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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라미레스의 결승포(사진=중계방송 화면 캡쳐)[더게이트]
이틀 전 마무리로 나왔던 투수가 하루 쉬고 선발로 나와 삼진 12개를 잡아내는 괴력투를 펼쳤다. 간판타자는 바닥까지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려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벼랑 끝에 몰렸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거짓말 같은 장면들을 연출하며 기적의 3연승으로 ALCS에 올랐다.
클리블랜드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26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2대 0으로 제압했다.
안방에서 1·2차전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클리블랜드는 시카고 원정 3·4차전을 연달아 잡은 뒤 5차전까지 챙겼다. 이로써 클리블랜드는 5전 3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한 역대 11번째 팀이 됐다. 2017년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먼저 2승을 거두고도 3연패를 당했던 아픔도 씻어냈다.
하루 쉬고 선발 등판한 윌리엄스, 12K 역투
개빈 윌리엄스(사진=중계방송 화면 캡쳐)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선발 투수 개빈 윌리엄스였다. 불과 이틀 전 4차전 9회에 구원 등판해 18구를 던지며 9대 5 승리를 지켰던 윌리엄스는 이날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놀라웠다. 5.2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실점. 탈삼진 12개는 1996년 찰스 내기가 세운 클리블랜드 구단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과 타이다.
5회까지는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다. 화이트삭스 타자들은 최고 160km/h에 달하는 속구와 스위퍼, 커브에 연달아 방망이를 헛돌렸다. 윌리엄스가 이날 끌어낸 헛스윙만 22개. 6회 2사 후 카일 틸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볼넷까지 내줘 만루에 몰리자, 클리블랜드 벤치는 에릭 사브로스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사브로스키는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역대 가을야구에서 경기 마지막 투수로 나선 뒤 바로 다음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세 명뿐이다. 도박에 가까운 80년대식 투수 기용인 만큼 피로가 우려됐지만, 윌리엄스는 오히려 정상 루틴으로 등판했을 때보다 더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윌리엄스는 "내 역할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팀에 이길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팀이 승리할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타석에서는 중심 타자 호세 라미레스가 결정적인 한 방으로 결승타를 장식했다. 0대 0으로 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라미레스는 화이트삭스 선발 숀 버크의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받아쳐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홈런이 되기 힘든 코스였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라미레스가 맞힌 공의 높이는 지면에서 불과 0.74피트(약 22.6cm). 투구 추적이 시작된 200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으로 연결된 가장 낮은 공이다. 라미레스 개인으로서도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을 통틀어 가장 낮은 공을 넘긴 홈런이었다.
1·2차전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라미레스는 3~5차전 12타수 5안타 2홈런 7타점을 쓸어 담는 미친 활약으로 3연승의 주역이 됐다. 윌리엄스는 "라미레스는 최고다. 언제든 한 번의 스윙으로 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모두가 안다"고 동료를 한껏 치켜세웠다.
'삼진 21개' 불명예 신기록…화이트삭스의 질주가 멈추다
라미레스(사진=중계방송 화면 캡쳐)클리블랜드 투수들은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삼진 21개를 빼앗으며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9이닝 경기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사브로스키에 이어 헌터 개디스가 무실점으로 버텼고, 마무리 케이드 스미스가 1.2이닝을 책임지며 개인 첫 가을야구 5아웃 세이브를 올렸다. 스미스는 마지막 타자 트리스탄 피터스마저 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9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단 3안타 빈공에 시달린 화이트삭스는 이날 인플레이 타구도 9개에 불과했다. 일본 출신 간판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와 앤드루 베닌텐디는 나란히 삼진 4개씩을 당해 형이상학적 골든 솜브레로를 머리에 썼다. 이번 디비전시리즈 5경기에서 화이트삭스 타선이 당한 삼진은 무려 75개에 달했다.
원정 2연승 뒤 3연패를 당한 화이트삭스의 가을야구는 여기서 끝났다. 3년 연속 100패 팀에서 올해 84승으로 와일드카드 관문을 통과했지만, 돌풍은 여기까지였다. 정규시즌 막판 6주 동안 5.5경기 차를 뒤집고 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클리블랜드는 가을 무대에서도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했다. 클리블랜드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ALCS 1차전은 13일 탬파베이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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