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안 되면? 타율 4할을 치든 5할을 치든 방망이로 메워야죠" 35세 실버신인, 최지만은 자신있다
최지만(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최지만(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영화 '인턴'에 37년 차 베테랑 실버 인턴 최민식이 있다면, 프로야구엔 35세 베테랑 신인 최지만이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67홈런 거포 최지만이 KBO리그 신인 선수로 변신했다. 2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신인드래프트 현장. 자신보다 열일곱 살 어린 후배들 틈에 둘러앉은 최지만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기쁨과 설렘이 교차했다.

KT 위즈는 이날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최지만을 2라운드 전체 15번으로 지명했다. 드래프트 전까지만 해도 야구계에선 최지만의 1라운드 지명을 점치는 관계자가 많았다. 이르면 4순위, 늦어도 1라운드 안에는 이름이 불릴 것이라는 관측. 실제로 대부분의 구단이 울산 웨일즈 경기에 스카우트를 보내 최지만의 상태를 점검했고, KT도 그중 한 팀이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KT가 1라운드에서 최지만을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최지만이 아니면 좌완 이승원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KT는 후보로 검토했던 두 선수를 모두 손에 넣었다. 1라운드에서는 예상대로 이승원을 지명해 오랜만에 팀의 1번 지명권을 우완이 아닌 좌완에 썼다. 여기에 최지만의 이름이 1라운드에서 불리지 않고 2라운드에서도 KT 앞 순번 구단들이 지나치면서, 최지만까지 KT의 몫이 됐다. "1라운드 픽을 두 번 사용한 셈"이란 기자의 말에 KT 관계자는 흡족한 듯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최지만은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인천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에서 8시즌을 뛰었다. 통산 525경기에서 타율 0.234, 67홈런 238타점, 출루율 0.338에 장타율 0.426, OPS 0.764을 기록한 강타자다.

지명 직후 취재진과 만난 최지만은 "솔직히 5라운드 안팎을 예상했는데 2라운드에 이름이 불려 놀랍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너무 일찍 뽑혀 어린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울산에 있을 때 KT 스카우트들이 가장 자주 찾아와 '혹시' 하는 생각은 있었다. 믿어준 만큼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무릎 완벽하진 않다…7~8년 더 뛰는 게 목표"입단 동기들과 포즈를 취한 최지만(사진=KT)입단 동기들과 포즈를 취한 최지만(사진=KT)

당초 1라운드가 예상됐던 최지만이 예상보다 지명 순위가 밀린 이유는 적지 않은 나이와 무릎 부상 경력이다. 타격 능력을 인정한 구단들도 부상 리스크 때문에 고민 끝에 '패스'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만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현재 컨디션은 오르내림이 있다. 훈련을 이어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단계다. 완벽하진 않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다만 내년 시즌 개막까지 반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몸을 만들 시간은 충분하다. 최지만도 "건강만 유지한다면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계산은 서 있다"며 "수비가 정 안 된다면 방망이로 4할을 치든 5할을 치든 어떻게든 타격으로 메우겠다. 공격이든 수비든 팀이 기대하는 바에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지만이 KT에 합류하면 이강철 감독과 만나게 된다. 둘의 인연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닿을 뻔했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최지만은 "당시 감독님께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함께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현실이 됐다"며 "투수 출신이시지만 타격전, 빅볼을 선호하시는 사령탑이라 잘 맞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앞서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베테랑 김현수도 KT에 있다. 1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는 좌타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지만은 "어릴 때 두산 캠프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형이 LG에 있을 때도 전지훈련지에 찾아가 함께 운동하며 대화를 많이 나눴다. 본받을 점이 워낙 많은 선배다. 앞장서서 중심을 잡아주는 형이 팀에 있으면 개인적으로도, 선수단 전체로도 큰 힘이 된다"고 반가워했다.

최근 리그에는 김현수나 삼성 최형우처럼 불혹을 전후한 나이까지 활약하는 베테랑이 늘었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최지만에게도 비슷한 활약을 기대하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 이에 대해 최지만은 "단순히 오래 뛴다고 좋은 것도, 일찍 은퇴한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최형우 선배나 김현수 형은 그만한 실력이 되니까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내년에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 질질 끌며 자리를 차지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비켜줘야 좋은 후배들이 올라온다"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앞서 해외 유턴파 선수를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가 금세 은퇴를 선언해 큰 피해를 입었던 KT로서는 등골이 오싹해질 법한 이야기지만, 사실 최지만의 말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최지만은 "주변에서는 3~4년 정도를 내다보지만, 내 목표는 7~8년 더 뛰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억지로 버티겠다는 뜻이 아니다. 몸 상태만 따라준다면 현수 형처럼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며 길게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 팀 적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 시절에도 울산에서도 특유의 쾌활한 성격과 '인싸력'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그다. 최지만은 "좋은 선후배들이 많아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 후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나 역시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것이다. 낯선 미국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해 왔다. 팀에 녹아드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첫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는 "받는 연봉만큼 딱 그 몫을 하겠다"고 농담처럼 답했다. 최저연봉만큼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잘해서 그만큼 많은 연봉을 받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어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어느 달은 부진하고 어느 달은 잘 풀릴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려 한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시즌 완주를 이뤄내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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