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잡는 호랑이, 호랑이 밟는 공룡, 공룡 먹는 사자...KBO리그 먹이사슬은 기이한 동물의 왕국
달빛시리즈를 앞두고 만난 최형우와 나성범(사진=삼성)달빛시리즈를 앞두고 만난 최형우와 나성범(사진=삼성)

[더게이트]

사자와 호랑이가 일대일로 맞붙으면 보통 호랑이가 이긴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이론이다. 그런데 2026시즌 KBO리그에서도 이와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사자 군단' 삼성 라이온즈가 거의 모든 팀을 압도하면서도 유독 '호랑이' KIA 타이거즈 앞에서만 힘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KIA는 하위권 팀인 '공룡' NC 다이노스만 만나면 기를 못 편다. 그 NC는 다시 '사자' 삼성에 짓밟힌다. 사자가 호랑이에 먹히고, 호랑이가 공룡에 밟히고, 공룡이 사자에게 얻어터지는 묘한 먹이사슬이다.

팀당 120경기 안팎을 치른 9일 현재 KBO리그 순위표를 살펴보면 이런 흥미로운 천적 관계가 곳곳에 눈에 띈다.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한 삼성은 8개 구단을 상대로 맞대결에서 우위를 지켰다. 2위 KT 위즈에는 9승 3패(승률 0.750)로 압도적이었고, 3위 LG 트윈스를 상대로도 8승 6패(승률 0.571)로 우세를 점했다.

NC와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같은 하위권 팀들 상대로는 거의 일방적으로 가둬놓고 두들겨패는 수준이다. 특히 맞대결에서 우세한 KT, 한화와 나란히 4경기씩을 남겨둔 만큼, 선두 싸움을 하는 삼성으로선 유리한 잔여 경기 일정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전통의 라이벌 KIA전이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KIA에만 6승 9패, 승률 0.400으로 밀린다. 8일 경기에서도 6대 4로 이기긴 했지만 쉽게 이길 수도 있는 경기를 마지막까지 마음졸이며 어렵게 진땀승을 챙겼다. 그나마 KIA와 남은 맞대결이 1경기뿐이라는 점이 삼성에는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KIA 발목 잡는 NC, NC 잡아먹는 삼성김도영을 환영하는 이범호 감독(사진=KIA)김도영을 환영하는 이범호 감독(사진=KIA)

삼성의 천적 KIA는 반대로 6위 NC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7위부터 10위까지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지만, 이상할 정도로 NC전에서만큼은 2승 9패, 승률 0.182로 일방적으로 당했다. NC 상대 남은 5경기를 모두 쓸어 담아도 최종 성적은 7승 9패 열세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5차례 남은 NC와의 맞대결 결과가 KIA의 최종 순위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란 얘기도 된다.

2위 KT 역시 대부분 구단을 상대로 우세를 점했다. 한화와 키움을 상대로 특히 강했고, NC와 LG,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도 우위를 지켰다. 다만 선두 경쟁 상대인 삼성에는 3승 9패로 크게 밀렸다. 남은 삼성전 4경기에서 상대전적을 만회하지 못하면 1위 탈환도 쉽지 않다. 반타작에 그친 KIA·롯데 자이언츠전 잔여 경기 결과도 변수로 남아 있다.

3위 LG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다. 순위가 낮은 팀들을 상대로는 대체로 우세를 점한 가운데, 1위 삼성전 승률 0.429, 2위 KT전 승률 0.333에 그치면서 순위를 끌어올릴 맞대결 기회를 놓쳤다. 지난 주말에도 삼성전 첫 경기 승리 후 2차전도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내줬고 3차전까지 완패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상대팀인 7위 한화 상대로 6승 7패로 밀린 것도 눈에 띈다.

5위 두산은 상위 세 팀인 삼성, KT, LG를 상대로 모두 상대전적 열세를 면치 못했다. 강팀 상대 열세는 두산이 팀 평균자책 1위 마운드를 보유하고도 5위에 머무는 주요 원인이다. 맞대결이 5경기나 남은 6위 NC가 4.5경기차까지 따라온 것도 뒤통수가 간지러울 법하다. 다만 NC전 승률이 0.727로 크게 우세한 만큼, 두산으로선 승차를 확 벌리고 5위를 확정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편 KIA에 고춧가루를 뿌린 NC는 다른 상위권 팀들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과 KT를 상대로 승률 2할대에 그쳤고, 두산 상대로도 승률 0.273으로 무너졌다. 최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9위 SSG 랜더스전 승률 0.333으로 처참하게 당했고, 꼴찌 키움전에서도 8승 7패로 겨우 우세를 보였다. 남들이 승수를 쓸어담는 꼴찌팀들 상대로 고전했으니 6위에 머무는 건 당연한 결과다.

키움전 유독 약한 한화, 유독 강한 롯데키움 설종진 감독(사진=키움)키움 설종진 감독(사진=키움)

7위 한화도 최하위 키움전에서 이상하게 고전했다. 한화는 키움을 상대로 4승 7패 1무, 승률 0.364에 그쳐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쁜 키움전 성적을 기록했다. 다른 팀들이 키움을 만나 9승에서 11승씩 쓸어 담는 사이, 한화는 4승에 묶이며 상위권 도약 기회를 날렸다.

반면 8위 롯데는 키움전에서 11승 2패(승률 0.846)를 찍으며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키움전 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KT와 5승 5패, SSG와는 7승 7패 1무로 동률을 이룬 것 외엔 나머지 팀들에 전부 상대전적 열세를 기록했다. 특히 한화전에서 3승 10패(승률 0.231)로 크게 무너졌다.

9위 SSG는 키움 상대로 7승 8패 열세를 보였고, NC전에서만 승률 0.667로 유일하게 우세했다. 10위 키움은 9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에 열세로 밀렸다. 삼성, KT, LG, KIA에 두 자릿수 패배를 당했고 두산전도 4승 9패로 뒤졌다. 다만 한화전 승률 0.636, SSG전 8승 7패로 우세를 보이면서 두 팀에 '키춧가루'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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