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낙인이 빚 키운다" 상담심리학 전문가가 말하는 청소년 불법 스포츠 도박의 '숨겨진 경로' [청소년도박⑥]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사회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한 김예나 한국침례신학대 교수(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사회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한 김예나 한국침례신학대 교수(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참교육'에선 도박 때문에 수천만원 빚을 진 청소년과 교내 도박 조직을 묘사했고 '모범택시3'에선 게임인 줄 시작한 도박에 사채업자 협박을 받는 학생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과장된 가공의 이야기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은 한 해 7153명. 처음 돈을 거는 나이는 평균 12.5세다. 이제 아이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접하고, 빠져들어, 중독되기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손 댄 도박은 군 복무 기간에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며 인생을 무너뜨리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더게이트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소년과 군장병 스포츠 도박 중복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과 '도박중독 추방의 날 포럼'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내놓은 실태 진단과 해법을 연속 보도로 전한다.


[더게이트=국회]

"청소년 도박을 강하게 비난하면 정말 도박이 줄어드는가?" 김예나 한국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김 교수는 청소년 불법 스포츠 도박을 범죄와 파국으로만 그리면 청소년이 일찍 도움을 청하기보다 문제를 숨길 수 있다고 봤다. 그 사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2차 피해는 커진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사회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청소년 도박을 심각하게 다루는 것과 청소년을 '심각한 문제 인물'로 만드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우리 사회 청소년 도박 담론을 세 갈래로 분류했다.

첫째는 도박을 불법과 범죄로 규정하는 담론, 둘째는 탐욕이나 의지 부족 같은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담론, 마지막으로 청소년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와 교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담론이다. 이런 시각은 경각심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또래의 권유,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 도박 광고, 디지털 결제 같은 환경적 요인을 가리는 부작용도 낳는다.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혜지와 임솔(2025)이 2007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청소년 도박 관련 정책문서와 언론보도, 학술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불법', '범죄', '통제'의 언어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았다. 예방·치유 관점과 청소년의 주체성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24년 상업화와 디지털화가 도박의 빠른 정상화를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비행 청소년인가, 피해자인가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사회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한 김예나 한국침례신학대 교수(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사회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한 김예나 한국침례신학대 교수(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김 교수는 도박 상품과 광고는 일상이 되는데 피해를 겪는 청소년은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이중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가 불법행위에 가담한 청소년을 묘사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목됐다. 도박에 빠져드는 구체적인 경로는 화면에서 지워지고 자극적인 불법행위만 부각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경로는 우연한 돈내기가 손실로 이어지고, 잃은 돈을 되찾으려 판돈을 키우다 빚을 지는 구조다. 대리입금 등 고금리 불법사금융에 손을 댄 청소년은 빚을 갚기 위해 사기나 절도에 내몰린다.

그렇다면 이 청소년은 비행 청소년인가, 불법도박과 불법사금융의 또 다른 피해자인가. 김 교수는 답이 어느 한쪽을 고르는 데 있지 않다고 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피해와 착취의 경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참교육'이나 '모범택시3'처럼 청소년 도박을 극화해서 다루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파국과 범죄의 위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점은 있지만, 결말이 응징이나 성인의 구출로만 끝나면 청소년이 스스로 문제를 알아차리고 회복해 가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삼았다. 따져봐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청소년을 행동으로 설명하는가, '문제아'라는 정체성으로 고정하는가. 또래와 플랫폼, 접근성까지 보여주는가. 처벌과 함께 회복의 경로도 제시하는가.

언어부터 바꿀 수 있다. '도박에 빠져 사고 친 중독 청소년' 대신 '불법 온라인 도박을 반복해 채무와 관계의 위해를 겪고 있는 청소년'이라고 쓰면 불법행위와 결과는 그대로 드러나지만, 사람 전체를 하나의 낙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의지가 약해서 멈추지 못했다'는 말도 '손실을 만회하려는 반복 베팅, 또래 권유, 쉬운 접속과 결제가 중단을 어렵게 했다'로 구체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것이 책임을 덮는 완곡어법이 아니라고 했다.

