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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과연 2027년에도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을까(사진=MLB.com)[더게이트]
162경기 풀시즌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최소 102경기라도 하자? 2027시즌 메이저리그(MLB) 직장폐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선 단축 시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소 경기 마지노선'을 따지는 셈법이 한창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26일(한국시간) 기사에서 MLB 구단주들이 오는 12월 초 노사협약 만료 직후 직장폐쇄를 단행할 게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직장폐쇄는 노사 협상이 결렬됐을 때 구단주 측이 사업장 문을 걸어 잠그는 쟁의 행위의 일종이다. 한번 빗장이 걸리면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스프링 트레이닝은 물론 정규시즌 경기조차 열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 2027 MLB 정규시즌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다만 디 애슬레틱은 이번 노사 대립의 경계선이 '60경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팀당 162경기 가운데 60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시즌은 102경기로 쪼그라든다. 2027시즌 개막 예정일은 3월 24일이며, 현재 공개된 일정상 60번째 경기는 5월 말로 예정돼 있다. 잘못하면 그때까지 시즌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계권 연장 조항이 걸린 '60경기'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업계가 '60'이라는 숫자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중계권 계약 조항에 있다. 디 애슬레틱은 MLB 중계권 계약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2027시즌에 60경기 이상이 취소될 경우 전국 중계 계약 대부분이 1년씩 자동 연장돼 2029년까지 묶인다고 전했다.
구단주들에게 계약 자동 연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천문학적 돈다발이 오갈 차기 전국 중계권 협상 시점이 1년 뒤로 밀리는 탓이다. 미 프로농구(NBA)는 2년 전 새 중계 계약을 맺으며 연평균 70억 달러(약 10조 1500억원)를 확보했는데, 이는 현재 MLB 수입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미 프로풋볼(NFL) 역시 중계권으로 시즌당 평균 110억 달러(약 15조 9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구단주들은 농구와 풋볼 수준의 '잭팟'을 꿈꿔 왔는데, 60경기 넘게 날리면 그 출발이 1년 뒤로 미뤄진다.
스포츠 미디어 대행사 플레이플라이의 크레이그 슬론은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향후 시장에 나올 각종 중계권의 규모가 몇 배로 뛸 텐데, 그 시점을 뒤로 늦추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이 조항은 (MLB 노사협상) 관련 주체들이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아야 할 강력한 유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물론 구단주들의 금고가 당장 2027년에 바로 말라붙는 건 아니다. 폭스스포츠, TNT스포츠 등과 맺은 전국 중계권 계약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 9000억원)를 넘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계약은 2027년에 한 경기도 열리지 못하더라도 방송사가 일단 대금을 지급하도록 묶여 있다. 구단주들은 리그 연간 총매출 120억 달러(약 17조 4000억원) 이상의 약 17%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 계약이 강제 연장되는 2029년에 지연된 청구서를 피하기 어렵다. 만약 2027시즌 전체가 취소되면 방송사들은 연장된 2029시즌 중계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60경기 이상이 취소된 단축 시즌을 치를 때도 방송사는 일년치 대금 일부만 정산하면 그만이다. 방송사로선 헐값에 한 시즌을 더 방영할 수 있는 반면, 새 계약으로 돈방석에 앉으려던 구단주들은 결국 손실을 떠안게 된다.
60경기 이상 단축하는 파행을 감수하고 2028시즌 뒤 새 계약을 맺는 방안도 있지만, 사라진 경기만큼의 손실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해야 한다. 이 경우 2029시즌 새 계약 첫해 중계료를 대폭 깎아주거나,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중계권을 내줘야 할 공산이 크다. 한 전직 폭스스포츠 임원은 디 애슬레틱에 "대규모 경기 취소가 발생한다면 해당 손실 보상책은 차기 계약 조건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일찍 고갈되는 지역 방송 수입
메이저리그 직장폐쇄가 현실이 되나(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전국 중계가 60경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각 구단의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RSN) 중계 수익은 그보다 적은 경기 취소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통상 지역 방송사는 시즌당 125~145경기를 송출하도록 계약한다. 경기 수가 이보다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미달한 경기 수만큼 중계료를 덜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2024년 선수단에 공유한 리그 경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구단 평균 매출에서 지역 중계 비중은 21%에 달했다. 구단에 따라 적게는 12%, 많게는 32%를 차지했다. 30개 구단이 균등 배분받는 전국 중계 등 중앙 수익(26%)이나 입장권·구장 매출(39%)에 버금가는 핵심 자금줄이다.
문제는 지역 중계 수익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발단은 2023년 3월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최대 사업자인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당시 밸리 스포츠)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사태다. 그해 중반부터 일부 구단이 기존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와 계약을 끊었고, 이들 구단의 중계는 MLB 사무국이 직접 제작·송출을 맡았다. 현재 30개 구단 중 절반 가까이가 기존 방송사 대신 MLB 사무국을 지역 중계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런 대체 계약을 맺은 구단들의 지역 중계 수입은 종전의 평균 약 50%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구단주들의 생각도 둘로 나뉠 수 있다. 이미 지역 중계 수입이 줄어든 구단들은 단기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업 장기전을 감수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역 중계 수입이 여전히 탄탄한 대도시 구단들은 그 수입을 포기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기엔 뉴욕 연고 양키스, 메츠와 LA 연고 다저스 등이 해당한다. ESPN은 다저스가 스포츠넷 LA와의 지역 중계 계약으로 연평균 약 3억 3400만 달러(약 4843억원)를 받는 것으로 추산했다.
직장폐쇄가 우려대로 현실화해 60경기 안팎이 날아가면 2027시즌 개막은 6월로 밀릴 수 있다. 문제는 이것도 현재로선 그나마 나은 '차악'의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그 시한마저 넘기면 2027시즌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이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1994년 8월 선수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됐고, 그해 월드시리즈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팬들은 오랫동안 야구를 외면했고 줄어든 관중을 회복하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구단주들은 막대한 돈이 걸린 이 치킨게임을 끝까지 밀어붙일까. 분명한 건 구단들도 선수노조도 '팬'들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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