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사도 코스프레 하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억지 화해쇼 연출하려던 FIFA 회장, 망신만 당했다
인판티노의 중재를 강하게 거부하는 팔레스타인(사진=스카이스포츠 방송 화면)인판티노의 중재를 강하게 거부하는 팔레스타인(사진=스카이스포츠 방송 화면)

[더게이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연출해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얻으려던 속셈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세계 211개국 대표단 앞에서 가짜 평화를 연출하려다 망신만 당했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6차 FIFA 총회. 인판티노 회장은 팔레스타인 축구협회장 지브릴 라조브와 이스라엘 축구협회 부회장 바심 셰이크 술리만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적대국인 두 나라 관계자가 한 단상에 오르고,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 찍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심산이었다.

라조브는 그 기만적 수작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인판티노 회장이 라조브의 팔을 이끌며 술리만 쪽으로 등을 떠밀었으나 허사였다. 팔레스타인 축구협회 부회장 수잔 샬라비는 거절 이유를 명확히 했다. "이스라엘이 학살을 가리기 위해 보낸 이와는 악수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이스라엘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리브 테퍼 이스라엘 축구협회 사무총장 대행은 "FIFA 회장의 요청에 부응해 단상에 섰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라조브는 무대 위에서 인판티노 회장과 몇 분간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끝내 어색한 포옹만 나눈 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퇴장했다.

인판티노의 중재를 강하게 거부하는 팔레스타인(사진=스카이스포츠 방송 화면)인판티노의 중재를 강하게 거부하는 팔레스타인(사진=스카이스포츠 방송 화면)


중대한 위반 확인하고도 '벌금'뿐…신뢰 잃은 FIFA

이번 소동의 배경엔 15년 묵은 분쟁이 있다. 팔레스타인 축구협회는 이스라엘이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구단들을 자국 리그에 포함한 행위가 FIFA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FIFA 징계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팔레스타인 손을 들어줬다. 인권과 차별 금지, 정치적 중립 등 중대한 의무 위반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만 봐선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 눈치를 본 FIFA는 꽁무니를 뺐다. "서안의 법적 지위는 복잡한 문제"라며 제재를 유예하고, 이스라엘 축구협회에 벌금 15만 스위스프랑(약 2억 80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극우 성향 구단의 인종차별 행위를 방치했다는 지엽적인 이유였다. 정작 핵심인 정착촌 구단 문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샬라비 부회장은 "악수 한 번으로 덮으라는 요구는 터무니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총회장에서는 라조브가 자리로 돌아갈 때 동료 대표단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인판티노 회장의 가짜 평화 연출 시도를 세계 대표단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 대목이다.

결국 이 모든 소동의 배경에는 인판티노라는 빌런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평화위원회' 출범식에서 'MAGA' 모자를 쓰고 웃음 짓던 자. 노골적인 정치 행보로 FIFA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자가 팔레스타인이 요구한 정착촌 문제는 외면한 채 기만적인 연출로 평화의 사도 행세를 하려다 실패했다. 제 딴에는 평화의 시도처럼 보이고 싶었겠지만, 거울을 보면 거기에는 렉스 루터가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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