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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폴라린 발로건(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미국 백악관의 입김 한 번에 월드컵 퇴장 징계가 무력화됐던 촌극이 결국 규정 변경으로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해 미국 대표팀 선수의 출전 정지를 유예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FIFA는 15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본부에서 열리는 평의회에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에게 부과되는 1경기 자동 출전정지를 유예할 수 없도록 명시한 징계 규정 개정안을 상정한다. 지난 7월 월드컵 당시 미국 대표팀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집행을 미뤄 다음 경기에 출전하게 했더 것 같은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이번 평의회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비롯한 37명의 위원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발로건의 징계 유예를 둘러싼 정치 개입 논란을 포함해 FIFA 징계 절차 전반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211개 회원협회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방안도 안건에 포함됐다.
'대통령 청탁'에 무력화된 레드카드문제는 지난 7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이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발목을 밟아 퇴장당했다. 규정대로라면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뛸 수 없었지만, FIFA 징계위원회는 경기 직전 발로건의 출전정지를 12개월 유예했다.
미국이 16강전에서 벨기에에 1대 4로 지면서 그나마 정의가 구현됐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FIFA가 큰 불의를 바로잡아 줘 고맙다"며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국 대통령이 징계에 개입하고 실제 출전정지가 미뤄지면서 FIFA의 정치적 중립성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인판티노 회장은 "징계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이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으나, 징계위원회가 어떤 근거로 예외를 인정했는지는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이자 FIFA 부회장인 데비 휴잇은 지난달 인판티노 회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징계 유예 결정 과정을 담은 문서를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징계위원회가 출전정지 유예를 결정한 구체적인 근거를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영국 BBC와 미국 ESPN 등 주요 외신도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과거의 특혜 사유가 덮이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이번 평의회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을 겨냥한 다른 의혹들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7월 월드컵과 클럽월드컵 상업권을 관리하는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세우고 지분 20%를 42억 달러(약 6조 900억 원)에 민간에 팔아치우려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급기야 UEFA는 지난 8월 미국 법원에 재판 전 증거 확보 절차인 증거개시를 신청하며 매각 가격이 부당하게 낮게 책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긴 'FIFA 평화상'도 여전히 논란이다. 노르웨이축구협회는 수상자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윤리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내년 3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리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인판티노 회장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15일 평의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규정 개정안 처리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직후 발로건의 징계가 유예된 구체적인 경위와 관련 자료를 강도 높게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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