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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효과 통했다…내셔널지오그래픽 ‘리버시블 플리스’ 출시 당일 완판

스포츠춘추
이장석 키움 히어로즈 전 대표이사(사진=더게이트 DB)[더게이트]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7일 KBO리그 역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꼴찌가 확정되면서 역대 두 번째 4년 연속 최하위이자, 사상 최초 4년 연속 10위가 확정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암흑기 롯데 자이언츠가 4년 연속 8위에 머문 적은 있으나 당시는 관중석에서 자전거 타고 삼겹살 굽던 시절이자 8개 구단 체제였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4년 연속 10위는 일부러 하려 해도 쉽지 않은 기록인데, 키움이 그 기록을 만들어냈다.
탈꼴찌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키움은 지난 6월 14일 26승 1무 40패(승률 0.394)를 기록하며 롯데(24승 1무 39패, 승률 0.381)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9위에 올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패하고 롯데가 승리하면서 순위표는 하루 만에 원위치됐다. 이후 롯데가 6월 15일부터 34승 1무 33패로 반등하며 상승세를 탄 반면, 키움은 같은 기간 21승 3무 45패로 처지며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회는 한 차례 더 찾아왔다. 7월 19일 SSG 랜더스가 32승 3무 55패(승률 0.368)로 내려앉으며 10위 키움(32승 2무 57패, 승률 0.360)이 1경기 차로 따라잡았다. 그러나 7월 22일부터 운명이 엇갈렸다. SSG는 이후 43경기에서 26승 2무 15패를 거두며 단독 선두 KT 위즈(30승 2무 14패)에 이어 해당 기간 승률 2위에 올랐고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키움은 같은 기간 15승 2무 28패로 한화 이글스(15승 1무 32패) 다음으로 나쁜 성적표를 남기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4년 연속 10위인데 이렇게 천하태평할 수가...
키움 최대 주주 이장석(사진=더게이트 DB)어떤 팀은 꼴찌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데, 어떤 팀은 탈꼴찌 기회가 와도 살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꼴찌에 머문다. 지난주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한 야구 관계자는 "SSG나 롯데 같은 팀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뒤에도 1승이라도 더 따내려 온 힘을 쏟는다"며 "프로 구단으로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인 것도 있지만, 모기업과 구단주의 불호령 때문에라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SG의 경우 후반기 선전으로 전반기 부진의 실망감을 어느 정도 만회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키움은 4년 연속 최하위에도 동요하는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태평하고 한가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키움이 한창 연패 수렁에 허우적대던 지난 8월 말, 한 구단 관계자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전 실행위원회(단장 회의) 당시 골프 자리에서 키움 단장이 홀인원을 기록했는데, 얼마 전 그 홀인원 '기념턱'을 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모임에 함께했던 단장들과 야구인들을 전부 초대해 홀인원 턱을 쏜다고 했다는 것. 이 야구인은 "오프시즌이면 몰라도 시즌이 한창이고 팀이 최하위에 연패 중인데 그런 모임을 한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4년 연속 최하위를 키움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른 구단은 4년 연속 최하위를 했다가는 모기업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고, 프런트는 물론 코칭스태프도 불벼락을 피하기 어렵다. 팬들의 비난과 여론의 비판에 도저히 구단이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꼴찌로 시즌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구단도 있다. 반면 키움은 외부 비판 여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비판 여론이 좀 거세다 싶을 때는 묘하게도 꼭 주축 선수의 다년 계약이나 연장 계약 소식이 나온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지난해 송성문 계약이나 올해 하영민·서건창 계약 모두 공교롭게 구단 비판이 가장 거셀 때 나왔다.
원정팬 몰리고 중계권료 균등 분배…꼴찌하면 오히려 좋아?
하현승(사진=키움)4년 연속 팀 성적은 바닥이지만 키움이 손해보는 건 거의 없다. 키움의 홈 관중 수는 2023년 58만 3629명에서 2024년 74만 9058명, 2025년 87만 4138명, 올해 91만 224명으로 매년 늘었다. 키움 팬이 늘었다기보다 서울이라는 최고의 연고지를 등에 업고, 한때 접근성 탓에 외면받던 고척스카이돔이 리그 흥행 폭발과 맞물려 매진 행렬을 이어간 결과다. 표 구하기 힘든 다른 구장보다 오히려 쾌적한 고척을 선호하는 원정팬이 몰리자, 키움은 아예 원정팬 전용 시즌권까지 출시하며 원정팬 모시기에 진심이다.
관중석을 원정팬이 가득 채워도 입장권 수입의 72%는 어차피 홈팀 키움 몫이다. 원정팀은 28%만 가져간다. 중계권료 배분금도 균등하다. KBO 마케팅 자회사 KBOP가 지상파 3사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체결한 중계권 계약 규모는 연간 약 990억원이다. 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익을 10개 구단에 균등 분배하면 키움에도 매년 약 90억~100억원이 정산된다.
