게 줘야 할 대진료마저 제때 치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무한 지원을 믿고 달려가던 '골프판 갈라쇼'가 출범 4년 만에 좌초 위기다.
LIV 골프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연방 파산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냈다.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LIV 골프의 총자산은 1억 달러(1450억원)에서 5억 달러(7250억원) 수준인 반면, 부채는 5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1조 4500억원)에 달한다. 리그를 유지하기 위해 짊어진 빚이 보유한 자산보다 최대 10배 많은 상태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약속한 계약금과 수당이 밀려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법원에 제출된 무담보 채권자 명단에는 정상급 골퍼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랐다. 람이 747만 달러(약 108억원)로 미지급 규모가 가장 컸고, 디섐보 577만 달러(약 84억원), 더스틴 존슨 549만 달러(약 80억원), 캐머런 스미스 484만 달러(약 70억원) 순이었다.
이 금액은 다년 계약에 따른 미래 보장액이 아니라, 올해 3분기에 이미 지급했어야 할 돈이다. 디섐보의 채권은 특정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이 결정되는 조건부로 표시됐으며, 존슨의 채권은 리그 측이 청구액 규모에 이의를 제기해 분쟁 상태로 분류됐다. 2025년 말 LIV 골프를 떠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복귀한 브룩스 켑카 역시 170만 달러(약 25억원)를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1000만 달러(약 145억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유엔난민기구(UNHCR)도 170만 달러를 받지 못해 채권자로 등재됐다. 대회 취소 여파로 120만 달러(약 17억원)를 돌려받지 못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정부까지 빚 독촉에 나섰다.
사우디 자금줄 끊기자 연쇄 파동LIV 골프가 법원 문을 두드린 직접적인 원인은 자금줄 역할을 하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지원 중단이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2022년 6월 첫 대회 이후 LIV 골프에만 50억 달러(약 7조 2500억원)에서 60억 달러(약 8조 7000억원)가 넘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1억 달러(약 1450억원)씩 태웠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과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한 사우디 국부펀드는 지난 4월 자금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국부펀드 총재인 야시르 알루마이얀도 LIV 골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자금줄이 마르자 LIV 골프는 뉴올리언스와 미시간 대회를 취소했고, 인디애나폴리스 대회의 개인전 상금을 절반으로 깎았다. 8월 팀 챔피언십마저 취소한 뒤 이달 1일 자로 대규모 직원 해고를 단행하며 버텼으나 끝내 채무 불이행에 직면했다.
LIV 골프는 당장 청산하는 대신 법원의 관리 감독 아래 기업회생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BC파트너스 어드바이저스와 회생 지원 협약을 맺었고,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파산 절차를 밟는 동안 회사를 운영할 자금인 'DIP 금융' 4960만 달러(약 719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다만 사우디 국부펀드의 자금 지원은 BC파트너스와의 최종 투자 계약 체결 등 법원이 제시한 기한 조건을 맞춰야 집행된다.
스콧 오닐 LIV 골프 최고경영자(CEO)는 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7년 복귀를 목표로 리그 2.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오닐 CEO는 "이번 절차는 재정적 의무를 해결하고 차기 단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선수들이 직접 지분을 소유하는 모델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참가 선수를 75명으로 늘리고 컷오프 제도와 먼데이 예선전을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그러나 회생 과정에서 선수들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자는 기존에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조건을 재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때문이다. LIV 골프는 스타 선수들에게 보장했던 현금성 대우를 깎고 대신 지분을 나눠주는 방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제안을 거부하는 선수는 계약이 즉시 해지돼 FA로 풀리지만, 밀린 돈은 다른 일반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부만 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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