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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유니오 세베리노(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잠실]
두산 베어스의 약점이자 아픈 손가락이자 미운 오리 새끼였던 외국인 타자가 팀의 강점이자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유니오 세베리노가 팀 타선의 막힌 혈을 뚫는 맹타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베리노는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정규시즌 16차전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의 활약으로 팀의 5대 0완승을 이끌었다.
9월 들어 극심한 집단 타격 슬럼프에 빠진 두산은 패한 7경기에서 도합 5득점에 그칠 정도로 지독한 득점 가뭄에 시달렸다. 전날 열린 SSG전에서도 에이스 곽빈이 7이닝 1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지만 타자들이 한 점도 못 내서 0대 1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이날도 두산 타선에겐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비록 상대가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라고 해도 신인 선발투수 박준현은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150km/h 중후반대 강력한 속구를 던지는 만큼 영점이 잡힌 날엔 배트에 제대로 맞히기도 힘든 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세베리노가 박준현 공략에 앞장서면서 두산은 생각보다 빠르게 선취점을 냈다. 세베리노는 2회말 1사 후 첫 타석에서 박준현의 가운데 몰린 속구를 받아쳐 잠실 중앙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35미터짜리 홈런으로 연결했다.
3회말에도 세베리노는 2사 만루에서 박준현을 상대로 우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려 3대 0을 만들었다. 이어진 안재석의 2루타 때 홈까지 밟으면서 두산은 5대 0으로 크게 앞서나갔다. 9월 들어 패한 7경기에서 뽑은 것과 같은 점수를 불과 한 경기 만에 만든 두산은 선발 웨스 벤자민을 필두로 한 투수진의 릴레이 호투 속에 5대 0으로 승리했다.
두산으로선 승리 외에도 세베리노의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는 게 반가울 법하다. 다즈 카메론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7월 합류한 세베리노는 초반만 해도 좀처럼 한국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8월까지 홈런은커녕 단타조차 좀처럼 쳐내지 못했고 첫 홈런이 시즌 22번째 경기인 8월 30일 키움전에서야 터졌다.
그러나 지난 6일 SSG전에서 2루타 하나와 2타점을 기록하면서 오랜만에 장타를 기록했고 8일 한화전과 9일 SSG전에서는 대타로 나와서 안타 하나씩을 신고하면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서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최근 4경기 9타수 5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세베리노(사진=두산)경기 후 김원형 감독도 세베리노의 활약을 반겼다. 김 감독은 "2회 세베리노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세베리노는 3회에도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로 맹활약했다"면서 "세베리노와 안재석이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는 말로 외국인 타자의 활약을 반겼다.
취재진과 만난 세베리노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밝은 표정이었다. 먼저 홈런 상황에 대해 세베리노는 "타석에 설 때 타자로서 가장 기본은 항상 가장 빠른 공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변화구에도 대처할 수 있다. 속구를 노리고 집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홈런을 친 뒤 배트를 들고 거의 1루까지 걸어간 데 대해서는 "맞자마자 제대로 중심에 잘 맞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면서 홈런을 확신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세베리노는 손에 '홈런볼' 과자를 들고 취재진과 만났다. 이에 관해 묻자 세베리노는 크게 웃으며 "더그아웃 라커에서 팀 동료가 그 과자(홈런볼)를 줬다.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 날인지 이틀 뒤쯤 홈런을 쳤다"면서 일종의 '토템'이 된 홈런볼의 효험을 자랑했다.
2회 세베리노의 홈런타구는 180.6km/h의 번개 같은 타구 스피드를 자랑했다. 앞서 1호 홈런도 170km/h 스피드로 잠실 담장을 넘긴 바 있다. 세베리노는 "타구 속도는 내 강점이다. 커리어 내내 큰 도움이 된 부분이다. 공을 강하게 타격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홈런과 장타를 만들어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KBO리그 데뷔 초기 부진에 대해서도 돌아봤다. 세베리노는 "한국 투수들은 높은 쪽 코스를 많이 활용하고, 속구의 회전수가 좋은 편이다"라면서도 "하지만 타자의 관점에서 본질은 똑같다. 나쁜 공을 골라내고 좋은 공에 스윙하는 것이다. 상대가 실투를 던졌을 때 놓치지 않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베리노는 150km/h대 광속구를 던지는 박준현을 공략해 좋은 결과를 냈다. 또 그간 안타를 기록한 상대를 보면 대부분이 외국인 투수나 국내 정상급 강속구 투수들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제구에 초점을 맞춘 투수, 유인구와 변화구 비중이 높은 투수 상대로는 고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세베리노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빠른 구속에 눈이 더 익숙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도 빠르고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응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빠른 투수와 느린 투수는 어디에나 있다.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실투와 좋은 공을 정확하게 쳐내는 적응력이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세베리노는 "점점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고 자신감도 생겼다. 한국 투수들의 공도 충분히 눈에 익혔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 막바지에 최선을 다해 팀을 돕는 일이다. 가능한 한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다. 좋은 타격을 만들어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팀 타선의 침체에 대해 세베리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최선을 다하며 훈련을 이어가야 한다. 선수도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컨디션이 좋아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고,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있는 법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묵묵히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는 반드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 1위로 강력한 마운드의 힘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득점력 탓에 5위에 머물고 있다. 만약 세베리노가 이날 같은 파워를 남은 시즌과 가을야구에서 보여준다면, 두산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세베리노도 "계속해서 전력을 다하고 강하게 훈련하며 팀에 기여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갈 때 우승 트로피를 안고 가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바라는 바다. 지금처럼 팀 전체가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우승을 이뤄낼 수 있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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