'문제아' 낙인이 부른 은폐문제도박 집단의 저조한 도움 요청 비율(20.6%)과, 이를 가로막는 주된 장벽으로 지목된 사회적 낙인(92%)이 문제로 지적됐다.문제도박 집단의 저조한 도움 요청 비율(20.6%)과, 이를 가로막는 주된 장벽으로 지목된 사회적 낙인(92%)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낙인을 세 층위로 설명했다. 공중낙인은 특정 집단에 '의지가 약하다', '거짓말을 한다' 같은 고정관념을 덧씌우는 것이다. 예상낙인은 문제가 알려지면 비난과 처벌, 관계 단절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 고정관념을 자신에게 적용해 '나는 의지가 약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믿게 되면 자기낙인이 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그 흔적이 확인된다. 이동준과 박재림(2022)이 인터넷 도박을 경험한 중·고등학생 12명을 면담한 연구에서는 차별적 호칭과 편견, 또래 비난, 관계 단절이 보고됐다. 김 교수와 권선중(2020)이 도박문제를 겪는 청소년 30명을 면담한 연구에서는 은폐와 거짓말이 문제가 깊어지는 핵심 현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 교수는 미디어 표상이 청소년의 자기낙인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경로 전체가 국내 청소년 대상 장기 추적 연구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도움 요청의 격차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13개 조사 자료를 통합한 2022년 메타분석에서 문제도박 집단이 도움을 구한 비율은 20.63%였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도움추구를 다룬 53개 연구를 검토한 2021년 연구에서는 검토 대상 연구의 92%가 사회적 낙인과 당혹감 같은 사회적 요인을 장벽으로 보고했다. 김 교수는 낙인이 도움 요청을 막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실제 서비스 접근의 장벽으로 다뤄야 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했다.

'도움 요청'이 가장 드물었다도박 문제를 교사와 상담하는 청소년(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도박 문제를 교사와 상담하는 청소년(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청소년이 스스로 시도하는 회복행동 중에서도 도움 요청 빈도가 가장 낮았다. 김 교수가 개발한 '청소년 도박문제 자발적 회복행동 척도'를 활용한 2023년 분석에 따르면, 남녀 학생 모두 사이트 탈퇴나 통장 폐기 등 물리적인 자기 차단에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부모·교사·전문가에게 도움 요청하기 항목은 지속해서 최저 수준을 맴돌았다.

숨겨진 문제는 개입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아이가 문제를 숨기면 어른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개입이 늦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도박 빚과 2차 범죄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첫 반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잘못한 행동은 함께 책임지되 지금 말해 준 것은 회복의 시작"이라는 태도가 사이트 차단과 전문 상담 연결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난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행동에 대한 책임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분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전화번호 대신 '따뜻한 의뢰'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한 청소년 도박 장면.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한 청소년 도박 장면.

김 교수는 미디어에 회복의 과정을 서사 안에서 보여 달라고 했다. 청소년이 문제를 알아차리고, 권유를 거절하고, 결제수단을 차단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상황을 알리고, 상담으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마지막 화면에 상담기관 전화번호만 띄우는 데 그치지 말고, 극 중 인물이 실제로 연락해 비밀보장과 상담 절차를 안내받는 장면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에는 '도움을 청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첫 접점에서 비밀보장의 범위와 예외를 쉬운 말로 먼저 설명하고, 익명 초기상담과 학교 밖 접근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기관 번호만 건네지 말고, 동의를 받아 상담 예약을 함께 잡고 필요하면 동행하는 '따뜻한 의뢰'도 제안했다. 책임 절차와 치료 지원은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필요한 변제와 사법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도박 접근 차단과 전문상담은 동시에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한 제도적 보완도 진행 중이다. 대전경찰청이 2024년 도입해 전국 8곳으로 확대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가 대표적이다. 시범 운영 기간 청소년 512명이 치유 프로그램에 연계됐고, 3개월 내 재도박률은 0.8%로 집계됐다. 철저한 통제와 격리보다는 공식적인 도움 체계로 당사자들을 이끌어낸 성과다.

실효성 척도를 재설계하자도박사이트 차단과 치유·재활 확대 등 환경 및 치료적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다.도박사이트 차단과 치유·재활 확대 등 환경 및 치료적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다.

제도의 투명성은 과제로 남았다. 이 제도는 모든 신고·상담 내용의 비밀보장을 명시하면서도, 접수 뒤 면담 단계부터는 보호자가 참여하도록 설계돼 있다. 청소년으로서는 어디까지가 비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신고 전에 비밀보장 범위와 정보공유 대상, 보호자·학교 통보 여부, 예상되는 처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의 요구도 같은 방향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도박문제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도박사이트 즉시 차단 92.5%, 치유·재활 확대 90.0%, 단속과 처벌 강화 84.2% 순이었다. 청소년은 환경 차단과 치유를 함께 요구했고, 처벌만을 해결책으로 고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정책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다시 설계하자고 했다. 지금은 사이트 차단 건수, 검거 건수, 예방교육 횟수와 이수율이 주된 지표다. 2026년 5월부터 초·중·고 도박예방교육이 연 2회 이상 의무화되면서 교육의 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여기에 낙인 수준과 실제 상담 연계율, 문제를 인식한 시점부터 첫 상담까지 걸린 기간, 본인 자진신고 비율, 상담 유지율을 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예상낙인과 자기낙인, 도움 요청 지연기간을 묻는 문항을 추가해 반낙인 메시지와 회복 서사의 효과를 직접 검증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청소년 도박을 다루는 미디어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청소년을 얼마나 강하게 꾸짖었는가가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설명했는지, 사람과 행동을 구분했는지, 그리고 청소년이 얼마나 일찍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회복을 시작할 수 있게 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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