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노래방에 '라밤바' 뜬다, 롯데 1R 박근서 "아버지 노래에 머리 하얘져...평생 한 번 뿐인 날, 즐기셨기를"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근서(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근서(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기쁨과 환호, 감동과 눈물로 가득했던 2027 KBO 신인드래프트 현장. 전체 1순위 하현승을 시작으로 총 110명의 선수가 프로의 선택을 받은 이날 행사에서 진짜 '신스틸러'는 선수가 아닌 선수 가족 중에서 나왔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차명석 LG 단장마저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한 '라밤바'. 롯데 자이언츠 1라운드 지명자 박근서의 아버지가 벌인 깜짝 퍼포먼스였다.

21일 롯데 자이언츠가 1라운드 4순위로 서울디자인고 좌완 박근서를 호명하자, 박근서는 아버지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사회자가 소감을 묻자 먼저 마이크를 잡은 아버지 박자식 씨는 "아들이 (소감을) 길게 하면 내려가겠다고 해서 대신 노래를 부르겠다"고 운을 뗀 뒤 "'라밤바'라는 노래에 '나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이에요'라는 구절이 있다. 아들이 항구의 도시 부산에 가서 선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어 가사로 '라밤바' 1절을 춤까지 곁들여 불렀다.

'라밤바'는 멕시코 베라크루스 지방의 전통 결혼식 축가를 1958년 로큰롤로 편곡한 곡이다. "Yo no soy marinero, soy capitán(나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입니다)"이라는 구절은 결혼을 앞둔 청년에게 어른스러운 책임감을 갖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박자식 씨는 이를 아들이 롯데의 '선장'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꿔 불렀다.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고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애써 웃음을 참으려던 박근서도 결국 '빵' 터졌고, 카메라에 잡힌 어머니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는지 1라운드 마지막인 10순위를 앞두고 마이크를 잡은 차명석 LG 단장이 "오늘은 아무리 얘기해봤자 박근서 선수 아버지의 '라밤바'를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 매년 드래프트 때마다 '어록'을 남기기로 유명한 차 단장이 멘트를 생략한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부모님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아버지와 포즈를 취한 박근서(사진=롯데)아버지와 포즈를 취한 박근서(사진=롯데)

지명 후 취재진과 만난 박근서는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다가도 아버지의 라밤바 얘기가 나오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원래 유쾌한 성격이셔서 무언가 하실 줄은 알았지만 춤을 추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원래 준비했던 소감이 더 길었는데, 아버지 춤을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짧게 끝내고 서둘러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날만을 바라보며 헌신해 주신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평생 한 번뿐인 날인 만큼 아버지도 충분히 그 순간을 즐기셨기를 바란다"는 의젓한 말도 덧붙였다.

박근서는 외모만 보면 어머니를 닮았다. 하지만 진중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는 아버지를 닮은 열정과 끼가 숨어 있다. 그 기질은 춤과 노래가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는 싸움닭 기질로 드러난다. 박근서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향을 반반씩 물려받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런 기질은 '사직 노래방'으로 불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잘 어울린다. 롯데는 전국에서 가장 열광적인 팬덤을 보유한 팀으로 꼽힌다. 박근서는 부산에 대해 "중학교 시절 대회 출전과 청소년 대표팀 훈련차 머물렀던 적이 있지만 실제로 살아본 적은 없어 기대가 크다"면서 "팬층이 두텁고 야구 열기가 뜨거운 도시인 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 행동 하나하나를 더 조심하고 성숙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1R에서 좌완으로 하현승 다음으로 지명롯데의 1순위 박근서(사진=롯데)롯데의 1순위 박근서(사진=롯데)

188cm, 95kg의 좋은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박근서는 최고 150km/h에 가까운 속구와 뛰어난 이닝 소화력이 강점이다. 충암고 1학년 때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서울디자인고로 전학한 뒤 3학년 들어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올해 10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 2.50, 삼진 54개를 기록했고 6월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는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MVP를 차지했다.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올해 드래프트에는 유독 좋은 좌완투수가 많았다. 1라운드에서만 무려 4명의 좌완이 뽑혔다. 서로 경쟁심을 느낄 만한 구도가 짜여진 가운데, 하현승 다음으로 이름이 불린 좌완이 된 박근서다. 그는 "구단에서 그만큼 내 가치와 가능성을 믿어줬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좌완들과) 경쟁심보다는 선의의 경쟁에 가깝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다 같이 성장해 프로 무대에서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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