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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구창모(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잠실]
"이런 것도 야구죠."
NC 다이노스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데뷔 후 처음으로 난타당한 날 웃었다. 2016년 프로 데뷔 이래 4실점 이상 내준 날 단 한 번도 승리투수가 돼본 적이 없었던 구창모다. 보통 선발투수는 잘 던진 날 패전투수가 되기도 하지만, 못 던진 날 타자들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하는데 구창모는 3실점 이하로 잘 막아야만 승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런 구창모가 타선의 폭발적인 화력 지원 덕에 승리를 안았다. 1회에만 5점을 내주는 등 7실점으로 흔들렸지만, 타선이 10점을 뽑아내며 패전을 승리로 바꿨다. 구창모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1이닝 11피안타 2볼넷 7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NC가 10대 9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승리투수가 된 구창모는 지난 8월 KT전 9승 이후 5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2022년(11승) 이후 4년 만에 달성한 두 자릿수 승수다.
NC에도 값진 1승이었다. 6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NC는 5위 두산과 한때 9경기 차까지 벌어졌으나, 8월 말부터 연승을 달리며 맹추격해 승차를 좁혔다. 이날 승리로 두 팀의 격차는 2경기로 줄었다. 두산보다 잔여경기를 6경기 더 남겨둔 NC로선 가을야구 희망을 활짝 밝힌 승리가 됐다.
1회 3점 리드 날리고 5실점, 그래도 버텼다
구창모(사진=NC)구창모도 이날 두산전을 적잖이 의식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구창모는 "팀이 계속 연승이었고 경기 차가 좁혀지는 게 보이니까, 오늘이 중요한 경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9승 이후 아홉수가 너무 길어지다보니 자꾸 생각이 나고, 승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휘집의 3점 홈런으로 1회부터 앞서가면서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1회 말 구창모 스스로의 실책으로 시작해 5실점하며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구창모는 "1회 (김)휘집이의 홈런으로 3점을 냈는데 바로 5점을 줘버렸다.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서 10승까지 하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구창모도 할 말이 아주 없는 경기는 아니었다. 이날따라 이상할 정도로 타구 운이 따르지 않았다. 마치 '바빕(BABIP)'신으로부터 버림받기라도 했는지 빗맞은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고, 약한 타구가 수비수 없는 곳으로 향해 안타가 되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1회 5실점 과정도 악송구 실책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내야안타, 수비수 맞고 외야로 향하는 안타, 1루 선상을 통과하는 3루타까지 묘한 타구가 계속 나왔다.
이에 대해 구창모는 "운이 없다기보다는 먼저 빌미를 제공한 내 책임이다. 그런 사소한 것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1회에 점수를 준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생각하라고 코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2회까지 6점을 내준 만큼 조기 강판 걱정을 안 할 수 없었을 터. 구창모는 "매 이닝 주자가 나갔고 앞에서 대량 실점을 했기 때문에 조금만 위기가 오면 강판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그냥 한 타자 한 타자를 잡으려고 했다. 투수코치님도 '중간 투수로 올라가서 한 타자씩 잡는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5회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말했다.
7실점 했지만 자책점은 2점에 그쳤다. 1회 내준 5점이 전부 비자책점으로 처리된 덕이다. 역설적으로 이 기록이 오히려 심리적 위안이 됐다고 구창모는 털어놨다. 그는 "내가 실책한 건데 점수가 자책이 안 됐더라. 그 부분도 심리적으로 작용했다"면서 "2회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나는 1자책밖에 안 했다'고 자기 최면을 걸며 던졌던 게 좀 더 자신감 있는 투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펜도 힘 보탰다…"한 번만 도와줘"
구창모(사진=NC)구창모 뒤에 오른 불펜투수들의 호투도 이어졌다. 6회 무사 1루에서 안재석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유격수 김주원이 송구를 커트해 오버런한 안재석을 1루에서 잡아냈다. 1사 3루에서 등판한 신영우는 내야안타로 구창모가 남긴 주자를 불러들인 것 외엔 추가실점 없이 막아냈다. 10대 9로 추격당한 8회말에는 이용준이 등판해 1.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구창모는 "6회 올라왔다가 선두타자 볼넷을 내줬는데, (김)주원이가 호수비를 보여줬고 신영우가 잘 막아줬다"면서 중간 투수들이 최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투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내가 좀 더 보탬이 돼서 팀이 5강에 갈 수 있는 경기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가 간절했던 구창모는 경기 중 불펜 투수들에게 다가가 '도와달라'고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구창모는 "너무 간절하다 보니까 중간 투수들한테 가서 '1점 차니까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다"면서 "(이)용준이가 잘 막아줬고, 휘집이가 오늘 좋은 공격을 해줘서 고맙다. 주변에서 '도와줄게' 하면서 많은 격려를 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날 승리로 구창모는 데뷔 후 처음으로 4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구창모는 "제가 못 던진 날에 한 번도 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잘하고 승리투수가 되면 더 좋겠지만 이런 것도 다 야구"라면서 "오늘 이후로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투구하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 11승 5패를 기록한 뒤 구창모는 부상과 군 복무 등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2승을 보태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4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구창모는 "후반기에 계속 좋지 않다 보니 해왔던 루틴들을 다 바꿔보기도 했다. 결과가 안 좋아서 마음적으로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10승을 거둬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구창모는 이날 경기로 시즌 140이닝을 투구해 종전 자신의 최다 기록이었던 2018년 133이닝을 넘어섰다. 앞으로 4이닝만 더 던지면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게 된다. 구창모는 "규정이닝이 아니라 140이닝도 던져본 적이 없는데 오늘로 140이닝이 됐다"며 "남은 4이닝에 신경 쓰기보다는 하던 대로 하다 보면 규정이닝은 당연히 채워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경기는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팬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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