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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전체 1번으로 지명받은 하현승(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
선수단 연봉을 10개 구단 중 가장 적게 쓰는 팀이 리그 최고 유망주를 매년 싹쓸이한다. 4년 연속 10위가 확정된 키움 히어로즈가 내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또 손에 넣었다. 이게 불만인 야구계 일부와 팬들 사이에선 신인 지명 제도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키움은 지난 27일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최하위를 확정했다. 프로야구 사상 첫 4년 연속 10위다. 지난해 최하위를 한 덕에 21일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하현승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내년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간다. 선수단 투자엔 가장 인색한데 관중 수입과 중계권료는 똑같이 나눠 받고, 대어급 신인까지 챙기니 다른 구단과 팬들 눈에는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급기야 '키움 방지법' 차원에서 '로터리 픽'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로터리 픽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에 서로 다른 확률을 주고 추첨으로 신인 지명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다. MLB는 상위 지명권을 노리고 일부러 성적을 포기하는 이른바 '탱킹'을 막으려고 2022년 이 제도를 들였다. 일찌감치 이 제도를 시행 중인 NBA는 지난 시즌 하루 다섯 경기가 30점 차 일방적 승부로 끝나는 일까지 벌어지자, 아예 최하위를 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개편안까지 내놨다.
꼴찌를 용납하지 않는 KBO 구단들
SSG는 후반기에도 최선을 다해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사진=SSG)다만 이런 제도를 KBO리그에 그대로 옮겨오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같은 부자 구단과 스몰마켓 구단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미국과 달리, KBO는 거의 모든 구단이 재벌 대기업 소유이고 모기업 지원금으로 살림을 꾸리는 '모두가 양키스'인 리그다. 구단주인 그룹 '회장님'에게 회사 이름을 단 팀의 꼴찌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팬들 역시 응원팀이 꼴찌했다간 바로 트럭을 본사 앞에 보낸다. 키움을 빼면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이나 탱킹에 나서는 구단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명권만 따지면 꼴찌나 9위가 어중간한 6위보다 이익이다. 똑같이 가을야구는 못 가는데 10위는 전체 1순위, 9위는 2순위로 특급 유망주를 잡을 수 있지만, 6위는 5순위라는 애매한 지명권을 받기 때문. 그래도 하위권 구단들은 한 계단이라도 더 오르는 쪽을 택한다. 올해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뒤에도 1승을 더 따내려 총력을 기울였다. 롯데는 6월 하루 동안 키움에 밀려 10위로 내려앉았고, SSG도 7월 키움에 1경기 차까지 쫓겼지만 두 팀 모두 보란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지명권을 노리는 탱킹 팀이 넘쳐나는 미국과 KBO리그는 환경부터 다르다. 9개 구단과 다른 길을 가는 팀은 키움 하나뿐이다. 그 한 팀 때문에 드래프트 제도의 근간을 허물어선 안 된다는 게 반대 측의 논리다. 한 구단 단장은 "성적 역순 드래프트 제도 도입 취지가 있는데, 한 팀 때문에 그 근간을 바꾸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취지는 '전력 평준화'다. 하위권 팀이 좋은 신인을 먼저 데려가 다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하게 하자는 '선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드래프트 제도다. 최선을 다하고도 꼴찌를 한 팀이 추첨에서 밀려 좋은 유망주마저 놓치면, 전력을 보강할 기회를 잃고 하위권을 맴도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맨날 같은 팀만 5강에 들고 하위권 팀은 하위권만 전전하면 그런 리그는 팬들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키움 한 팀을 겨냥해 바꾼 제도가 훗날 다른 최하위 팀에 애꿎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특정 한 팀이 문제라면 로터리 픽보다는 다른 대안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했다. 지금까지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로터리 픽과 관련한 공식 논의나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 안 쓰고 꼴찌하면 1순위 대신 10순위 어떨까
지난해 키움의 1순위 신인 박준현(사진=키움)대안은 없을까. KBO가 2027년부터 도입하는 선수단 연봉 하한선을 신인 지명 순번과 묶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팀 내 연봉 상위 40명의 총액이 하한선을 넘긴 팀이 최하위를 하면 지금처럼 1순위 지명권을 준다. 대신 하한선을 채우지 못한 팀이 최하위를 하면 지명 순번을 9단계 떨어뜨린다. 돈 안 쓰고 꼴찌를 하면 전체 1순위가 아니라 10순위로 신인을 뽑게 하자는 것이다.
KBO리그엔 이미 비슷한 벌칙이 있다. 샐러리캡 상한선인 경쟁균형세 기준을 세 차례 이상 연속으로 넘긴 구단은 초과분의 100%를 제재금으로 내고, 다음 해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밀린다. MLB도 경쟁균형세 기준선을 4000만 달러(약 580억원) 이상 넘긴 구단이 30개 팀 중 하위 6개 팀에 속하지 않을 경우엔,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을 10단계 떨어뜨린다. 이렇게 상한선을 넘긴 구단에 주는 벌칙을 거꾸로 하한선에 못 미친 구단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팀 전력이 약해서 꼴찌한 것도 서러운데 두 번 죽이자는 게 아니다. 투자는 외면한 채 균등하게 배분되는 수익만 챙기고 리그 최고 유망주를 독식하는 '무임승차'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키움의 올해 개막 기준 연봉 총액은 49억원으로, 9위 NC 다이노스(65억원)보다 16억원이나 적다. 구단 나름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는지는 몰라도, 팬들 눈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KBO가 2027년 도입하는 하한선(60억 6538만원) 제도에는 제재금 조항만 있다. 세 차례 연속 미달해도 부족한 금액의 100%를 야구발전기금으로 낼 뿐, 지명권 불이익은 없다. 이 하한선을 80억원 이상으로 크게 끌어올리고, 이 기준에 못 미친 팀이 최하위를 하면 지명권을 떨어뜨려야 더 이상의 '책임 없는 쾌락'을 누리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만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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