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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도박이 놀이가 되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이야기했다(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참교육'에선 도박 때문에 수천만원 빚을 진 청소년과 교내 도박 조직을 묘사했고 '모범택시3'에선 게임인 줄 시작한 도박에 사채업자 협박을 받는 학생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과장된 가공의 이야기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은 한 해 7153명. 처음 돈을 거는 나이는 평균 12.5세다. 이제 아이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접하고, 빠져들어, 중독되기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손 댄 도박은 군 복무 기간에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며 인생을 무너뜨리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더게이트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소년과 군장병 스포츠 도박 중복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과 '도박중독 추방의 날 포럼'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내놓은 실태 진단과 해법을 연속 보도로 전한다.
[더게이트=국회]
"도박이 놀이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쇼츠 영상을 타고 불법 베팅이 청소년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언론학자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에서 도박 범죄가 놀이로 둔갑하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는 세태에 대해 진단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엔 관련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미디어 속 청소년 도박 표상과 낙인'을 주제로 첫번째 발표에 나선 유 교수는 "미디어와 도박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 전체에 널리 퍼진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이다.
일상 파고든 광고…'앰비언트 커뮤니케이션'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 13~15세에 처음 접하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유현재 교수는 세계 1위 수준인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숏폼 콘텐츠 소비를 지적하며 이를 '앰비언트 커뮤니케이션(Ambient Communication)' 개념으로 설명했다.
앰비언트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이 어디에 있든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옥외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메시지에 겹겹이 노출되는 환경을 말한다.
유 교수는 이런 환경에서 미디어가 도박과 청소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봤다. 청소년 도박은 이제 일부의 일탈이나 충동 조절 실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일반화되고 상시화됐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청소년은 도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웹툰·숏폼·유튜브·OTT·불법 광고 생태계 속에서 도박적 상상력과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왜 도박을 하는가"만이 아니라, 왜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 사행성을 이렇게 쉽게 접하는 미디어 환경을 방치해 왔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유 교수는 유해한 환경에 쉽게 닿을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 부동산 투기나 투기처럼 여겨지는 주식 거래 같은 한탕주의 분위기,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마음(포모·FOMO)이 겹쳐 청소년 도박이 점점 더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도박 광고 배너는 아찔할 정도다. 유 교수가 예시로 든 사례에는 "모든 베팅 가능 무제재", "환전 무제한 고액 전용" 같은 문구가 빼곡했다. 이런 광고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화면에 아무렇지 않게 뜬다. 유 교수는 "도박이 긍정적인 게 되고 놀이가 되고 있다"며 "심각성이 사라지는 데 중간에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흡연·마약엔 있는 규제, 도박엔 없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온라인상의 불법도박 광고.유현재 교수가 인용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를 보면, 처음 도박을 경험한 나이는 평균 12.5세였다. 13~15세가 36.7%로 가장 많았고 10~12세 33.1%, 16~18세 16.2%가 뒤를 이었다. 9세 이하도 14.0%였다. 도박 경험 유형은 카지노 게임이 35.8%로 1위였다. 미니게임 29.8%, 화투 17.2%, 스포츠 도박 16.0%, 복권 10.2%, 경마 3.1% 순이었다.
본인 확인 장치도 무력했다. 2024년 조사에서 최근 6개월간 도박을 이어간 청소년의 48.4%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썼고, 24.4%는 남에게 베팅을 맡기는 '대리 베팅'을 경험했다. 대리 베팅 경험률은 초등학생 5.6%에서 중학생 21.5%로 급격히 뛰었고, 고등학생은 45.7%에 달했다. 빚을 갚으려 다시 도박을 하게 되고, 청소년을 절도나 사기, 불법 아르바이트 같은 2차 범죄의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생태계가 이미 형성된 상황이다.
유 교수는 청소년 도박이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디어가 이를 재현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드라마들이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지하 세계'에 들어가는 과정을 극도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마치 청소년 개인만의 탓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는 게 유 교수의 문제 의식이다.
유 교수가 든 사례는 드라마 '모범택시3'와 '참교육'이다. '모범택시3'에는 친구가 자신이 즐겨 하는 온라인 불법 도박을 다른 친구에게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 교수는 실제로 또래에게 온라인 도박을 상시적으로 부추기는 이른바 '슈퍼 전파자' 학생이 있다는 보도를 함께 소개했다. 극 중 학생들은 게임 포인트를 현금으로 받으며 게임에 빠져들지만, 이들이 참여한 '이벤트'는 사실 모두 소액 대출이었다.
