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구속 2km 하락한 사이영상 에이스, 원인은 WBC 출전? "난 오히려 도움됐다" 반론도
폴 스킨스(사진=MLB.com)폴 스킨스(사진=MLB.com)

[더게이트]

지난해 사이영상에 빛나는 괴물 투수의 구속 저하, 원인은 정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을까.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에이스 폴 스킨스가 WBC 출전을 올시즌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며 대회를 둘러싼 후유증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다만 다른 투수들의 사례를 봤을 때 부진의 탓을 대회 하나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스킨스는 최근 지역 유력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WBC) 때문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부진의 배경으로 WBC를 지목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만장일치로 거머쥔 스킨스는 올 시즌 평균자책이 3.82에 그치면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스킨스의 속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시속 98.2마일(약 158.0km/h)에서 올해 96.8마일(약 155.8km/h)로 2km/h 넘게 떨어졌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긴 했지만 지난해 보여줬던 압도적인 맛이 떨어졌다.

스킨스는 지난겨울 미국 대표팀 투수들의 대회 참가를 앞장서 독려한 주인공이었다. 프로 선수에게 민감한 루틴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국제대회는 특히 투수들의 몸에 부담을 준다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베테랑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셔저가 국제대회 출전을 극도로 꺼려온 이유다. 스킨스는 참가를 결정한 뒤 타릭 스쿠발에게 동참을 권했고,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구단의 우려를 뒤로한 채 합류했다.

공교롭게도 대회 이후 미국 대표팀 투수들은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스쿠발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시술로 시즌 중반 한 달을 결장했다. 웹의 평균자책은 지난해 3.22에서 올해 4.31로 1점 넘게 뛰었다. 매튜 보이드(시카고 컵스)는 4월 왼쪽 이두근, 5월엔 왼쪽 반월판을 다쳤다. 올 시즌 21경기 평균자책 4.06에 그치며 지난해 평균자책 3.21로 올스타에 뽑혔던 기세가 꺾였다. 미국은 결승에 올랐으나 우승도 못하고 투수들도 시즌을 망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마주했다.

반면 미국을 꺾고 우승한 베네수엘라 투수들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183.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2.89로 2019년 이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케이더 몬테로(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역시 155이닝 동안 평균자책 3.48로 스쿠발이 떠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몬테로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 계기였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좋은 타자를 상대하려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줬다"고 밝혔다.

'불참' 크로셰도 부상...선수마다 엇갈린 반응타릭 스쿠발(사진=MLB.com)타릭 스쿠발(사진=MLB.com)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2경기에 나섰던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도 반등했다. 지난해 평균자책 6.01로 부진했던 놀라는 올 시즌 174.1이닝을 소화했고, 마지막 선발 10경기에서 평균자책 2.54를 기록 중이다. 놀라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끝나고 보니 (WBC가)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시즌 내내 건강했다"며 "구속은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제구 면에서는 WBC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대회가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보이드는 "반월판 수술은 야구와 무관하게 집에서 벌어진 우연한 일이었고 그동안 던지면서 생긴 마모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WBC에 나선 폴 골드슈미트(뉴욕 양키스)도 "시즌 초부터 고강도 경기를 치르면 부상 위험이 따르지만, 그건 시범경기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스킨스 본인도 WBC와 함께 메커니즘 변화와 컨디션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WBC에 불참한 투수라고 부상이 피해간 것도 아니다. 대표팀 합류를 고사한 보스턴 레드삭스 좌완 개럿 크로셰는 지난 3월 "커리어 최다 투구를 소화한 직후라 평범한 스프링 트레이닝을 보내고 싶었다. 너무 일찍 시동을 걸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로셰 역시 4월 왼쪽 어깨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아직 마운드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보이드는 "위험과 보상은 공존하며,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킨스와 몇몇 선수의 부진이 WBC를 바라보는 투수들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이번 시즌 결과만 봐선 참가와 성적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논쟁은 다음 대회 때까지도 똑같이 반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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