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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지우(사진=두산)[더게이트=잠실]
"(하)현승이가 하는 거 보고 자극이 돼서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요."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김지우는 1순위 하현승(부산고)과 프로에서의 리턴 매치를 벼르고 있다. 3학년 시즌을 앞두고 '하엄김(하현승·엄준상·김지우)'으로 묶이며 라이벌 구도를 이뤄 온 두 선수는 이제 KBO리그 무대에서 모두의 기대를 받는 특급 신인으로 다시 만날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는 2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고 내야수 김지우를 선택했다. 두산은 지명 직후 "3년 연속 1라운드 야수 지명은 김지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30홈런 거포로 성장해 새 잠실야구장의 얼굴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우의 두산행은 지명 전부터 유력을 넘어 확실시됐다. '하엄김' 트리오 가운데 엄준상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하고 하현승이 국내 잔류를 선언한 데 이어, 김지우도 SNS를 통해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최대어 하현승의 전체 1순위 키움행이 유력했던 만큼, 두산 팬들은 일찌감치 김지우 지명을 확신하고 '두지우'라는 별명까지 붙여 애정을 보였다. 내야수는 많고 좌완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다른 대안도 검토했지만, 김지우의 압도적 재능과 장래성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지명 순간을 돌아본 김지우는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 정말 가고 싶었기도 했다"면서도 "막상 두산 베어스에 불릴 시간이 되니까 떨리고 긴장됐다.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며 웃었다. 이어 "TV로만 보던 유니폼을 실제로 입으니 신기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이라는 팀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지우는 "어릴 때부터 본 두산은 정말 야구를 잘하는 팀이고, 선수들 모두가 열정적인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두산에 가려면 그런 마음가짐부터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팬들도 많고 팬분들의 열정도 정말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바라던 구단에 입단해 정말 영광스럽다"고도 했다.
파워와 강한 어깨 겸비한 거포 3루수
두산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김지우(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183cm, 87kg의 다부진 체구를 갖춘 김지우는 우투우타 내야수다. 마운드에서 최고 153km/h 속구를 뿌리는 어깨를 바탕으로 강하고 정확한 송구 능력을 자랑한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파워에서 나오는 타구 속도도 160~175km/h를 오간다. 6월에 열린 한화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는 아마야구 최고 거포들과 겨뤄 7개의 홈런을 때려내 우승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김지우 영입전에 뛰어들었던 배경이다.
프로 무대에서 투타겸업 가능성은 없을까. 김지우는 "예전부터 야수 포지션이 더 자신 있었고, 하고 싶었던 것도 야수였다. 항상 꿈을 야수로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두산에서 (야수로) 불러주셨을 때 감사했다"고 답했다. 이어 "내 장점은 파워고, 공수주를 두루 갖춰야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파워와 장점을 고루 살리는 방향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우는 지난 6월 올스타전 홈런더비 직후 숙소에서 고장 난 출입문에 오른손이 끼여 관절뼈가 부러지고 손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부상으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에서도 하차해야 했다. 김지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최대한 대표팀에 합류해 보려고 재활도 빠르게 하고 섣불리 움직였었다"며 "계속 훈련을 해보니 여전히 불편했고 전력으로 뛸 수 없었다. 100%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뛰러 가는 건 아니라고 판단해 자리를 양보했다"고 털어놨다.
김지우가 빠진 가운데서도 청소년 대표팀은 일본을 두 차례 꺾고 정상에 올랐다. 라이벌 하현승은 3경기 무실점에 결승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대표팀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는 김지우는 "일본을 두 번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웠고, 현승이가 잘 던진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심을 크게 느끼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대표팀에서 현승이가 던지는 걸 보고 자극이 돼 가만히 못 있겠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우는 지난 8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하현승과의 대결을 잊지 못한다. 7회말 대타로 나선 김지우는 하현승의 시속 153km/h 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로 대결에서도 체인지업에 방망이가 헛돌며 삼진으로 경기가 끝났다. 김지우는 "프로 유니폼을 입고 많은 관중 앞에서 만나면 기분이 새롭겠지만, 다음에는 진짜 자신 있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라운드에선 라이벌이지만 야구장을 벗어나면 돈독한 친구 사이다.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하현승, 엄준상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엄준상은 이달 말 미국으로 출국한다. 김지우는 "준상이도 미국 가기 전 마지막이었고, 셋이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었다"며 "2학년 때부터 '하엄김'으로 불리지 않았나. 부모님들도 함께 식사하고, 셋이 밥 먹고 한강에 가며 어울렸다. 준상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돌아봤다.
'라이벌'은 같은 강물을 나눠 쓴다는 뜻의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유래한 말이다.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대립하면서도 때로는 협력하는 공존공생의 대상이자 성장의 동력, 그게 라이벌의 진짜 의미다. 고교 무대를 주름잡았던 라이벌 '하엄김'도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김지우와 하현승, 두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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