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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사진=KBO SNS)[더게이트]
한국야구 대표팀의 8회 공격, 그리고 대회 내내 부진했던 슈퍼스타의 타석. 그동안 숱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약속의 8회' 공식이 이번에도 적중했다. 김도영의 천금 같은 결승타와 곽빈의 역투에 힘입은 한국이 일본을 제압하고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3대 1로 꺾고 우승했다. 슈퍼라운드에서 당한 0대 5 완패를 이틀 만에 앙갚음한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5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한국은 우완 에이스 곽빈(두산)을, 일본은 이틀 전 선발로 나왔던 좌완 히구치 신을 선발로 내세웠다. 히구치는 지난 25일 슈퍼라운드에서 7이닝 동안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던 투수. 이틀 전 92구를 던진 투수를 다시 선발로 올리는 건 프로야구 기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무리수인 만큼 한국 입장에선 호재가 될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한국 타선은 이날도 초반부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1회초엔 2사 1, 2루에서 노시환의 큰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다. 2회초 윤동희의 2루타와 문현빈의 적시타로 먼저 1점을 뽑았지만,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박준순이 삼진, 김도영이 뜬공으로 물러났다. 3회초 무사 1, 2루 기회마저 무산되면서 불안한 1점 차 리드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은 4회부터 올라온 카요와 6회부터 등판한 후치가미를 상대로도 좀처럼 득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마운드에는 특급 에이스 곽빈이 있었다. 곽빈은 5회말 미즈타니 쇼헤이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행진을 벌였다. 6회까지 내준 안타는 단 1개. 150km/h 중후반대 강력한 패스트볼과 다양한 변화구로 삼진 8개를 잡아내며 일본 타선을 꽁꽁 묶은 곽빈의 호투 속에 한국은 1대 0리드를 이어갔다.
위기는 7회말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아이자와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야노 유키야를 삼진 처리했으나, 미즈타니와 사토 유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대 1 동점을 허용했다. 두 타자 모두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고 맞은 안타였다. 다행히 1사 1, 2루에서 올라온 조병현(SSG)이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점은 내주지 않았다.
한국 타선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8회초 선두타자 김지찬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조형우의 희생번트와 김주원의 볼넷으로 1사 1, 3루. 여기서 정준재의 땅볼 때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김지찬이 상대 포수와 충돌하며 아웃됐다. 류지현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주루방해를 어필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상황은 2사 1, 3루가 됐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한 순간, 슈퍼스타 김도영이 나섰다. 곤도 가즈키의 2구째를 받아친 강한 타구가 3루수 강습 내야안타가 되면서 3루 주자 김주원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3루수가 몸으로라도 막아보려 했지만 타구가 너무 빠르고 강해 처리할 수 없었다. 뒤이어 타석에 선 'WBC 해결사' 문보경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점수를 3대 1로 벌렸다.
한국은 8회말 1사 1, 3루 위기를 맞았으나 구원 등판한 박영현이 아이자와를 삼진, 야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불씨를 잠재웠다. 9회말에도 등판한 박영현은 2사 후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김도영 코뼈 골절, 온갖 악재 딛고 일군 우승…5연패 금자탑
결승타의 주인공 김도영(사진=중계방송 화면)류지현호의 이번 대회 여정은 오디세이 저리가라할 가시밭길이었다. 대회 소집 직전엔 김도영이 자신의 번트 타구에 맞고 코뼈가 골절되는 초대형 위기가 찾아왔다. 수술대에 오르며 낙마 위기까지 몰렸으나 가까스로 대회에 합류했다. 18일 나고야에 입성한 직후에는 조직위원회의 우당탕탕 대회 운영으로 원하는 훈련장에서 경기하지 못하거나, 세탁물 문제로 애를 먹었다.
프로 최정예 멤버가 나선 대표팀이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경기가 없었다. 21일 타이완(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5대 0으로 이기긴 했지만 경기 중반까지는 아슬아슬했다. 25일 슈퍼라운드에서는 프로 선수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일본에 0대 5 완패를 당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20년 만. 결승전인 이날도 7회말 1대 1 동점을 내주면서 패배가 눈앞까지 다가온 듯 보였다.
여기서 한국야구의 오랜 전통 '약속의 8회' 법칙이 재현됐다. 한국 야구에서 '약속의 8회'라는 표현이 처음 나온 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0대 2로 뒤지던 8회말, 김재박이 이른바 '개구리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고 한대화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제1회 WBC 본선에선 1대 2로 밀리던 8회초 1사 2루, 이승엽이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도 2대 2로 팽팽하던 8회말 이승엽의 결승 투런 홈런이 터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타이완에 2대 3으로 뒤지던 8회초 강정호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과 나성범의 역전타, 황재균의 쐐기 적시타가 이어지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날 일본에서도 김도영과 문보경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또 한번 약속의 8회를 재현했다.
이날 한국 마운드는 곽빈(6.1이닝 1실점 9탈삼진)을 시작으로 조병현(1이닝 무실점 3탈삼진), 박영현(1.2이닝 무실점 3탈삼진)이 이어 던지며 삼진 15개를 합작했다. 곽빈은 3년 전 항저우에서 담 증세로 공 하나 던지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타선에서는 결승타를 친 김도영이 2안타 1타점, 문보경이 2안타 1타점 2볼넷으로 활약했고, 하위타선의 문현빈도 3안타 1타점을 보탰다.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연패는 남자 핸드볼(1986 서울~2002 부산), 여자 핸드볼(1990 베이징~2006 도하)에 이어 한국 구기 종목 통산 세 번째 기록이다. 반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의 금메달을 노렸던 일본은 대회 유일한 패배를 결승에서 안으며 은메달에 그쳤다. 이날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21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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