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왕조 몰락 시작? NLCS 4연패 '광탈'에 커지는 위기론…돈으로도 노쇠화는 못 막는다
다저스 왕조의 몰락이 시작되나(사진=중계방송 화면)다저스 왕조의 몰락이 시작되나(사진=중계방송 화면)

[더게이트]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LA 다저스가 돈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마주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몸값 비싼 선수단을 꾸려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했지만, 저렴하게 선수단을 구성한 밀워키 브루어스에 4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2년 연속 챔피언 다저스를 향해 이제는 '왕조의 몰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저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밀워키에 4대 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1998~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무산됐다.

이번 시리즈의 결과는 두 구단의 연봉 총액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다. 다저스의 올해 선수단 몸값의 총액은 약 5억 2270만 달러(약 7000억원)로, 밀워키의 1억 4450만 달러(약 1940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하지만 막상 가을야구 경기에서는 오히려 밀워키가 더 강하고 끈질기고 효율적인 팀이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선임기자는 16일 칼럼에서 다저스가 직면한 불편한 현실을 짚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주들이 다저스처럼 막대한 자금을 쓰는 구단이 리그의 경쟁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돈이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로젠탈 기자는 이번 패배가 다저스 왕조의 쇠퇴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억 달러 스타들의 침묵…오타니도 부상에 발목다저스 왕조의 몰락이 시작되나(사진=중계방송 화면)다저스 왕조의 몰락이 시작되나(사진=중계방송 화면)

다저스의 막대한 투자는 이번 NLCS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보장 계약 총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은 밀워키를 상대로 합계 42타수 7안타에 그쳤다. 장타는 몸도 온전치 않은 오타니가 4차전 2회에 터뜨린 3점 홈런 하나뿐이었다. 다저스 타선은 시리즈 전체에서 득점권 기회 27차례 중 단 4개 안타를 기록했다.

투수진도 다르지 않았다. 시즌 도중 대형 트레이드로 영입한 타릭 스쿠발은 1차전 패전투수가 됐다. 3억 2500만 달러의 보장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차전에서 2.2이닝 만에 강판됐다. 블레이크 스넬과 타일러 글래스나우도 3·4차전에서 밀워키 타선을 막지 못했다. 4차전에서는 태너 스콧과 에드윈 디아즈가 나란히 홈런을 맞으며 역전을 막지 못했다.

특히 오타니의 부상이 뼈아팠다. 같은 매체의 다저스 담당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다저스가 올 시즌 오타니의 몸 상태를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오타니는 6월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고, 오른쪽 이두근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생겼다. 7월 3일 경기에서 통증 때문에 조기 교체된 뒤에는 더 이상 투수로 나서지 못했고, 타격에서도 8월 18일 이후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저스는 오타니를 9월 11일에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이를 두고 아르다야 기자는 오타니를 믿고 출전을 이어가도록 한 구단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타니가 반쪽짜리 선수가 되면서, 정규시즌 성적보다 포스트시즌에서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 데 무게를 둔 다저스 특유의 선수단 운영 전략도 빛을 잃었다.

타선 부진은 오타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저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6월까지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시즌 후반 급격히 무너졌다. 올해 6월까지 다저스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18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그러나 이후 정규시즌 마지막 3개월 동안에는 102로 떨어져 12위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전체 득점권 성적도 43타수 5안타에 불과했다.

다저스의 또 다른 문제는 선수단 고령화다. 다저스는 올해까지 4년 연속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령 야수진을 운영했다. 올 시즌 주전 라인업의 평균 나이는 30.9세였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 선수들은 스스로를 '공룡'이라고 부르며 풍부한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밀워키의 젊고 빠르고 민첩한 선수들에게 밀렸다.

다저스 주전 프리먼은 37세, 맥스 먼시는 36세, 베츠는 34세, 오타니는 32세다. 로젠탈 기자는 밀워키의 젊은 외야수들이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준 것과 달리 다저스는 전체적인 기동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밀워키 투수진이 빠른 속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늙고 노쇠한 다저스의 약점을 겨냥한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선수단을 젊게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리먼의 계약은 2027년, 베츠는 2032년, 오타니와 포수 윌 스미스는 2033년까지 이어진다. 2026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미겔 로하스와 FA 자격을 얻는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제외하면 다저스의 30대 주축 선수 대부분이 내년에도 그대로 남는다.

