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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1호 공약은 건강…'강철 체력, 활력 서울'

스포츠춘추
어린 시절 오스틴과 현재 오스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잠실]
1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1회 말 오스틴 딘이 타석에 나서자 잠실 전광판엔 프로필 사진 대신 한 미국인 꼬마의 사진이 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모자를 눌러쓰고 어깨에 배트를 둘러멘 모습. 오스틴의 아들 댈러스를 닮은 듯 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푸른 눈에서 지금의 오스틴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LG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광판 프로필 사진을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바꿔서 송출하고 있다.
전광판 속 귀여운 꼬마는 자라서 괴물 타자가 됐다. 오스틴은 3회 말 2사 3루, NC 선발 토다 나츠키의 초구 패스트볼을 벼락같이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남겼다. 타구속도 179km/h짜리 선제 결승 2점 홈런. 뒤이어 송찬의도 2점 홈런을 보태며 3회에만 4점이 터졌다.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의 6.1이닝 1실점 역투까지 더해진 LG는 5대 1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2점 홈런을 날린 오스틴(사진=LG)
"수원 아파트 저격수가 내 다리 쐈다"
경기 후 만난 오스틴은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했다. 폰카를 찍는 취재진에겐 자기 사진 이상하게 찍지 말라고 경고(?)했고, 머리를 언제 잘랐냐는 물음에는 이발사를 소개받고 싶냐고 응수했다. 전날 KT 위즈전 '꽈당 주루' 이야기에도 유쾌한 농담으로 받아쳤다. 4월 30일 수원 경기 8회 초, 2루에서 출발해 3루를 돌다 갑자기 앞으로 넘어지면서 아웃당한 장면 얘기다.
"KT 위즈파크 우익수 방향에 아파트가 하나 있다"고 운을 뗄 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가 싶었다. 오스틴은 싱글싱글 웃으며 "거기에 있는 저격수가 내가 3루를 도는 순간 다리를 정확하게 맞혔다"면서 "그 먼 거리에서 그렇게 잘 쐈다는 게, 엄청 노련한 저격수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은 오스틴 덕에 취재진이 빵 터졌다.
곧이어 진지한 버전의 설명이 이어졌다. 4경기 연속 출전하며 체력 부담이 쌓인 상태에서 홈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전력으로 뛰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처음엔 기분도 안 좋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지만, 경기를 이기고 나서 다시 보니 웃기기도 했다. 야구를 하면서 가끔은 웃을 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오스틴의 말이다.
오스틴 딘의 꼬꼬마 시절(사진=LG)
전광판 속 꼬마에서 어른으로
전광판 사진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오스틴은 "그 사진을 고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첫째로는 어머니가 가장 쉽게 찾으신 사진이다. 또 하나는 아들 댈러스가 나를 쏙 빼닮았는데, 그 사진이 유독 더 닮게 나와서 골랐다."
사진 속에선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클리블랜드 팬은 아니었다고. 오스틴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리틀리그 팀 가운데 카디널스, 인디언스, 파드리스 등 실제 메이저리그 팀 이름을 사용하는 팀들이 있다. 어린 오스틴이 배정받은 팀이 우연히 클리블랜드였을 뿐이다.
오스틴이 진짜 응원한 팀은 고향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그는 "나는 휴스턴 다이하드 팬"이라며 "어릴 때부터 제프 배그웰, 크레이그 비지오 같은 선수들을 좋아했고 '킬러 B' 타자들을 보며 방망이를 잡았다. 물론 그 스캔들이 있기 전까지 그랬다"로 답했다. 여기서 말하는 스캔들은 사인 훔치기 파문으로 오점을 남긴 2017년의 사건을 가리킨다.
오스틴은 8살 때 섰던 타석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고, 고등학교 시절 경기 장면도 떠오른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요즘 어린이들이 부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 어릴 때는 유튜브 같은 게 없어서 내가 플레이하던 모습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자기 플레이를 영상으로 남길 수 있으니 정말 좋을 것 같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을 봤다며 "어른이 되어서도 선수 생활을 하는 건 축복이다. 야구는 결국 아이들의 경기다.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진 속 소년은 어른이 돼서 이제는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됐다. 1일 현재 성적은 타율 0.356과 7홈런 24타점, 득점권 타율이 0.394에 달한다. 오프시즌 몸무게 8kg를 감량했다는 오스틴은 "나 자신에게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잘 한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뿌듯하게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오스틴은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시간"이라며 가족들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더그아웃 앞에는 어린 시절 아빠를 꼭 닮은 댈러스가 장난감 배트를 든 채 기다렸다. 그 시절 야구를 사랑했던 소년 오스틴처럼. 어쩌면 20년쯤 뒤엔 LG 모자를 쓴 댈러스를 전광판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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