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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시티(사진=맨시티 공식 홈페이지)[더게이트]
"이제 어떻게 되는가."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애덤 크래프턴 기자가 28일(한국시간) 칼럼 첫머리에 던진 질문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이 '상습 부정행위 구단'으로 지목해 기소한 맨체스터 시티는 최근 독립 위원회 심리에서 혐의 대부분에 유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년간 일군 화려한 성공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징계 수위는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단순 경고나 벌금 부과에 그칠 수도 있지만, 과거 우승을 박탈하거나 차기 시즌에 적용하는 승점 삭감 조치도 가능하다. 크래프턴 기자는 "맨시티가 다음 시즌을 프리미어리그 구단으로 시작할지조차 알 수 없다"며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했다.
선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맨시티의 혐의 목록에는 사무국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도 들어갔다. 맨시티는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고 조사를 방해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 사이 초기 규정 위반으로 성적과 보너스를 챙긴 주역들은 이미 맨시티를 떠났다. 맨시티의 이런 작태에 질린 경쟁 구단들 사이에선 일말의 동정 여론마저 완전히 사라진 상황이다.
맨시티가 우승하면? 복잡해진 우승 트로피의 향방
맨체스터 시티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드(사진=맨체스터 시티 SNS)2주 뒤 재개되는 리그에서 맨시티가 정상에 오르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현재 1부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맨시티가 지금 기세를 이어가 5월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경우, 대회의 신뢰를 지켜야 하는 리그 사무국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중계 예고 영상에 쓰던 맨시티의 우승 세리머니 장면을 계속 내보낼 수 있을지도 골칫거리다.
축구를 넘어선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맨시티 구단주는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부총리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다. 이 자는 UAE 현직 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의 친동생이다. 맨시티를 향한 처벌이 일개 구단을 넘어 구단주 가문과 아랍 국가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맨시티는 국가 소유 구단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구단 안팎의 관계성을 보면 연결고리는 뚜렷하다. 칼둔 알 무바라크 구단 이사회 의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오랜 자문역이자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최고경영자다. 경기장 명명권과 유니폼 스폰서를 맡은 UAE 에티하드 항공은 10년 넘게 맨시티와 공통의 인물이 이사를 지내고 있다. 익스피리언스 아부다비와 에티살라트도 구단에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다.
맨시티 사태의 파정은 외부 투자자와 선수단으로도 미칠 전망이다. 2019년 시티 풋볼 그룹 지분 5억 달러(약 7250억원)를 사들인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는 비상이 걸렸다. 부정행위 구단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후원사들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계약 해지 조항을 발동할 수 있다. 하부 리그 강등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 박탈 같은 중징계가 현실이 되면 특급 선수들의 연쇄 이탈도 불가피하다. 엘랑 홀란드나 필 포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광경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라이벌 구단 소송 벼른다
맨체스터 시티(사진=맨시티 SNS)라이벌 구단들의 법정 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맨시티의 부정한 행태에 우승 트로피와 대회 출전권을 뺏긴 구단들의 대규모 손해 배상 청구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시티에 밀려 2위에 머문 세 시즌과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친 2015-2016시즌의 재정적 손실을 이미 자체 계산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홋스퍼는 새 경기장 건설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던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세 차례나 5위에 머물렀다. 반면 같은 기간 맨시티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4위 안에 들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 거액의 중계권료를 챙겼다. 아스널 역시 가엘 클리시, 사미르 나스리, 바카리 사냐, 콜로 투레,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등 핵심 전력을 맨시티에 내줬다. 이 팀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서면 얼키고 설키는 소송 전쟁이 예상된다.
알 무바라크 의장은 26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확신과 의지는 처음과 다름없이 굳건하다"며 "우리의 기세를 꺾으려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각 구단 법무팀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프리미어리그는 거센 풍랑이 이는 미지의 바다로 들어서고 있다. 크래프턴은 "맨시티에는 '뗏목'이 필요할 수 있다"고 칼럼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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