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애런 저지, 한화의 게릿 콜? MLB 2027시즌 무산 시나리오 살펴보니..."국외리그 출전 안 막는다"
애런 저지와 마이크 트라웃(사진=MLB.com)애런 저지와 마이크 트라웃(사진=MLB.com)

[더게이트]

애런 저지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게릿 콜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는다면 어떨까. 이정후-김하성-김혜성-송성문의 히어로즈 빅리거 4인조가 한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다시 뭉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야구팬들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장면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오는 12월 직장폐쇄를 대비하며 선수들의 국외 프로리그 출전을 막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협상이 장기화해 2027시즌이 무산되면 유명 빅리거들이 KBO리그에서 뛰는 상황도 가능하단 얘기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기자는 8일(한국시간) MLB 사무국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문건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에 이어 사무국 2인자인 댄 핼럼이 지난 1일 구단주와 구단 고위 임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직장폐쇄 기간 구단 관계자들이 무엇을 예상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담은 34쪽짜리 대외비 지침이다.

현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메이저리그는 노사협상 실패와 직장폐쇄에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 단계다. 노사가 새 CBA 협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동부시간 12월 2일 0시,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직장폐쇄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선수와 구단 사이의 거의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미국 구단에서 일하는 여러 야구 관계자는 이 가능성을 "90% 이상" 내지는 "거의 확실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핼럼은 문건에서 "선수노조와 합의에 이른다는 목표를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두 써보겠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면서도 "다만 구단들은 그때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남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폐쇄가 시작되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업무는 새 노사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된다. 트레이드와 선수 계약도 할 수 없다. 구단은 직장폐쇄가 시작되기 전에만 선수에게 비시즌 훈련 계획을 전달할 수 있고 이후에는 이마저 금지된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의 접촉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구체적인 지침은 일상생활에까지 적용된다. 구단 직원이 선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야구와 관련한 업무 이야기는 나눌 수 없다. 구단이 선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나 선물을 보내는 것조차 금지된다. 구단 시설에 주차해 둔 선수의 차량도 치워야 한다. 다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사하는 것 정도는 막지 않는다.

“일본이든 어디든”…빅리거 국외 진출 가능성 열렸다카를로스 카라스코(사진=앤서니 디코모 트위터)카를로스 카라스코(사진=앤서니 디코모 트위터)

국내 야구팬들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외 리그 출전에 관한 방침이다. 핼럼은 문건에서 직장폐쇄 기간 선수들이 윈터리그를 포함한 다른 프로리그에서 뛰더라도 MLB가 이를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드렐릭 기자는 이 방침에 따라 선수들이 일본이나 다른 프로리그로 향할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직장폐쇄로 MLB에서 뛸 수 없게 된 선수들이 국외 무대에서 경기 감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문건에 KBO리그가 별도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사무국이 출전을 막지 않겠다고 밝힌 대상은 다른 프로리그 전반이다. 문건의 내용대로라면 한국도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행선지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그간에는 직장폐쇄 기간에는 40인 로스터에 속한 선수들은 일체의 활동이 불가능하고, 마이너리거들만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MLB가 국외 리그 출전을 막지 않는다는 방침과 실제 이적은 별개의 문제다. 선수 본인의 의사부터 계약 조건,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선수 교류 규약, 국내 구단의 영입 의사 등 걸리는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직장폐쇄가 장기화해 2027시즌이 무산되는 파국이 찾아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뛰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건 팬들에겐 흥미롭고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잠시 빅리그를 벗어나 원소속팀으로 돌아오는 상황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키움 히어로즈는 졸지에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송성문을 모두 데리고 내년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에 상상을 더한 시나리오다.

선수 부상 기록부터 시즌권 환불까지…세부 지침 마련이정후와 한국계 빅리거들(사진=WBC 공식 SNS)이정후와 한국계 빅리거들(사진=WBC 공식 SNS)

한편 MLB 사무국은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관한 지침도 마련했다. 직장폐쇄 기간 다친 선수가 이전에 발생한 부상이라고 주장하며 산업재해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구단에는 시즌 후반 선수들의 부상 상태와 의료진의 진료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다만 기존에 실시하지 않던 시즌 종료 신체검사를 직장폐쇄 직전에 새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2027시즌 경기 취소에 대비한 팬 응대 지침도 포함됐다. MLB는 티켓 판매 직원들에게 노사협상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정상적인 시즌 개최를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안내하도록 했다. 시즌권 구매자에게는 경기 취소 시 해당 금액만큼 적립금이나 환불을 제공하겠다는 답변까지 마련했다. 말로는 노사협상 타결이 목표라지만 실제로는 직장폐쇄와 시즌 무산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MLB의 이중적인 행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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