사채업자가 집까지 찾아와 협박하고, 주인공 김도기(이제훈)가 법 밖의 범죄 조직에 사적 제재를 가하는 줄거리다.
'참교육'에서는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학생이 8500만원의 빚을 진다. 협박 사실을 안 부모가 빚을 대신 갚아주지만, 학생은 다시 도박에 빠져 빚을 더 떠안는다. 드라마는 '교권보호국' 직원들이 학교에 잠입해 도박 조직을 검거하는 권선징악 구조다. 주인공 나화진(김무열)은 "진짜 피해자는 너희 부모님이다!"라는 대사로 학생들에게 경고한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할 일이 아니다. 유 교수는 지난 6월 경찰청이 한 달간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강원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만 학생 48명이 도박 사실을 털어놨다는 보도를 소개했다. 드라마 '참교육'이 그린 교실 속 도박이 현실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흡연·마약엔 있는 규제, 도박엔 없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도박이 놀이가 되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이야기했다(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청소년 도박과 관련해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자인 유현재 교수는 청소년 흡연과 자살, 마약에는 규제와 통제가 있지만 도박은 예외라는 점도 지적했다. 미디어의 영향을 설명하는 근거로는 사회학습이론을 들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배운다는 이론이다.
앨버트 반두라가 1961년 진행한 '보보인형 실험'이 대표적이다. 어른이 인형을 거칠게 다루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이 그 행동을 따라 했다. 유명인을 모델로 내세운 소주 광고처럼, 미디어 속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학습된다.
미디어가 실제 행동을 바꾼다는 근거로는 자살 보도 연구를 꺼냈다. 전홍진 외(2021) 연구에 따르면 2005~2017년 국내 유명인 24명의 자살 보도 뒤 30일 동안 일반인 자살은 하루 평균 6.27명 늘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다. 연구는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과 2013년 보도 권고기준 개정이 이런 모방 효과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유 교수는 2024년 11월 발표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 연구를 맡았다. 4.0은 기존 언론 보도에 더해 블로그와 SNS 같은 1인 미디어까지 준칙의 대상으로 넓혔다. 유 교수는 이 경험을 청소년 도박에 옮겨오자고 제안했다.
첫째는 '청소년 도박 콘텐츠 가이드라인'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이미 갖춘 자살예방 보도준칙, 마약류 사건 보도 권고 기준 같은 보도 기준에 청소년 도박을 다루는 기준을 더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영상 콘텐츠 가이드라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자살 장면에 생명존중 관점을 반영하도록 만든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이 선례다.
셋째는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일이다. 유 교수는 방송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행행위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지만, OTT는 자체 등급분류와 자율규제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와 개인방송은 통신심의와 플랫폼 자율규제 중심으로 돌아간다. 웹툰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은 가능하지만 사전에 장면을 다루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
유 교수는 "'불법 사이트 링크'는 잡아내도 '사행성을 세련되게 보이게 하는 장면' 등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한 청소년 도박 장면.유현재 교수가 내놓은 '청소년 도박 장면 영상 가이드라인'은 8개 항목이다. 도박을 빠른 성공이나 역전, 멋진 능력의 상징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베팅 방식이나 우회 접속, 자금 이동 방식처럼 '튜토리얼'이 되는 묘사를 피한다. 청소년 캐릭터가 도박으로 인정과 우정, 사랑, 성공을 얻는 서사를 경계한다. 불법도박 장면에는 결과와 피해를 반드시 함께 보여준다.
이 밖에 경고문과 연령 표시 강화, 숏폼 재가공과 알고리즘 추천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 예방·상담 정보 안내, 웹툰·OTT·유튜브·숏폼별 세부지침 마련이 담겼다.
유 교수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풀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며 영상 가이드라인 수립과 국회 차원의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여기에 교육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정책 제안과 여론 형성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든 대응 전략의 바탕에 둘 원리로는 '넛지(Nudge)'를 제시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제시한 개념으로,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찌르듯 강요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나은 선택을 이끄는 방식이다. 선택의 자유는 존중하면서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꾼다는 점이 핵심이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 넣자 소변이 밖으로 튀는 일이 줄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 교수는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특히 넛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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