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마무리투수 문제와 싸우고 있다...지금 KBO리그는 '모자무싸' 리그
LG 마무리 유영찬(사진=LG)LG 마무리 유영찬(사진=LG)

[더게이트]

ESPN의 버스터 올니는 오래전 칼럼에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 3개 팀만이 2년 전과 같은 마무리를 기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매체의 마이크 페트리엘로도 "마무리 투수는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고 썼다.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극소수 특별한 선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마무리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타고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를 '올니의 법칙'이라 부를 수 있다면, 올 시즌 KBO리그에선 훨씬 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월이 끝나가는 지금, 2024시즌 리그 세이브 TOP10 가운데 현재도 마무리로 뛰는 투수는 KT 위즈 박영현 하나뿐이다. 원래는 LG 트윈스 유영찬과 두산 베어스 김택연도 포함이지만, 유영찬은 수술로 사실상 시즌 아웃, 김택연도 부상으로 1군을 떠났다. 마치 마무리 투수만 골라 없애는 타노스가 손가락이라도 튕긴 것처럼, 그 많던 마무리들이 9회 마운드에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중이다.

12일 경기에서 7세이브를 거둔 정해영(사진=KIA)12일 경기에서 7세이브를 거둔 정해영(사진=KIA)


정해영, 김원중, 김서현...마무리 투수들의 부진

부진으로 자리를 잃은 마무리가 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은 개막전부터 무너졌다. 3월 28일 SSG전, 6대 3으로 앞선 9회에 등판해 0.1이닝 3실점으로 역전패를 자초했다. 4월 10일 한화전에서도 장면이 반복됐다. 6대 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0.1이닝 2실점으로 강판당했다. KIA는 기술이 아닌 멘탈 문제로 판단해 정해영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정해영은 이후 1군에 복귀했지만 KIA의 마무리 자리는 당분간 성영탁 몫이다. 팀 입장에선 잘 던지고 있는 성영탁을 굳이 마무리에서 내리는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통산 149세이브 마무리 정해영의 150번째 세이브 기회가 언제 올지는 기약이 없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도 마무리에서 내려왔다. 통산 164세이브, 구단 역사상 최초 개인 100세이브를 쌓은 롯데의 상징이지만, 오프시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 만들기가 늦어졌다. 개막전 9회를 끝내지 못하고 내려온 뒤 최준용에게 자리를 내줬다. 4월 28일 경기에서 오랜만에 세이브를 올렸지만, 29일에는 다시 구원에 실패했다.

한화 이글스 김서현의 부진은 가슴이 미어지는 수준이다. 지난 시즌 69경기 33세이브를 올린 21세 마무리는 4월 14일 삼성전에서 1이닝 3실점을 허용한 뒤 세이브 상황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무리라면 오를 일이 없는 3, 4회에 등판하며 자신감을 재충전하려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2군행. 빈자리는 부상 대체 외국인 잭 쿠싱이 채우고 있다.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유영찬, 김택연 부상 이탈

부상으로 마무리를 잃은 팀도 있다. LG 트윈스 유영찬은 리그 세이브 단독 선두(11세이브)를 달리다 우측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로 핀 고정술을 받고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유영찬이 빠진 뒤 LG는 2경기 연속 불펜 방화로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도 극상근 염좌로 유영찬과 같은 날인 4월 25일 나란히 말소됐다. 그런가 하면 키움 히어로즈도 개막 전 부상으로 지난해 마무리였던 조영건을 잃었다. 좌완 김재웅이 대체 마무리로 나서다 최근엔 아시아쿼터 일본인 가나쿠보 유토가 마무리를 맡는다. 삼성 라이온즈는 작년 후반기 마무리였던 이호성의 수술로 마무리를 잃었고, 돌고 돌아 김재윤이 9회를 맡고 있다.

그나마 마무리가 멀쩡한 팀들도 이번주 들어 수난이다. KT 박영현은 10개 구단을 통틀어 유일한 3년 연속 마무리지만, 4월 28일 LG전 8회 등판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29일에도 연장 10회 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

평균자책 '0'을 유지하던 SSG 랜더스 조병현도 4월 28일 한화전 9회에서 안타와 볼넷으로 2사 만루를 허용하더니 폭투로 동점을 내줬다.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잘 나가던 NC 류진욱도 29일 KIA전에서 0.1이닝 4실점하며 평균자책이 4.50에서 7.84로 껑충 뛰었다. 박영현, 조병현, 류진욱은 지난해 세이브 부문 TOP10에 들었던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마저 흔들리기 시작하면,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마무리 투수들의 집단 수난은 KBO리그 특유의 경기 후반 다이내믹스를 가져온다. 이기고 있는 팀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지는 팀은 포기할 수 없는 흐름이 매 경기 이어진다. 감독들은 좌불안석으로 9회를 맞이하고, 마무리들은 엄청난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뛰는 사람들은 고통스럽지만, 보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하다. 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계속되는 한, 오늘 밤 9회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KBO리그에선 모두가 자신의 마무리 문제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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