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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말을 꺼내도 일단 "아니요"부터 뱉고 시작하는 직장동료의 심리

스포츠춘추
SSG 랜더스가 4년 연속 개막전 매진을 달성했다(사진=SSG)[더게이트]
KBO리그가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그렇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지난해 10개 구단 감사보고서를 보면, 총매출 합계는 7796억원이다. 2024년 대비 14% 뛴 역대 최고치다. 롯데 자이언츠(165억6000만원)와 두산 베어스(87억1000만원) 등 5개 구단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관중 1300만 시대를 바라보는 흥행 열기와 맞물려, KBO리그가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KBO리그 수익 구조가 체질 개선에 성공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수도권 A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유니폼이 굿즈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수익원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브랜드·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이 새로운 효자로 떠올랐다. 지방구단 마케팅 담당자도 "유명 캐릭터와의 콜라보를 통해 야구에 생소한 팬층까지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KBO가 퓨처스리그 타이틀 스폰서인 메디힐과 협업해 야구 팬들을 위한 ‘2026 KBO X 메디힐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다(사진=KBO)
'티니핑'에 줄 선 업체들…유니폼 넘어선 굿즈 광풍
마케팅의 주도권도 구단으로 넘어왔다. 수도권 A구단 담당자는 "지금은 협업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며 "구단이 브랜드를 선택해 컨트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화려하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총매출 768억4000만원 중 상품 매출로만 37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대행 방식을 채택한 롯데 자이언츠는 수수료 수입만 66억원을 올렸다. 통상 수수료율(20~25%)을 고려하면 실제 상품 매출은 300억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단이 팬심을 읽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관중 수 외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멤버십 회원 수와 유튜브 구독자 수 같은 지표로 팬들의 마음을 살핀다. 모기업이 야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구단을 단순히 사회공헌이나 홍보 수단으로 보던 과거에서 벗어나, 그룹의 비즈니스 포털이자 집객력 높은 수익 모델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2018년 전체 매출의 41%에 달하던 모기업 지원금 비중이 2025년 25%까지 줄어든 걸 근거로 KBO리그가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김경민 단국대 겸임교수는 "구단은 지원금을 받는 대신 헬멧·유니폼 광고 패키지를 넘긴다. 이걸 시장에 내다 팔면 지원금의 20% 수준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흑자의 상당 부분이 시장 가격보다 부풀려진 계열사 광고비가 만들어낸 착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B구단 재무담당자도 잘라 말했다. "현재 구조에서 모기업 지원 없이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출 상위권 구단들의 실정을 봐도 마찬가지다. 매출 1위 KT 위즈(982억4000만원), LG 트윈스(967억6000만원), 삼성 라이온즈(948억3000만원)는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많이 번다고 반드시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이 산업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구단들은 여전히 버는 것 이상으로 돈을 쓰고 있다. 김경민 교수는 일부 구단의 100억·300억원대 선수 계약을 꼬집으며 "입장료 1000원을 올리는 데는 벌벌 떠는데, 선수 몸값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야구 관계자도 거들었다. "자기 돈이나 회사 돈이라면 그런 식으로 쓰겠나." 선수의 기량은 물론 경제적 가치까지 따져 계약하는 메이저리그와의 근본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경기장 운영 권한이 지자체에 묶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법적·제도적 벽도 여전히 높다.
그래도 희망적인 대목은 있다. KBO는 티빙과 2027년부터 5년간 연간 9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지상파 방송권료를 합치면 연간 1440억원이 발생한다. 구단당 144억원꼴이다. 2028년 문을 열 SSG 랜더스의 청라 돔구장도 핵심 변수다. 한국 야구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민간 소유 구장으로, 지자체 눈치 없이 입장료를 자율 책정할 수 있다. 김경민 교수는 "SSG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한국 프로스포츠 비즈니스의 행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매 경기가 매진인 한화생명 볼파크(사진=한화)
의도치 않게 찾아온 흥행…지속 가능한 자생력이 숙제
지금의 야구 흥행이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수도권 A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 흥행이 야구계가 의도하고 기획해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6 KBO리그 관중 폭발 프로젝트 같은 걸 돌려서 얻은 아웃풋이 아니다." 의도하지 않게 찾아온 인기는, 언제든 의도하지 않게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한국갤럽이 올해 3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국민 3명 중 2명은 여전히 야구에 관심이 없다. 20대의 관심도는 2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연일 꽉꽉 차는 관중석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김경민 교수는 "지금의 흥행은 야구 팬 저변 확대라기보다 일시적인 유행을 쫓는 체험형 관객이 몰린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하고, 핫플레이스는 수시로 바뀐다. 눈앞의 숫자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른 시점이다. 야구라는 상품의 기본인 경기력을 높여 하드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구단과 선수들의 서사에 팬이 몰입하고 애정을 유지갈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기회를 구조적·시스템적 변화로 연결하는 것, 그게 KBO리그에 주어진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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