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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김원형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잠실]
"감독 입장에서는 창피한 경기였다."
두산 베어스의 2026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김원형 감독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9위였던 팀을 맡아 부임 첫 시즌 5위로 끌어올린 만족감보다는 한 경기 만에 끝난 가을야구의 아쉬움이 더 컸다. 정규시즌 내내 투수들의 발목을 잡았던 타선의 침묵에 수비 실수까지 겹쳤으니,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에 마냥 만족할 수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에 1대 4로 졌다. 정규시즌 5위 두산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첫 경기 패배로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를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야구장에서 치른 두산의 마지막 경기도 이렇게 끝났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역대 어느 5위 팀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찌감치 5위를 확정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정규시즌 평균자책(2.24)과 탈삼진(197개) 부문 2관왕에 오른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 반면 LG는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3위 경쟁을 벌인 데다 마무리 손주영 등 주축 불펜 투수들이 빠진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기회 놓친 타선, 실책으로 에이스 부담까지 키운 수비
안재석(사진=두산)그러나 두산은 이렇게 유리한 조건을 살리지 못했다. 출발부터 답답했다.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 2회초 선두타자 김민석이 잇따라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LG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초반부터 무너뜨릴 기회를 놓친 사이, 두산 선발 곽빈이 1회말 오스틴 딘에게 선제 2점 홈런을 맞았다.
더 아쉬운 장면은 2회말 수비에서 나왔다. 무사 1, 2루에서 LG 신민재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던 3루수 안재석이 3루에 악송구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곽빈은 시속 158km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홍창기, 박해민, 오스틴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2회까지 투구수가 48개로 불어났다. 곽빈은 결국 6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로도 평범한 땅볼을 잡은 뒤 1루수 앞에서 바운드 되는 송구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한 안재석은 8회말 수비에서 또 한 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1사 1, 3루에서 타자가 신민재인 만큼 스퀴즈 번트 가능성을 경계해야 했지만, 정상 수비 위치를 지키다 번트 안타로 추가점을 내준 것. 흔들린 두산은 이후 이영하의 폭투로 1점을 더 내줬다. 1대 2 한 점 차를 유지했다면 불펜이 구멍난 LG를 상대로 9회 마지막 반격을 노릴 수 있었지만, 점수 차가 3점으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수비에서 드러난 세밀함의 부족을 강하게 꼬집었다. 김 감독은 "진 것은 진 것이지만 오늘도 작은 실수들이 반복됐다"며 "특정 선수를 거론할 수는 없으나 아웃카운트와 주자 상황, 상대 타자가 누구인지, 베이스에 누가 있는지, 수비 배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하고 플레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수비수의 실수 하나가 투수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도 이야기했다. 상황에 맞는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제대로 잡았다면 투구수를 5~6개는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수비수의 기본적인 상황 판단이 부족해 투수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안긴 점을 아쉬워했다. 8회 실점에 대해서도 "순간순간 디테일이 사라졌다. 사소한 실수로 8회 추가 실점한 게 너무나 아쉽다"며 "패배를 떠나 감독 입장에서는 창피한 경기였다"고 일침을 놓았다.
타선 역시 4안타 1득점으로 투수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2회 김민석의 안타 이후 6회까지 12타자 연속 범타에 그치는 등 카라스코에게 6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였다. 7회초 1사 만루에서는 양석환의 우중간 장타성 타구가 박해민의 호수비에 잡혀 1점을 얻는 데 그쳤고 8회초엔 1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평균자책 1위·득점 8위…끝내 극복하지 못한 투타 불균형
곽빈의 포효(사진=두산)두산의 마지막 경기는 정규시즌 내내 이어졌던 이 팀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 감독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1년 내내 공격에서 활로가 막혔던 답답함이 오늘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평균자책 3.86으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고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 득점은 688점으로 8위, 홈런은 114개로 9위에 머물렀고 팀 OPS도 0.731로 꼴찌 키움 다음으로 나쁜 9위였다. 리그 최고의 마운드를 갖추고도 빈약한 공격력 탓에 5위 이상으로 좀체 올라서지 못했다.
에이스 곽빈이 평균자책 2.24와 탈삼진 197개로 2관왕을 차지하고도 11승에 그친 건 타자들의 빈공과 부족한 수비 지원을 빼놓고 설명되지 않는다. 프로 2년 차 최민석이 14승을 거두며 새로운 선발 기둥으로 떠올랐지만, 마운드만으로 이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시즌 내내 득점지원 부족에 고생한 곽빈은 이날도 6이닝 2실점으로 버텼으나 패전을 떠안았다.
김원형 감독 "5위로 만족하고 끝내선 안 돼"
김원형 감독과 염경엽 감독(사진=두산)물론 두산의 2026시즌을 실패로만 기록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위로 추락했던 두산은 우승 사령탑 출신 김 감독의 부임 첫해 73승 5무 66패를 기록하며 5위로 올라섰다.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고, 모든 팀이 부러워하는 국내 에이스 듀오를 얻었으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확인했다. 박준순이 타율 0.302, 16홈런 61타점으로 새로운 중심타자로 떠올랐고, 김민석도 타율 0.310(8위)로 알을 깨고 나왔다.
김 감독도 "누군가에게는 5위라는 순위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올 시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초반에는 답답한 점도 많았지만, 점차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칭찬해주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텨준 점을 5위에 오른 원동력으로 꼽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해의 성과에 만족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에는 시즌이 끝나면 내년에 다시 잘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선수와 코치, 감독을 거치며 생각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수들이 가슴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감독인 저부터 생각을 달리해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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