물론 다저스 팜에는 풍부한 유망주 자원이 있지만, 야수진은 대부분 외야 자원이다. 21세 호수에 데 파울라는 지난 9월 더블A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포스트시즌 명단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기존 외야수들이 말뚝을 박아놓고 있어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렵다. 다저스는 지난해부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트레이드를 검토했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아르다야 기자는 다저스가 기존 스타 선수들의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로젠탈 기자 역시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팀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당장 선수단 구성을 유연하게 바꾸기 어렵다고 다저스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2년 연속 우승의 대가…장거리 이동과 누적된 피로데이브 로버츠 감독(사진=MLB.com)데이브 로버츠 감독(사진=MLB.com)

다저스 선수들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이어진 우승 경쟁이 가져온 피로를 토로했다. 2024년 다저스의 시즌은 한국의 서울에서 시작해 미국 뉴욕에서 끝났다. 2025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시즌을 시작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두 시즌 모두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일정을 소화했고, 이동 거리도 가장 길었다. 베테랑 내야수 먼시는 밀워키에 4연패를 당한 뒤 "3년 연속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열차가 마침내 동력을 다한 것 같다"고 팀의 에너지 고갈을 인정했다. 다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우리가 졌다. 나이가 많아서 졌다는 등의 핑계는 댈 수 없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경기의 모든 면에서 우리가 밀렸다"면서 나이와 피로를 핑계로 삼지 않았다.

로젠탈 기자는 고령화가 다저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뉴욕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막대한 자금을 쓰는 다른 구단들 역시 선수단이 늙어가면서 전력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밀워키와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같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은 대형 장기계약을 피하면서 선수단에 꾸준히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이런 운영 방식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로젠탈의 분석이다.

다저스는 올겨울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영입한 에이스 타릭 스쿠발이 FA 시장에 나온다. 두 차례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쿠발은 역대 투수 최고 수준의 계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저스의 자금력엔 한계가 있고, 다시 거액을 투자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선수 계약, 연봉, 계약 기간, 구단별 연봉 총액 등을 집계하는 사이트 '코츠 콘트랙트'에 따르면 다저스의 2026년 경쟁균형세(사치세) 기준 선수단 연봉 총액은 약 4억 3280만 달러(약 5800억원)으로 대부분의 계약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스쿠발의 새로운 계약까지 더해지면 지출 부담은 한층 커진다.

메이저리그의 노사 갈등도 변수다. 현행 노사 단체협약(CBA)은 미국 현지 기준 오는 12월 1일 만료된다. 구단주들은 샐러리캡과 연봉 하한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선수노조는 샐러리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직장폐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면 다저스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구단에 지금보다 무거운 부담이 부과될 수도 있다. 기존 선수단 중에 고액 연봉자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구단주 마크 월터를 둘러싼 문제도 있다. 월터는 현재 보험사기 의혹과 관련한 복수의 FBI 수사 및 집단소송에 직면해 사면초가 위기다. 자금난 해소를 위해 LA 레이커스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일부 지분 등 스포츠 사업 자산을 처분하면서 '다저스 매각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다저스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선수 영입에 거액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는 극도로 불확실하다.

왕조의 종말인가, 일시적인 실패인가타릭 스쿠발(사진=MLB.com)타릭 스쿠발(사진=MLB.com)

다저스가 당장 내년 시즌 급격하게 몰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저스는 올해 정규시즌 100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상대 감독 팻 머피가 "미래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이 가득하다"고 평가한 선수단의 핵심 전력이 여전히 남아 있고, 유망주 육성 시스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맥스 먼시는 다저스가 쇠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반대했다. 먼시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는 훈련 습관과 철저하게 준비하는 문화다"라며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젊은 선수든 외부 영입 선수든 상관없다. 팀의 기둥은 이미 세워져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중 몇 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그 기둥은 굳건히 버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프리드먼 사장도 이러한 위험을 모르지 않는다. 2022년 3월 다저스 합류 당시 프리드먼 사장은 "고비용 구단이 한동안 성공을 거두다 급격히 무너져 리빌딩에 긴 시간을 쏟는 반면교사 사례가 많다"며 "우리는 그런 상황을 막고 현재 전력 수준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컬러 기자는 "이번 패배가 다저스 왕조의 마지막을 뜻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구단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들과 마주했다"고 분석했다. 오타니의 건강 관리, 고령화된 타선의 개편, 스쿠발 재계약 여부와 불투명한 재정 환경이 대표적이다. 로젠탈 기자는 다저스의 이번 패배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구단이라고 해서 영원히 정상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우승을 너무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왕조를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왕조를 수성하는 건 더욱 어렵다. 돈은 많은 일이 가능하게 해주지만,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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