여기에 성적 역순 드래프트에 따른 신인 전체 1순위 지명권이 쥐어진다. 유망주를 육성해 메이저리그에 보내고 포스팅 비용을 챙기는 것은 키움의 대표 수익 모델이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시작으로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에 이르기까지 선수 6명을 미국으로 보내며 최소 약 4770만 달러(약 650억~690억원)의 포스팅비를 챙겼다. 유망주가 미국에 갈 정도 슈퍼스타로 크지 못하면, FA 자격을 얻기 전에 다른 구단에 트레이드해 유망주와 지명권을 받으면 된다. 유망주를 키워서 팔고, 다시 유망주를 키워서 또 파는 일종의 무한동력이다.
이런 운영이 가능한 건 다른 9개 구단과는 다른 키움의 지배 구조 때문이다. 모기업 없는 야구단인 키움의 최대주주는 KBO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이며, 그의 측근으로 강하게 의심받지만 언론지상에는 거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인물들이 구단 실권을 쥐고 있다.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하는 다른 구단들이 우승을 목표로 운영한다면, 이 구단은 수익을 내고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어떤 면에서는 꼴찌를 계속하는 게 구단의 운영 모델에 부합하는 면도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과 코치진을 비난해봐야 소용이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타 구단 팬들과 일부 구단 사이에선 꼴찌팀이 계속 최고 유망주를 가져가는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SSG나 롯데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팀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대놓고 꼴찌하는 팀이 이익을 보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급기야 KBO리그 드래프트에도 배구나 농구처럼 '확률 추첨제'(로터리 픽)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확률 추첨제는 최하위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갖는 방식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들에 저마다 다른 확률을 부여해 추첨으로 지명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다. 꼴찌라고 해서 반드시 1순위를 가져간다는 보장은 없는 시스템이다. 메이저리그는 202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 일부 구단이 대놓고 상위 지명권을 노리고 성적을 포기하는 전략을 펴고, 한 지구에서 여러 팀이 동시에 100패를 넘기는 기현상까지 벌어지자 칼을 빼든 것이다.
고의 패배 문제가 심각한 미 프로농구(NBA)는 한발 더 나갔다. 진작에 확률 추첨제를 도입했는데도 일부러 지는 팀이 좀처럼 줄지 않고, 하루에 다섯 경기가 30점 차의 일방적 경기로 펼쳐지는 상황까지 나오자, 아예 최하위 3개 팀을 '강등존'으로 묶어 오히려 상위픽 확률을 깎는 개편안까지 내놨다. 최하위를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하겠다는 취지다.
로터리 픽 도입은 글쎄…샐러리캡 하한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서건창(사진=키움)다만 로터리 픽 도입을 두고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모든 구단이 대기업 소유 빅마켓이고 모두가 우승을 향해 달리는 리그에서, 탱킹 방지용 제도를 한 팀 때문에 도입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취재에 응한 한 단장은 "성적 역순 드래프트 제도 도입 취지가 있는데, 한 팀 때문에 그 근간을 바꾸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지방 구단 관계자 역시 "특정 한 팀이 문제라면 다른 대안을 만드는 편이 낫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 열린 KBO 실행위원회에서 로터리 픽 관련 공식 논의나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리 픽보다는 차라리 팀 연봉 총액 하한선(샐러리캡 하한선)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편이 키움의 무임승차 행태를 단속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었다. 키움의 2026년 개막 기준 선수단 연봉 총액은 49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고, 9위 NC 다이노스(65억원)와도 16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돈은 적게 쓰면서 중계권료와 관중 수익은 다른 구단들과 똑같이 챙기는 구조를 손보려면, 하한선을 80억원 이상인 징벌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벌어들인 만큼 쓰도록 강제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른 구단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실현되지 않았다. KBO가 2027시즌부터 도입하기로 한 연봉 하한선은 60억 6538만원으로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애초 회의를 앞두고 구단들은 하한선을 대폭 높이겠다고 벼렀으나, 실제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단장은 "원래는 좀 더 높은 기준을 생각했는데, 막상 키움 단장도 참석한 자리에서 강경하게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다른 단장도 "얼굴 맞대고 회의하는 자리에서 특정 팀을 대상으로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타 구단들이 우물쭈물하며 온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키움은 4년 연속 10위라는 역사적 기록을 완성했고 또 한 번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쥐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최고 유망주는 키움 히어로즈 차지다. 야구팬들의 관점에선 키움만이 빌런이 아니라 다른 구단과 KBO도 공범으로 보일 법하다. 꼴찌에게 벌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프로답지 못한 팀에 벌을 주는 제도 설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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